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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게릴라 칼럼'은 시민기자들이 쓰는 2016 총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7일 방송된 <뉴스룸>의 한 장면.
 7일 방송된 <뉴스룸>의 한 장면.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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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사장의 당혹스러움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앵커 브리핑을 제외하고 평소 웬만해선 간결하게 뉴스를 전달하는 그가 아닌가. 다소 커진 두 눈부터 신중한 만연체까지, 베테랑 앵커 손석희도 확실히 놀라는 눈치였다.

지난 7일, JTBC <뉴스룸>이 공직선거법에 따라 이날부터 적용된 이른바 '블랙아웃', 즉 여론조사 공표 금지에 앞서 지금까지 나온 여론조사 결과와 판세 분석을 망라한 구체적인 예상 총선 의석수를 내놨다. 행여 노련한 '연기'일 수도 있겠지만, 손 앵커를 놀라게 한 정당별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지역을 포함"한 지역구 예상치와 비례의석 전망치는 이러하다. 

'새누리당 170석 내외, 더민주 80석 안팎, 국민의당 20~30석, 정의당은 5석에서 10석'.

혹시나 있을 파장을 우려해 손석희 앵커는 이렇게 구구절절 부연하기도 했다. "시청자 여러분들의 판단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란 전제와 함께. 

"안태훈 기자가 제시하기는 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용감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내놓았을 때, 시청자 여러분께서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모르겠는데…. 그러나 아까 저희가 처음에 말씀을 드렸습니다마는, 지금까지 나온 많은 여론조사 결과를 대부분 다 훑어보고 그걸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내놓은 예상치잖아요. 이게 정말 또 말씀드리지만 틀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온 여론조사를 망라해보면 이렇게밖에 얘기가 안 나온다… 맞습니까?"

<뉴스룸>의 예측, 새누리당+국민의당 200석 가능 

<뉴스룸>의 한 장면.
 <뉴스룸>의 한 장면.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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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현실이 되는 걸까. '새누리당 180+무소속 탈당파 +국민의당 = 200석'의 시나리오 말이다. 지난 1월, "제3당 체제가 확립되면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겠다"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선언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지 않나.

7일, 노원병 이준석 후보를 유세 지원나간 김무성 대표가 "안철수를 선택해 달라"고 무의식(?)이 반영됐는지도 모르는 말실수를 한다거나, 새누리당이 공식 SNS를 통해 안철수 대표를 공개적으로 응원하고 나선 이유도 어디 있겠는가. 일차적으로야 야당 분열과 여당 지지층 결집이겠지만, 이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함께 할 파트너로서의 끈끈한 애정 덕분이 아니겠는가.

국민의당 지지층에서야 이견이 나뉠지 모르겠지만, 만약 안 대표가 새누리당과 손잡고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발 벗고 나선다면 국민들의 삶은 어떻게 흔들릴지 예상조차도 버겁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그토록 '야당 분열'을 부추기고, 야당 지지층의 다수가 '야권 연대'를 부르짖었던 것도 바로 이 '새누리당 압승' 이후의 시나리오 때문이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어쩌면, 손석희 앵커가 던진 메시지의 '중의' 역시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4.13 총선의 총론이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판가름날 것인가. 바닥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현 방식의 여론조사를 종합했을 때 결과가 현 시점과 같을 것인가. 그렇다면, 결집하고 적극적으로 투표에 나서야 할 유권자들은 누구인가. 블랙아웃의 시점과 자연스레 겹치는 사전투표 시작(8일) 전날 밤, 이러한 결과를 내보낸 <뉴스룸>의 꽤나 길고 조심스럽던 리포트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정치는 비뚤어졌어도 투표는 바로 하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노원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한판승부를 벌이는 이준석(노원병) 후보 지원유세를 벌이며 이 후보를 업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노원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한판승부를 벌이는 이준석(노원병) 후보 지원유세를 벌이며 이 후보를 업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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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히, 메시지는 해석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래서 메시지의 외연을 좀 더 확장하거나 심연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바로 '새누리당의 압승' 이후의 가상 시나리오 말이다. 이에 대해서는 2016총선시민네트워크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2016 총선시민네트워크가 내놓은 총선 'Best 10' 정책을 고스란히 뒤집으면, 새누리당 압승 이후 펼쳐질 한국사회의 가상 시나리오가 바로 나온다. 대표적인 이슈를 묶어봐도 대략 이 정도다.

첫째, 다음주 2주기를 앞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은 다시 팽목항 앞바다에 수장시켜 버려야 할 것이다.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은커녕 지난 2차 청문회에서 공분을 불러일으킨 몇몇 단서들도 수장되긴 마찬가지다. 그 누구보다 박근혜 대통령이 책상을 탕탕 치며 환호할 일이다.

둘째, 테러방지법과 사이버테러방지법 이후 국민들은 '막걸리 국가보안법'에 버금가는 감시·사찰·자기 검열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그 미래에 필리버스터 따위 아무런 소용이 없다. '걱정원' 국정원이 가질 무소불위의 권력은 국민들의 세금을 가지고 바로 그 국민들을 감시하고 사찰하는데 사용할 것이다. 포스트 국가보안법의 출현이나 다름없다. 억울한 옥살이가 늘어나게 될 것이다.

셋째, 자라나는 우리의 새싹들은 완벽하게 재창조된 역사를 배우게 될 것이다. 국정교과서는 박정희·이승만 미화가 아닌 영웅화에 앞장설 것이며, 뉴라이트 사관이 들끓게 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용인해 준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한일 합의는 칭송을 받게 될 것이다. 아마 민주정부 10년은 독재로 탈바꿈 될지 모른다.

넷째, 그로 인해 국민들의 삶은 궁핍으로 내몰릴 것이다. 국가 부채가 사상 최대를 경신하다 못해 1년 사이 72조 1천억 원이 늘었는데도 자기만의 '창조경제'에 매달리는 박근혜 대통령과 재벌들의 질주를 막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최저시급 1만 원은커녕 대한민국은 지금보다 더한 비정규직의 천국으로 재탄생될 것이다. '흙수저'들에겐 '헬조선'이 아니라 그냥 '헬'에 가깝다고 보면 맞지 않을까.   

과한 시나리오라고? 절대 그렇지 않다. '새누리당 압승'을 막아내지 못하고 '정권교체'를 이뤄내지 못하면 다수의 국민들이 처하게 될 디스토피아가 명백하다. 이명박근혜 정부 8년, 우리는 서서히 '헬조선'의 개미지옥으로 빠져들고 있지 않은가.

"청년 여러분의 미래를 장년층과 노년층에게만 맡기지 마시길 바랍니다."

지난달 30일, 손석희 사장은 세대별 투표율에 대해 짚으며 이렇게 강조했다. 4.13 총선 이후의 미래는 모든 국민의 것이지만, 과거세대가 미래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미래는 분명 지금과는 다른 청사진을 그릴 수 있는 가능태여야 만 할 것이다. 연장선상에서, 손 사장은 다른 리포트를 통해 "저희 JTBC의 또 다른 선거 캐치프레이즈"라며 아래 구호를 소개했다. 4일 앞으로 다가온 4.13 총선, 손석희가 던진 메시지를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

"정치는 비뚤어졌어도 투표는 바로 하자!"

2016총선네트워크 선정 '베스터 10' 정책.
 2016총선네트워크 선정 '베스터 10' 정책.
ⓒ 총선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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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손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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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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