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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덕 : "고모는 지금 청소년을 위해서 무슨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지?"

취미 활동으로 기타 배우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덕이가 갑작스럽게 물었다.

고모 : "음…, 3D프로그램이지?"
덕 : "그 3D, 세가지 중에 '존중'이 들어가지?"
고모 : "그렇지?"
덕 : "그런데 왜 고모는 지금 나를 존중하지 않아?"

"왜 존중하지 않아"라는 말에 나는 눈만 깜빡였다. 나는 덕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덕이가 나의 질문에 대답할 때 내가 생각한 것보다 대답이 오래 걸릴 때에 이런 말을 하곤 했다. "나는 소중한 덕이를 존중하고 싶으니까 너가 하고 싶을 때 말하면 돼, 그리고 지금 대답 안해도 괜찮아, 나는 기다려줄 수 있어"라고.

그뿐만 아니라 가게에서 무엇을 선택하기를 기다릴 때나 그 외의 상황에서도…. 이런 표현을 반복하고 그 말을 할 때 나의 자세는 덕이의 키 높이에 맞춰 덕의 눈을 응시하는 것이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존중심을 덕이가 느끼게 하고 싶었다. 그 존중이 덕이의 자아존중감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 오늘날에도 난 존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길 좋아한다.
  
고모 : "응? 아~ 미안해! 나는 덕이가 여유롭고 정서적으로 풍요롭길 바라다 보니 이런 경험 저런 체험을 해보게 하고 싶어서…. 나도 모르게 내 생각을 강요하게 된 것 같아~. 쏘리(^^)."
덕 : "내가 나중에 하고 싶으면 말할게."
고모 : "오케이~~!"

꽃은 그냥 피어난 걸까...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피어난 걸까

마치 내가 내 뜻대로 덕이를 조종하려다 들킨 것 같아서 순간은 당황했지만, 이런 대화가 즐겁다. 내가 덕이의 생활을 알고 있는 만큼 덕이도 나의 생활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놀랍군! 그런데 덕이가 한마디 더 덧붙인다.

덕 : "고모 나…, 봄 야유회 가야 해?"
고모 : "야유회?"
덕 : "다음주 토요일에 간대."
고모 : "야유회가면 함께 술 마셔야 할 텐데. 지난번처럼 토할까봐 걱정되니?"
덕 : "그냥…."
고모 : "이번 주가 아니고 다음주니까…, 이러면 어떨까. 이번주 토요일 오전에 나와 함께 남산에 함께 가보자."
덕 : "왜?"
고모 : "내가 그곳에서 네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토요일 오전 6시. 우리는 함께 남산으로 향했다. 남산 올라가는 입구에 핀 목련을 보고 "목련꽃이다!", 또 올라가다 개나리를 보면 "개나리 꽃이다!", 그리고 분홍빛에 수줍은 듯 피어있는 진달래를 보면 "진달래 꽃이다"라고만 하고 올라갔다. 정상에 둘이 앉아 물을 마시면서 덕이에게 물어봤다.

고모 : "올라오면서 내가 세 가지 꽃에 대해 말했는데 뭐였을까."
덕 : "그냥 무슨 꽃이다라고…."
고모 : "맞아~ 혹시 그 생각 해봤니? 목련, 개나리, 진달래가 그 꽃을 쉽게 피웠을까. 아니면 싸늘하고 추운 겨울을 잘 견디고 피어났을까?"
덕 : "눈도 왔었는데~.(알고 있다는 듯이)"

고모 : "그렇지. 눈도 왔었는데 잘 버텼고 꽃을 피웠지~. 그래서 나는 산에 오르는 것을 좋아한단다. 그런 식물들을 보면 대단하단 생각이 들거든…. 그리고 마치 덕이 너를 보는 듯해서 더 기쁘고 사랑스러워. 잘 버틴 결과 아무말 없이 저렇게 서 있기만 해도 사람들이 좋아하고 기뻐하는 것을 보면."

내 말이 진심임을 느꼈는지 덕이는 잘 듣고 있다. 그리고 뭔가를 깊이 느끼는 듯하다. 그래서였는지 그 모습이 여유로워 보인다.

"야유회에 봉사한다고 생각하면 어때?"

 덕이는 술 마시고 춤추는 야유회 분위기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덕이는 술 마시고 춤추는 야유회 분위기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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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 : "덕아~ 혹시 나를 생각하면 무엇이 떠오르니?"
덕 : "무슨 말이야?"
고모 : "예를 들어 책임감이라거나 뭐~~ '겸손하다'거나 이런 말? 쑥쓰럽지만~."

덕 : "(한참을 생각하더니)기회."
고모 : "기회? 음…. 어떤 점에서?"
덕 : "할머니나 큰고모가 그러셨어. 고모는 어려운 상황도 기회로 여기더니 잘 되는 것 같다고."
고모 : "그런 말씀들을 하셨어? 난 몰랐는데. 덕아~ 고모가 처음부터 어려운 상황을 기회로 여겼었을까, 아니면 살다 보니 그것이 해답이기에 그쪽을 선택했을까."

내가 진지하게 말하니 덕이도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응시한다.

고모 : "할머니나 큰 고모 말씀이 맞아. 사실은 고모가 그만큼 아팠었기에 살아보려고 시작한 선택이었어. 지금 생각해 보면 잘 선택한 것 같고…. 그리고 너도 불편한 상황이라도 그렇게 여기면 어떨까 싶은데…. 어떠니?"
덕 : "나도 알아. 기회로 생각해야 한다는 거."
고모 : "너도 알아?"
덕 : "알긴 아는데…. 쉽지 않아."
고모 : "고모도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었지. 여러 번 반복하고, 시간이 걸리고, 어려워 보이는 상황을 기회로 여기면서 정말 기회였다는 것을 경험해야 했어. 그러다 보니 어느날부터 자동으로 기회라고 여기게 되는 것 같아. 우리가 본 봄에 핀 꽃들처럼."

덕이는 입술에 힘을 준 채 듣고 있다. 나는 덕이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보여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다가 물었다.

고모 : "혹시 다음주 토요일 야유회에서 덕이가 기회로 여길 만한 일이 있을까?"
덕 : "있어, 아줌마들 심부름이나 물건 들어드리는 것 그리고~ 술도 따라 드리고…."
고모 : "그렇구나~. 만약 내가 그 중에 한 아주머니라면 덕이가 내 가방을 들어주거나 술도 따라주면 고마울 것 같은데…."
덕 : "할머니한테도 잘 안 하는데…."
고모 : "혹시 이거 아니? 나도 할머니께 해드리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해주는 경우가 있거든. 그러다가 이런 생각을 했어. 어쩌면 할머니께서 당신 딸이 다른 사람과 친하게 잘 지낸
다면 틀림없이 좋아하실거라는 거지. 이런 내 생각에 너도 한 표?"

이렇게 이야기를 해도 쉽게 야유회를 간다고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일할 때와는 달리 관광버스를 타고, 가서는 술 마시고, 아주머니들의 즐거움인 관광춤도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고모 : "한편으로 덕아~. 지금 너에게는 그 장면이 익숙하지 않아서 빠지고 싶겠지만 한 3년쯤되면 어울리게 될걸, 저번에 회식 후 너가 춤출 때처럼~."
덕 : "그 얘긴 하지마!(부끄러워 한다)"

회식 후 내게 전화가 왔었다. 춤추는 곳이라며 데리러 오라고. 그래서 가봤더니 직원분들과 함께 기분 좋게 술을 마신 후에 춤을 추고 있었다. 그 모습이 나는 귀여웠었는데 덕이는 더 이상 그때 이야기를 듣는 걸 원치 않는다. 더 이상은 말하지 말아야지….

덕 : "그리고 토요일 오후엔 특히 봉사해야 하는데~."
고모 : "누구와 봉사 함께할 약속했니?"
덕 : "아직은 아니~."
고모 : "그러면 야유회 때 직원들에게 봉사한다는 생각은 어떠니?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도 하는데…. "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남산에서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 덕이가 진달래꽃, 개나리꽃에 가까이 가서 만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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