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4.11 20:12최종 업데이트 16.04.11 20:12
정치자금은 '국민의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공명정대하게 운용되어야 한다'(정치자금법 제2조). '정치활동 경비'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19대 국회의원들은 '의혹없이' '공명정대하게' 정치자금을 사용했을까?

<오마이뉴스>는 지난해 중앙선관위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약 3년치(2012년-2014년) 3만5000여 장, 36만여 건의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를 받았다. 그리고 이를 데이터처리한 뒤 59개 항목으로 나누어 '1045억 원'에 이르는 19대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사용내역을 집중분석했다. 20대 총선을 앞둔 지금, 이러한 분석내용이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말]
[자료분석] 이종호 기자
[개발-그래픽] 황장연 고정미 박종현 박준규
[취재-글] 구영식 김도균 유성애 기자(탐사보도팀)



'최고 전통! 최다 부수! 최대 영향력. OO일보 창간 54주년을 축하합니다.'
'바르고 깨끗한 사람들, OO신문 창간 17주년을 축하합니다.'


정치인들이 언론사에 광고를 싣는 풍경은 낯설지 않다. 19대 국회의원이 2012년~2014년 30여 개월간 언론사 창간 기념과 신년 인사, 토론회 홍보 등의 명목을 내세워 언론사에 직접 광고로 집행한 정치자금은 총 620건, 총 2억1517만여 원이었다. 의원들이 이렇게 언론사에 광고비를 지출하는 가장 큰 목적은 '언론 관리'이다.

새누리당이 지출 의원·집행 건수와 지출 총액 등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을 앞질렀다. '언론-광고'에 정치자금을 지출한 의원 75명 가운데 새누리당 의원이 40명으로 가장 많았고, 새정치연합 31명, 통합진보당 3명, 진보정의당 1명이었다. 무소속 의원은 지출 내역이 없었다.



지출 액수에서도 차이가 났다. 새누리당 의원 40명은 총 301건에 1억 1723만여 원을 썼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31명은 총 289건에 9166만 원을 지출했다. 통합진보당 의원 3명은 29건에 594만 원을, 진보정의당 의원 1명은 1건에 33만 원을 언론사 광고비에 썼다.

국회의원들은 주로 자신이 속한 지역구의 언론사에 창간 축하·신년인사 광고를 실었다. 반면 지역구가 없는 비례대표 의원 11명(김기준·손인춘·윤명희·은수미·이석기·이재영·장하나·주영순·진성준·최봉홍·한정애)은 <여성신문>과 <매일노동뉴스>, <농민신문> 등 주로 의원의 관심사가 있는 언론사에 광고를 싣는 경향을 보였다. 

여당 텃밭 '울산 국회의원들' 광고비 지출에 후했다

제일 돈이 많이 모인 언론사는 어디일까? 정치자금으로 의원들이 지출한 '언론-광고비' 사용처를 따져보니, 울산 일간지인 <경상일보>가 총 19건 총 923만 원으로 1위에 올랐다. 2~5위 중 3위인 서울 송파·강동구 주간신문 <토요저널(총 781만 원)>을 제외하면, <울산매일신문>(2위, 905만 원), <울산신문>(4위, 735만 원)>, <울산제일일보>(5위, 732만 원)> 등 모두 울산지역 언론사들이 상위에 꼽혔다.

<경상일보>에 창간·신년 광고 등을 집행한 의원은 모두 울산지역 새누리당 의원이었다. 박대동(울산 북구)·안효대(울산 동구)·정갑윤(울산 중구) 의원은 각각 200만 원씩을 <경상일보> 광고비에 썼다. 나머지 이채익(울산 남구갑) 의원은 155만 원, 김기현(울산 남구을) 의원은 138만 원, 강길부(울산 울주군) 의원은 30만 원을 <경상일보>에 광고비로 지급했다. 

울산시는 전통적인 여당 텃밭으로 꼽힌다. 앞서 19대 국회의원으로 뽑힌 울산시 6개 지역구(중구, 남구 갑, 남구 을, 동구, 북구, 울주군) 의원도 모두 새누리당이었는데, 이들 6명 의원이 울산 지역 언론사에 고르게 정치자금으로 광고비를 지출했음을 알 수 있었다.

지출 총액 상위 10위 안에 든 의원을 꼽아봤을 때도 정갑윤(5위).안효대(6위).박대동(8위)이채익(10위) 등 10명 중 4명이 울산지역 국회의원이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광고비 지출에 후했던 셈이다.



가장 광고비 많이 쓴 의원은 '새정치 우윤근'

광고비 지출에 한정했을 때 '가장 언론 친화적'인 국회의원은 우윤근(전남 광양시.구례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었다. 우 의원은 <광양만뉴스> 198만 원을, <전광일보> 105만 원, <광주일보> 100만 원 등 전체 56건 총 1840만여 원을 광고비로 지출해 언론-광고비 지출 의원 1위에 올랐다.

이어 2~5위에 오른 4명은 모두 새누리당 의원이었다. 2위 김학용(경기도 안성시) 의원 13건 1300만 원, 3위 신동우(서울 강동구갑) 의원 16건 880만 원, 4위 홍문표(충남 홍성.예산군) 의원 13건 875만 원, 5위 정갑윤(울산 중구) 의원 25건 873만 원 등이었다.

한편 강창일(제주 제주시갑) 새정치연합 의원은 광고 집행 38건으로 우윤근 의원에 이어 2위였으나, 총액이 831만여 원으로 다소 적어 지출 액수에서는 7위에 그쳤다.

지역구 분포로 살펴볼 때는 서울지역이 지출 의원과 총액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총 18명의 의원이 서울에 있는 중앙일간지(경제일간지 포함)에 4900만 원(144건)을 지출했고, 7명의 의원이 울산지역 언론사에 4079만 원(119건), 5명의 의원이 전남지역 언론사에 3390만 원(112건)을 광고비로 썼다. 그 뒤를 충남(6명, 52건 2492만 원)과 제주(3명, 102건 2292만 원) 지역이 따랐다.

지출 총액으로 볼 때는 서울이 1위였지만, 이를 지역 내 의석수 비율과 지출액으로 따져보니 제주가 가장 높았다. 광고비 지출 총액(2292만 원)을 지역 의석수(3석)로 나눠 본 결과, 의원 1명 당 평균 764만 원을 사용해 높게 나온 것이다. 이는 혈연.학연.지연 등이 긴밀하게 얽힌 제주도의 '괸당문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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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국회의원 정치자금 공개(2012-2022)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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