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4.09 17:19최종 업데이트 16.04.11 17:45
정치자금은 '국민의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공명정대하게 운용되어야 한다'(정치자금법 제2조). '정치활동 경비'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19대 국회의원들은 '의혹없이' '공명정대하게' 정치자금을 사용했을까?

<오마이뉴스>는 지난해 중앙선관위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약 3년치(2012년-2014년) 3만5000여 장, 36만여 건의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를 받았다. 그리고 이를 데이터처리한 뒤 59개 항목으로 나누어 '1045억 원'에 이르는 19대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사용내역을 집중분석했다. 20대 총선을 앞둔 지금, 이러한 분석내용이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말]
[자료분석] 이종호 기자
[개발-디자인] 황장연 고정미 박종현 박준규
[취재-글] 구영식 김도균 유성애 기자(탐사보도팀)



'조원씨앤아이, 민(MIN)컨설팅, 휴먼리서치, 리얼미터, 타임알엔씨, 씨엠네트워트, 한길리서치, 데일리리서치, BNF리서치, 에스앤피리서치, 케어샘플링, 마크로밀엠브레인, 타임리서치, KSOI, 현대리서치, 비전코리아, 지식경영네트워크, 엠에스이룸, ONTC, 서던포스트, 에이케이스, 모노커뮤니케이션, 엠엔케이리서치, 바이온, 파워플랜트, 윈지코리아컨설팅, 에이알씨, 닐슨컴퍼니 코리아, 리서치피플, 디오피니언, 한국인텔리서치, 밀워드브라운미디어리서치, 리서치뷰, 피플커뮤니케이션, 버스마스텔러코리아, 한국인텔리서치, 서울네트웍스, 아시아리서치, 폴리컴, 여의도리서치, 리서치앤리서치, 로넥스, 더플랜코리아, 봄온아카데미, 바이온…'


위에 열거한 업체들은 여론조사나 정치컨설팅, 홍보 등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19대 국회의원들은 이들 업체들을 통해 지역구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정치-정책과 관련한 컨설팅을 받고, 모바일 홍보 등을 의뢰했다.

의원들의 의뢰 횟수가 많았던 곳은 리얼미터, 민컨설팅, 파워플랜트, 디오피니언, 윈지코리아컨설팅, 조원씨앤아이, 한국인텔리서치, 케이샘플링, 데일리리서치 등 여론조사업체들이었다. 이들에게는 정치자금에서 최저 77만 원부터 최고 3300만 원까지 지급됐다(2012년 5월-2014년 12월까지). 한 번의 여론조사에 2750만 원을 쓴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이들 업체와 의원은 정치여론시장의 한축을 차지하고 있다. 



이원욱 의원, 네 차례 여론조사에 4235만 원 지출

19대 의원들이 '정치-여론조사와 컨설팅'(일부 스피치 교정 컨설팅비용이나 ARS 기계 구입비 포함)에 지출한 정치자금은 총 약 6억7000만 원이었다. 새누리당이 약 3억9000만 원, 새정치민주연합이 2억4104만 원, 진보정의당이 3940만 원이었다.

정치-여론조사와 컨설팅 비용은 대부분 '여론조사'에 집중돼 있었다. 여론조사에 가장 많은 정치자금을 지출한 의원은 초선인 이원욱(경기 화성시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지난 2013년 3월부터 12월까지 총 네 차례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총 4235만 원을 지출했다. 금연법 관련 여론조사(2013년 12월)를 제외한 세 차례의 여론조사는 이 의원이 민주통합당 경기도당위원장 후보에 출마한 지난 2013년 3월-5월에 실시됐다.

10여년 동안 당직자로 일했던 이 의원은 지난 2008년 국회의원에 처음 도전했다가 실패했지만 지난 2012년 총선에서 55.6%의 득표율을 올리며 국회에 입성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강기정(광주 북구갑).오영식(서울 강북구갑).정청래(서울 마포구을) 의원 등이 컷오프(공천배제)되는 과정에서 살아남은 '당내 86운동권(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가운데 한 명이다.

이 의원으로부터 총 네 차례 여론조사를 의뢰받은 업체는 한국인텔리서치였다. 한국인텔리서치는 금연법 관련 여론조사에 880만 원을, 지난 2013년 3월과 4월, 5월 각 한차례씩의 여론조사에 각각 1100만 원과 1650만 원, 605만 원을 지급받았다.

한국인텔리서치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경기 고양시을 경선을 위한 여론조사기관으로 선정됐지만, 지난 3월 IT전문가인 문용식 예비후보에 의해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됐다. 동국대 전산학과를 수료한 김기수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추천받아 경기도선관위 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나성린 의원이 3300만 원이나 들여 여론조사한 이유

여론조사 지출 비용 2위는 나성린(부산 부산진구갑, 3850만 원) 새누리당 의원이었다. 나 의원은 지난 2014년 5월과 6월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진구와 부산진구갑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글로벌리서치에 총 3300만 원을 지급했다. 이에 앞서 그는 '지역현안 여론조사비'로도 550만 원을 지출했다(2013년 2월).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거액을 들여 여론조사를 실시한 점이 눈길을 끈다. 당시 부산 진구 구청장 새누리당 후보는 하계열 현 구청장이었다. 하 구청장은 6.4 지방선거에서도 승리해 4대와 5대에 이어 '민선 3선 연임'에 성공했다. 지역신문인 <국제신문>은 "'지역구 국회의원'이라 불릴 만큼 인지도나 행정 장악력이 높다"라고 평가했다(2014년 2월 18일자). 다만 "지역구 국회의원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라는 평가도 있다.

나 의원이 하 구청장을 잠재적 경쟁자로 생각하고 여론조사를 통해 미리 지역구 여론을 살펴봤을 가능성이 있다. 하 구청장은 '민선 3선 연임'을 바탕으로 오는 21대 총선에서는 국회의원에 도전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3선(20대 총선)에 이어 4선(21대 총선)을 준비하는 나 의원에게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있는 것이다.

주승용(전남 여수시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조현룡(경남 의령.함안.합천군) 새누리당 의원도 각각 3420만 원과 3000만 원을 여론조사에 썼다. 주 의원은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2014년 3월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로넥스리서치에 정책여론조사를 의뢰하고 2200만 원을 지급했다. 같은 시기 '여론조사비용' 명목으로 770만 원을 지출했다(피플커뮤니케이션). 지난 2013년 10월에는 '지역현안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450만 원을 타임알엔씨에 지급했다.

부산지방항공청장과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을 지낸 조현룡 의원은 지난 2014년 10월과 11월, 12월 총 세 차례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리서치앤리서치에 총 3000만 원을 지급했다.

이재오(서울 은평구을, 현 무소속, 약 2883만 원).원유철(경기 평택시갑, 2538만 원) 새누리당 의원과 원혜영(경기 부천시 오정구, 2310만 원).김동철(광주 광산구갑, 현 국민의당, 2000만 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여론조사 비용으로 2000만 원대를 지출했다.

이용섭(광주 광산구을, 1950만 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2000만 원에 가까운 정치자금을 여론조사에 썼다. 정희수(경북 영천시).박덕흠(충북 보은.옥천.영동군).이학재(인천 서구.강화군갑).류성걸(대구 동구갑, 현 무소속).이명수(충남 아산시) 새누리당 의원과 신계륜(서울 성북구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여론조사에 지출한 비용은 1320만 원-1540만 원대였다.

이재오 의원은 지난 2012년 6월 '여론조사비' 명목으로 총 약 2883만 원을 디오피니언(2420만 원)과 서울네트웍스(약 463만 원)에 지급했다. 이는 자신의 대선출마를 위한 여론조사에 지출한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여론조사를 실시하기 직전인 지난 2012년 5월 10일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550억 재력가 박덕흠 의원, ARS 기계까지 구입해 운영

나성린.주승용 의원처럼 지난 2014년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를 실시한 의원들도 눈에 띄었다. 김희국(대구 중.남구).류성걸.박덕흠.박상은(인천 중.동구.옹진군).심학봉(경북 구미시갑) 새누리당 의원과 김현미(경기 고양시 일산 서구).김상희(경기 부천시 소사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이 지난 2014년 1월부터 6월까지 여론조사에 지출한 금액은 2억3361만여 원에 이르렀다. 이는 여론조사 지출 비용 총액(약 5억2320만 원)의 절반(약 45%)에 가까운 규모다.

류성걸 의원은 대구시민 여론조사 등 총 세 차례의 여론조사에 총 1430만 원을 지출했다. 김희국.박상은.심학봉 의원은 각각 대구 중.남구와 인천시, 구미 도의원 선거와 관련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각각 880만 원과 500만 원, 330만 원을 여론조사업체에 지급했다. 이와 별도로 심 의원은 지방선거후보자 공천과 관련한 여론조사에도 561만 원을 썼다.

박덕흠 의원은 지난 2014년 5월 330만 원을 주고 ARS기계를 구입해 운영했다. ARS기계 구입과 ARS 여론조사 녹음(총 6회 약 105만 원), 전화요금(723만여 원), 여론조사(374만 원) 등에 총 약 1532만 원을 썼다. 박 의원의 재산은 총 550억8130만 원(2016년 3월 기준)으로 4.13 총선에 출마한 후보자들 가운데 5번째로 많다.

그런데 무역학과 교수 출신인 박성호(경남 창원시 의창구)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14년 6월 '6.4 지방선거 후보자' 관련 여론조사비용으로 1200만 원을 썼는데 이 비용을 지급받은 곳은 창원대였다. 박 의원은 창원대 학생처장과 총장을 지내 창원대와는 특수관계다. 박성호 의원실은 "창원대 사회과학연구소 서베이센터 김정기 교수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라고 설명했다.

김현미.김상희 의원도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2014년 5월 일산 서구와 지방선거 여론조사 명목으로 각각 440만 원과 330만 원을 썼다.

김동철 의원, 당 대표 경선 여론조사에 2000만 원 지출

당 대표나 광역자치단체장 등을 준비했거나 출마했던 의원들도 여론조사에 적지 않은 정치자금을 지출했다.

김동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당 대표 출마를 준비하던 지난 2014년 12월 '여론조사 용역비'로 2000만 원을 썼다. 김 의원이 여론조사를 의뢰한 곳은 조원씨앤아이였다. 폴컴이 전신인 조원씨앤아이는 주로 야당(민주통합당, 새정치민주연합, 진보정의당, 통합진보당)과 거래하는 업체로 알려졌다. 지난 2013년에는 민주정책연구원 여론조사기관에 선정된 바 있다.

같은 당 이용섭 의원도 지난 2013년 민주통합당 5.7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당 대표 후보단일화'와 '민주당 전당대회 단일후보 선정 배심원 추출'을 위한 여론조사를 세 차례 실시했다. 이 의원은 같은 해 9월 닐슨컴퍼니코리아과 현대리서치연구소에 각각 1000만 원과 950만 원을 지급했다. 이 의원은 지난 2013년 민주통합당의 5.4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강기정 후보와 단일화를 시도한 바 있다.

민주통합당 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던 신계륜 의원도 지난 2013년 3월 '당원여론조사비' 명목으로 660만 원을 지출했다. 이와 별도로 신 의원은 1년 뒤인 지난 2014년 4월 '의정활동을 위한 여론조사비'로 엠앤케이리서치에 660만 원을 지급했다.

또한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정병국(경기 여주.양평.가평군).원유철 새누리당 의원은 '경선 관련 여론조사' 등에 각각 400만 원과 500만 원을 썼다. 하지만 두 의원은 남경필(경기 수원시병, 현 경기지사) 의원에서 패했다.

전북도지사 출마를 적극적으로 검토했다가 불출마했던 김춘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2013년 10월 '지방선거 관련 여론조사' 비용으로 175만 원을 썼다. 이에 앞서 전북도당위원장에 출마하려고 했던 지난 2012년 5월에는 77만 원을 여론조사비용으로 지출했다.

한편 정책이나 법안 등과 관련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의원은 세 명뿐이었다. 김윤덕(전북 전주시 완산구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세월호 특별법'(440만 원), 같은 당 윤후덕(경기 파주시갑).이원욱 의원은 각각 '전월세'(110만 원, 설문조사)와 '금연법'(880만 원)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원욱 의원은 지난 2013년 12월 대중영업장의 흡연 허용 여부를 주인이 직접 결정하도록 하는 '선택적 금연법'을 발의한 바 있다.


심상정 의원, 연설문 기획-작업에 1260만 원 지출

여론조사와는 별도로 '정치컨설팅'이나 '연설문 작성', '스피치 교정' 등에 정치자금을 지출한 의원들도 있었다. 양승조(충남 천안시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2013년 4월과 5월에 각각 '최고위원 선거컨설팅'과 '최고위원 선거홍보' 명목으로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총 2974만 원을 지급했다. 이근형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는 참여정부 여론조사비서관을 지냈다. 

심상정(경기 고양시 덕양구갑) 진보정의당 의원은 대표연설 기획과 공동작업 명목으로 파워플랜트 등에 총 1260만 원을 지급했다. 연설문 작성을 외부 업체에 의뢰한 경우는 심 의원이 유일하다. 파워플랜트는 심 의원과 가까운 김성희 현 정치발전소 공동대표가 운영하는 정치기획사다.

심 의원은 지난해 11월 당 대표 산하에 전략기획위원회를 설치하고 김성희 공동대표를 전략기획위원장에 임명했다. 당시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김성희 전략기획위원장은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 출신으로 다양한 실무경험과 정치기획으로 정당과 정치의 혁신 프로그램을 주도해왔다"라고 평가했다.

같은 당 서기호(비례대표) 의원도 지난 2014년 2월 '정치컨설팅 자문료' 명목으로 에이케이스(A-CASE)에 1100만 원을 지급했다. 에이케이스는 참여정부에서 연설기획비서관실 행정관과 춘추관장을 지낸 유민영씨가 설립한 곳으로 '홍보와 위기관리 컨설팅' 전문업체다.

새누리당에서는 이학재 의원이 정책컨설팅과 의정활동교육 비용으로 각각 1500만 원과 200만 원을 민컨설팅에 지급했다. 이 의원은 지난 2013년 8월 민컨설팅에 여론조사 비용으로 1500만 원을 지급했다. 김상민 의원도 민컨설팅으로부터 두 차례 정책컨설팅을 받았다. 김 의원이 민컨설팅에 지급한 비용은 총 2000만 원이었다. 민컨설팅은 지난 1991년 설립된 한국 최초의 정치컨설팅업체로 정치전략가로 널리 알려진 박성민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과 임내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발음 교정 등 스피치 컨설팅에 정치자금을 지출한 경우다. 윤 의원과 임 의원은 스피치 컨설팅에 각각 308만 원('나다움')과 90만 원('봄온아카데미')을 썼다. 임 의원이 스피치 컨설팅을 받은 봄온아카데미는 아나운서 교육기관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신계륜 의원은 온라인 홍보 컨설팅 비용으로 220만 원을 썼다. 신 의원에게 온라인 홍보 컨설팅을 의뢰받은 '바이온'은 온라인 마케팅(블로그, SNS 등) 업체로 본사는 대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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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국회의원 정치자금 공개(2012-2022)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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