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4.02 15:31최종 업데이트 16.04.08 16:49
정치자금은 '국민의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공명정대하게 운용되어야 한다'(정치자금법 제2조). '정치활동 경비'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19대 국회의원들은 '의혹없이' '공명정대하게' 정치자금을 사용했을까?

<오마이뉴스>는 지난해 중앙선관위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약 3년치(2012년-2014년) 3만5000여 장, 36만여 건의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를 받았다. 그리고 이를 데이터처리한 뒤 59개 항목으로 나누어 '1045억 원'에 이르는 19대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사용내역을 집중분석했다. 20대 총선을 앞둔 지금, 이러한 분석내용이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말]
[자료분석] 이종호 기자
[개발-디자인] 황장연, 고정미, 박종현, 박준규
[취재-글] 구영식 김도균 유성애 기자(탐사보도팀)



[기사보강: 4일 오후 6시 52분]

국회의원들의 정책비와 교육비 지출은 업무 성실성을 가늠하는 척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9대 국회의원들이 2012년 5월~2014년 12월까지 32개월 간 '정책-교육비'로 쓴 돈은 1억 원도 채 되지 않았다(51명, 총 9259만 원). 여기에는 의원의 등록금이나 어학비 등 교육비뿐 아니라 보좌진의 연수비, 초청 강연 강사료 등도 포함된다.



정당별로 분류해 봤을 때, 당시 의석수가 많았던 새누리당이 교육비 지출이 가장 높았다. 새누리당은 소속 의원 24명이 약 6750만 원을 썼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2명 의원이 약 2317만 원, 진보정의당 4명 의원이 약 189만 원, 통합진보당 1명 의원이 약 4만 원을 정치자금에서 교육비로 지출했다.



공부하고 인맥 쌓고... 대학원 다닌 의원들은 누구?

'정책-교육비' 가운데 가장 지출이 많은 내역은 대학원 등록금이었다. 의원들은 서강대·서울대·전남대·중앙대·한양대의 대학원 또는 최고지도자 과정에 등록해 공부하며 인맥을 쌓았다. 총 15명 의원이 등록해 각각 약 400만 원의 등록금을 냈는데, 이 중 의원들이 가장 많이 간 곳은 서강대 '국회 최고위전문가과정'으로 학기당 등록금은 400만 원이었다.


서강대 국회 최고위전문가 과정에는 총 9명 의원(강석훈, 강은희, 권은희, 김영주, 김현숙, 류성걸, 민현주, 이종훈, 전하진)이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김영주(서울 영등포구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서강대에서 장학금을 받았다며 지난 2012년 6월 80만 원을 환급받아 재입금했고, 이종훈(경기 성남시 분당구갑)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12년 12월 '결제 오류'를 이유로 서강대로부터 400만 원을 환불받았다.

서울대에 등록한 의원은 2명으로 모두 새누리당이었다. 이완영(경북 고령.성주.칠곡군) 의원은 지난 2013년 9월 '의정 활동을 위한 국회의원 교육비(서울대학교 최고 경영자과정 입학비용)'와 접수비용으로 435만 원을 정치자금에서 지출했다.

같은 당 주호영(대구 수성구을) 의원도 '서울대 AFP 교육비'로 60만 원을 지난 2014년 1월 지출했다. 이는 서울대 인문대가 운영하는 '최고지도자 인문학 과정(AFP)'으로, AFP는 '근원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주 의원은 지난 2012년 5월 '한국능률협회 CEO문사철 클럽'에도 225만 원, 같은 해 9월 '영남일보 CEO 아카데미'에도 300만 원을 썼다.

김현미(경기 고양시일산서구)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난 2013년 9월 중앙대학교에 '독일경제 및 사회정당, 정치체계 교육비'로 200만 원을 냈다. 김 의원은 같은 해 11월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독일식 자본주의는 영미식 주주 자본주의와 다르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라고 해서 지역·노동자·협력업체 등을 모두 안고 간다"라며 이를 언급했다.

한편 교육비 지출 의원 51명 중 19명이 여성 의원으로 전체의 약 37%를 차지했다. 이는 19대 국회 여성의원 비율(19명, 7.7%)에 비춰보면 꽤 높은 비율이다. 정책비용에서와 마찬가지로 교육비용에서도 남성의원보다 여성의원들의 지출이 두드러진 셈이다(관련 기사: 정책-비용 지출 1위 심상정, 상위 8명이 여성의원).

초청강연, '정당개혁'과 '고혈압 예방' 등 의원 관심사 따라

초청강연은 어땠을까? 이는 주로 의원의 관심사에 따라 또는 당시 정치 현안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김용익(비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당개혁' 강연으로 문성근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대표를 초청했다. 강연료는 50만 원이었다.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은 문 대표가 지난 2010년 야5당(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통합을 목적으로 만든 정치운동단체다. 이자스민(비례대표) 새누리당 의원은 이주여성 자립을 돕는 '꿈드림학교' 명목으로, 또 의사출신인 문정림 의원은 '고혈압 예방 홍보교육 캠페인' 명목에 정치자금을 사용했다.

박원석(비례대표) 진보정의당 의원은 거시경제학 관련, 같은 당 심상정(경기 고양시 덕양구갑) 의원은 중국 정책과 현안 관련, 이인영(서울 구로구갑) 새정치연합 의원은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 등'으로 외부 인사를 초청해 강사료를 지급했다. 장하나(비례대표) 새정치연합 의원은 정치아카데미 등이 진행하는 '보좌진 정책전문가과정'에 등록하기도 했다.

노무현 재단의 교육 강좌를 수강한 의원도 있었다. 김현(비례대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4주기 즈음인 지난 2013년 4월 5일 노무현재단에서 진행한 교육강좌에 5만 원을 내고 이를 수강했다.

사용내역을 부실하게 적은 의원들도 있었다. 신경림(비례대표) 새누리당 의원은 본인과 보좌진 2명이 '의정활동연수비' 명목으로 약 1660만 원을 지난 2013년 5월 24일 하루에 지출했으나, 사용처에는 '곽'이라고만 기재돼 있어 무슨 내용의 연수인지 알 수 없었다.

이와 관련, 신 의원실 관계자는 "선관위에 상세 보고서를 따로 첨부해 자세히 적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라며 "당시 의원·보좌진이 함께 네덜란드와 스웨덴 보건사회부 등에 7일간 의정활동 연수를 갔다"고 말했다. 또 "이후 한국에 돌아와 관련 토론회 2차례를 열고 지역보건법 대표 발의를 해 통과시키는 등 이와 관련한 다양한 정책을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지출 총액이 높은 이유도 항공료가 포함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같은 당 최경환(경북 경산시.청도군) 의원도 지난 2013년 2월 '의정 보고회 당원교육특강' 명목으로 방아무개씨를 불러 100만 원을 지급했으나, 정확한 교육주제와 초청인사의 이름조차 알 수 없었다.

심윤조 의원, <조선일보> '원퍼런스' 행사에 190만 원 지출

심윤조(서울 강남구갑)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14년 2월 26일, 조선일보사에서 주최한 '원퍼런스'에 190만 원의 참가비를 냈다. 조선일보사는 그해 3월 3~4일 1박 2일 일정으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제5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sian Leadership Conference·ALC)를 진행했다.

<조선일보>는 당시 "유료 참가자 혜택으로 ALC멤버십제도를 시행한다, 유료 참가자 전원에게 50만 원 상당의 삼성 태블릿PC와 20만 원 상당의 고급브랜드 가방이 지급되며 1년간 조선일보 주최 미술전시회 참가권, 조선일보 뉴지엄 관람권 등을 준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이때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PC와 가방 등은 이후 의원실 신고 내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편 정치자금으로 어학교육을 받은 의원은 김영우(추후 매출취소), 김영주, 김정록, 송영근, 신동우, 윤영석, 이만우(새누리당), 김영환, 백군기, 설훈, 임수경, 추미애, 홍종학(새정치민주연합), 박원석, 심상정(진보정의당) 등 총 15명이었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윤영석(경남 양산시) 새누리당 의원만 지난 2014년 2월~7월까지 6개월간 연달아 신청했을 뿐, 대부분 의원은 1회 신청에 그쳤다. 또 김영주(비례대표) 새누리당 의원은 '한일의원연맹 회원', 김영환(경기 안산상록을) 새정치연합 의원은 '한-싱가포르 의원친선회 회장'이라는 이유로 원어민 강사의 수업을 듣는 등 어학교육비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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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국회의원 정치자금 공개(2012-2022)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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