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4.05 21:10최종 업데이트 16.04.08 17:00
정치자금은 '국민의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공명정대하게 운용되어야 한다'(정치자금법 제2조). '정치활동 경비'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19대 국회의원들은 '의혹없이' '공명정대하게' 정치자금을 사용했을까?

<오마이뉴스>는 지난해 중앙선관위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약 3년치(2012년-2014년) 3만5000여 장, 36만여 건의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를 받았다. 그리고 이를 데이터처리한 뒤 59개 항목으로 나누어 '1045억 원'에 이르는 19대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사용내역을 집중분석했다. 20대 총선을 앞둔 지금, 이러한 분석내용이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말]
[자료분석] 이종호 기자
[개발-디자인] 황장연, 고정미, 박종현, 박준규
[취재-글] 구영식 김도균 유성애 기자(탐사보도팀)




각종 행사나 혼례, 장례식장에서 국회의원이 보낸 화환을 보는 일은 드물지 않다. 국회의원의 화환을 전시하는 것은 행사 주최자가 유력인사임을 과시하는 동시에, 의원에겐 참석자들에게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각인시켜 주는 일종의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다.



화환과 조화(근조화환)를 보내는 데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한 정당은 새누리당이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316회 4억3264만 원을, 새누리당은 1048회 3억5891만 원을 썼다. 제1야당이 여당보다 7300여만 원 더 지출한 것이다. 통합진보당은 103회 3115만 원, 진보정의당은 69회 1000만 원을 지출하는 데 그쳤다(무소속 2건 295만 원).

4선·5선 중진의원들, 화환과 조화 비용 상위 차지

많은 의원들이 상가에 조화를 보낼 때 생화로 만든 화환을 보내기보다는 근조기를 전문적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이용했다. 생화 조화가 다시 사용되고 환경오염과 돈 낭비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근조기를 선호하는 것이다. 의원들은 '슈빅' 등의 근조기 배송회사를 이용하고, 근조기를 보낸 횟수에 따라 월마다 결제했다. 



의원별로 화환과 조화 비용 총액 상위를 살펴본 결과, 생화 조화를 많이 보낸 중진 의원들이 상위를 차지했다. 액수에서는 총 19회에 걸쳐 3345만 원을 지출한 이병석(경북 포항시 북구) 새누리당 의원이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이석현(경기도 안양시 동안구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으로 37회에 2775만 원을, 3위인 원혜영(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새정치연합 의원은 42회에 걸쳐 2657만 원을 썼다. 이석현 의원은 5선이고, 이병석.원혜영 의원은 4선이다.

초선인 문재인(부산 사상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출 액수면에서는 4위에 머물렀지만, 총 100차례 화환이나 근조기를 보낸 것으로 나났다. 이는 국회의원들 가운데 가장 많은 횟수다. 문 의원은 각종 경조사 화환 발송과 쌀화환, 현충원 헌화 등에 총 2624만 원을 지출했다. 경대수(충북 증평군진천군음성군) 새누리당 의원은 근조기 주문제작에만 총 800만원을 썼다.

지역구가 있는 국회의원의 경우 지역구 특성이 반영된 배달처가 많았다. 전라북도 남원시와 순창군이 지역구인 강동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2013년 3월 29일 '남원충렬사춘향제'와 지난 2013년 5월 27일 '남원향교성년례'에 각각 10만 원짜리 화환을 보냈다. 또한 강 의원은 지난 2013년 11월 11일 6·25전쟁민간인희생자 합동위령제, 지난 2013년 12월 2일 6·25참전유공자위령제에도 조화를 보냈다.

제주지역 의원 3명 위령제 등에 총 1700여만 원 지출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 민간인 학살이 벌어졌던 지역구 의원들의 경우 조화를 보낸 횟수가 많았다. 특히 1948년 제주 4·3사건으로 수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됐던 제주 출신 의원들은 1년에도 수차례 조화를 보냈다.

강창일(제주도 제주시갑), 김우남(제주도 제주시을), 김재윤(제주도 서귀포시) 의원 등 제주를 지역구로 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3명은 '4.3 위령제', '해녀항일운동', '북촌리 희생자', '북부예비검속 희생자' 등 민간인 희생자 위령제 등에 총 1700여만 원어치의 조화를 보냈다.

김성곤(전남 여수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여순사건위령제', 성완종(충남 서산시.태안군) 새누리당 의원은 '태안동학농민 추모', 신성범(경남 산청.함양.거창군) 새누리당 의원은 '함양산청거챵양민희생자 추모제'에 조화를 보냈다. 특히 신 의원은 지난 2012년 이후 매년 산청함양사건 양민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사에 조화를 보냈다.

노회찬(서울 노원구병) 진보정의당 의원은 지난 2012년 6월 9일 쌍용자동차 희생자들 영전에 영정바구니 두 건을 보내는 데 14만 원을 지출했다. 김을동 의원(서울 송파구병)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14년 5월 16일 세월호 참사 단체 분향소에 조화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숙부 칠순 잔치에도 정치자금으로 화환 보내

국회의원들은 다른 의원의 경·조사에 축하난과 조화를 보내기도 했다. 박성호(경남 창원시 의창구)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13년 3월 28일 황우여 교육부 장관에게 취임축하난(10만원)을 보냈다.

양승조(충남 천안시 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2014년 3월 22일 같은 당 이종걸(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의원 부친상에 조화를 보냈다. 이학영(경기도 군포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2014년 7월 16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김두관.서갑원.백혜련.손학규.신정훈 후보 등 5명에게 축하난을 배송하는 데 45만 원을 썼다. 

일부 의원들은 친지에게 (근조)화환을 보내면서 정치자금을 사용하기도 했다. 성완종(충남 서산시.태안군)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13년 3월 15일 '지곡 셋째 숙부 칠순' 잔치에 10만 원을 썼다. 같은 당 신동우(서울 강동구 갑) 의원도 지난 2012년 9월 1일 '서천 거주 친지 근조화'로 10만원을 사용했다.

정치자금법 제2조 3항은 정치자금을 "사적 경비로 지출"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치자금으로 친인척들 행사에 화환이나 조화를 보내는 것은 '사적 경비'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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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국회의원 정치자금 공개(2012-2022)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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