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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인들 감히 즈려밟고 갈 수 있겠나. 오로지 너만이 스스로 목을 칠 수 있으니..."

겨울에서 초봄까지 피는 동백꽃을 일본에선 '사무라이의 꽃'이라 한다. 통째로 지는 동백꽃의 모습을 두고 하는 표현이다. 여기엔 두려움과 경외가 혼재돼 있다. 생목숨을 한 칼에 베어버리는 사무라이의 잔인함에 대한 극도의 두려움과 구차하게 연명을 청하지 않는 사무라이의 기개에 대한 흠모...

사람들은 한겨울에 피기 시작해 초봄에 지는 이 꽃에게 '기다림' '절제' '애타는 사랑'과 같은 꽃말을 붙였다. 그럴싸하게 꽃말이라도 붙여서 아름다움을 예찬하고픈 마음이 꽃이다.

전남 해남 땅끝에 있는 아름다운 절 미황사에도 동백꽃이 한창이다. 대웅전 뒤와 도솔암 가는 길에 숲을 이룬 미황사 동백꽃은 해풍을 맞아서인지 색이 더욱 붉다.

그러고 보면 남도의 절은 동백숲으로 유명한 곳이 많다. 가수 송창식의 노래와 미당 서정주의 시로 유명세를 탄 고창 선운사의 동백숲, 정약용의 유배 적거지인 다산초당까지 단아하게 이어진 강진 백련사의 동백숲, 그리고 멀리 바다를 아련하게 품은 미황사의 동백숲...

남도의 절이 동백숲을 일부러 조성한 까닭이 있다. 동백나무는 상록수로 물을 잘 머금는 습성이 있다. 이 때문에 예부터 동백숲은 홍수를 예방하고, 가뭄을 막는 훌륭한 역할을 해왔다.

절 주변에 조성한 동백숲은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바로 마을로 들이닥치지 못하게 하는 자연 댐 구실을 한다. 또한 물을 품어 가뭄에 사람들이 목말라 죽는 일이 없게 한다. 한국의 사찰이 터 좋은 명당에 똬리 틀고 있는 것 같지만 이처럼 숲을 조성해 재해를 막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봄이 완연해질수록 이번 동백꽃을 볼 수 있는 시간도 그만큼 줄어든다. 꽃이야 다시 피겠지만 허튼 다짐 투성으로 또 흘러보내는 시절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다시 서툰 다짐이라도 하면서 희망을 곧추 세워보는 수밖에. 봄, 환장할 봄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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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모이, #미황사, #동백꽃, #사무라이, #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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