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4.02 20:44최종 업데이트 16.04.08 16:50
정치자금은 '국민의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공명정대하게 운용되어야 한다'(정치자금법 제2조). '정치활동 경비'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19대 국회의원들은 '의혹없이' '공명정대하게' 정치자금을 사용했을까?

<오마이뉴스>는 지난해 중앙선관위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약 3년치(2012년-2014년) 3만5000여 장, 36만여 건의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를 받았다. 그리고 이를 데이터처리한 뒤 59개 항목으로 나누어 '1045억 원'에 이르는 19대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사용내역을 집중분석했다. 20대 총선을 앞둔 지금, 이러한 분석내용이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말]
[자료분석] 이종호 기자
[개발-디자인] 황장연, 고정미, 박종현, 박준규
[취재-글] 구영식 김도균 유성애 기자(탐사보도팀)

▶바로가기- '19대 정치자금 봉인해제' 특별면

국회의원들은 의정보고서, 인터넷 홈페이지, 문자, 현수막 등을 통해 자신을 홍보한다. 여기에다 연하장이나 캐리커처 명함, 사진, 동영상 등도 홍보수단으로 자주 동원된다. 심지어 의정활동에 활용하기 위한 버추얼방송 장비까지 구입한 의원도 있다. <오마이뉴스>는 이를 '홍보-기타비용'으로 분류해 분석해봤다.



경대수, 연하장 제작비에만 약 3000만 원 지출

홍보-기타비용에는 총 12억2230만 원이 지출됐는데, 새누리당 약 7억3009만 원, 새정치민주연합 약 4억6978만 원, 진보정의당 약 1700만 원, 통합진보당 약 890만 원이었다.


홍보-기타비용에 가장 많이 지출한 의원은 경대수(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군) 새누리당 의원이었다. 경 의원은 총 3772만여 원을 썼는데 이 가운데 약 2923만 원(두 차례)을 연하장 제작에 사용했다. 축전 케이스 홀더에만 330만 원을 지출한 것도 눈에 띈다. 경 의원은 서울중앙지검 제1.2차장과 제주지검장,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을 지낸 검사출신 초선 의원이다.



같은 당 김상민(비례대표) 의원은 비례대표임에도 불구하고 홍보-기타비용에 3353만여 원을 지출해 눈길을 끌었다. '홍보-기타비용 상위 15위' 가운데 비례대표는 김 의원이 유일했다. 김 의원은 1180만 원을 들여 연하장 2만7000부를 제작했다. 이와 별도로 약 127만 원의 연하장 제작비를 추가로 지출했다.

정병국(경기 여주.양평.가평군).원유철(경기 평택시갑).심윤조(서울 강남구갑) 새누리당 의원과 박영선(서울 구로구을).이낙연(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군).김한길(서울 광진구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00만 원대, 박성효(대전 대덕구).신동우(서울 강동구갑).강창희(제주 제주시갑).이명수(충남 아산시).유기준(부산 서구) 새누리당 의원과 정청래(서울 마포구을).이언주(경기 광명시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000만 원대의 정치자금을 인사장, 엽서, 카드, 후원회 안내장, 동영상 등의 제작과 발송에 사용했다.

김한길 의원은 '감사카드'와 '축하카드', '새해인사장' 제작에 약 2000만 원(약 1946만 원)에 가까운 정치자금을 썼다. 심윤조 의원은 연하장 제작(세 차례)과 발송(1차례)에만 1886만여 원을, 정병국 의원은 추석인사장 인쇄와 DM발송에만 1700만 원을 지출했다. 박영선 의원처럼 연하장을 제작하지 않은 의원들도 있었다.

박영선 의원은 연하장을 제작하지 않는 대신에 북콘서트(2012년)에 무려 약 1192만 원을 지출했다. 북콘서트 홍보물 제작에만 448만여 원을 썼고, 영상제작 363만 원, 영상.조명 275만 원, 촬영 약 106만 원 등이 들어갔다. 당시 <자신만의 역사를 만들어라>라는 책을 냈던 박 의원은 지난해에도 <누가 지도자인가>를 발간한 뒤 지역을 돌며 북콘서트를 열었다. 방송사 기자와 앵커출신답게 지지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북콘서트를 선호한다.

그밖에 신동우(932만여 원).유기준(1107만여 원).이한성(경북 문경.예천군, 962만여  원).박성효(638만 원).박명재(경북 포항 남구.울릉군, 622만여 원) 새누리당 의원과 김영주(서울 영등포구갑, 약 833만 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연하장 제작에 '500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하'의 정치자금을 지출했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불교특보단장을 맡았던 주호영(대구 수성구을) 새누리당 의원은 120만 원을 들여 '석가탄신일 축전카드'를 제작해 눈길을 끌었다. 

이철우 의원실 "전산등록을 잘못했다"

홍보-기타비용 가운데 연하장 제작비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동영상 제작이나 사진촬영 등에 들어가는 정치자금도 만만치 않다. 조원진(대구 달서구병).박성효.강길부(울산 울주군) 새누리당 의원은 각각 660만 원과 605만 원, 550만 원을 들여 홍보동영상을 제작했고, 안철수(서울 노원구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약 540만 원을 동영상 제작비로 썼다. 특히 박성효 의원이 지출한 605만 원은 19대 총선 직후 '선거기록 영상물 제작'에 사용한 금액이다.

조원진 의원은 660만 원짜리 동영상을 제작해 새누리당 대구시장 경선에 도전했지만 권영진(현 대구시장) 전 의원에게 패배했다. 그밖에 노웅래(서울 마포구갑, 385만 원).신경민(서울 영등포구을, 286만여 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이완구(충남 부여.청양군, 220만 원).김을동(서울 송파구 병, 198만 원).김태흠(충남 보령.서천군, 약 160만 원) 새누리당 의원도 동영상 제작에 100만 원 이상을 지출했다.

김영환(경기 안산시 상록구을, 현 국민의당)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50만 원을 들여 '의정활동 활용용 버추얼방송국 장비'를 구입했다. 박근혜 의원(대구 달성군, 현 대통령)이 두 개 업체로부터 동영상솔루션을 구입한 점도 눈에 띈다(약 56만 원).

그런 가운데 이철우(경북 김천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14년 12월 31일에 동영상 제작비로 550만 원을 썼다고 중앙선관위에 신고했다. 그런데 이 의원이 550만 원을 지급한 곳은 '현대스파월드'였다. '현대스파월드'는 경북 김천시 시청로에 위치한 헬스장이다. 현대스파월드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스파도 있었지만 지금은 헬스장만 운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중앙선관위에 신고한 내역대로라면 이 의원은 헬스장에 동영상 제작을 의뢰하고 550만 원을 지급한 셈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현대스파월드가 있는 빌딩에 이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이 있다는 점이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12월 31일이면 현대스파월드에 임대료, 관리비, 전기요금 등을 내는 때인데 회계책임자가 이것을 (동영상 제작비로) 잘못 기재한 것 같다"라고 해명했다.

나중에 이 의원실에서 보내온 '전자세금계산서'를 보면, 이 의원은 지난 2014년 12월 29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엔씨시애드에 '의정보고서 영상제작' 비용으로 550만 원을 지급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12월 29일은 세금계산서 발행한 날이고, 선관위에 신고된 날짜(12월 31일)는 관련대금을 결제한 12월 31일이다"라며 "전산등록이 잘못된 것은 확실하다"라고 말했다.

개혁파 야당의원들, 이곳에서 사진 찍었다

의원들은 활용도가 가장 높은 명함 제작에도 많은 정치자금을 투자했다. 이낙연 의원은 명함 제작(디자인비 등 포함)에만 총 896만여 원을 지출했다. 여기에는 점자.한자명함(약 71만 원)과 직원명함(약72만 원) 제작비도 포함돼 있다. 김광림.김성태.김정록.민병주.박민식.이상일.이완영.이학재 새누리당 의원과 박병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명함 제작에 500만원대-600만 원대를 지출했다.

이낙연 의원처럼 점자명함을 제작한 의원은 정두언(서울 서대문구을).김명연(경기 안산시 단원구갑).김용태(서울 양천구을).한선교(경기 용인시병)새누리당) 새누리당 의원과 김용익(비례대표).김상희(경기 부천시 소사구).주승용(전남 여수시을, 현 국민의당).최동익(비례대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노회찬 진보정의당 의원, 김선동(전남 순천시.곡성군).이상규(서울 관악구을) 통합진보당 의원이었다. 특히 김용태 의원은 점자명함 제작에만 약 181만 원을 지출했고, 시각장애인인 최동익 의원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회장을 지냈다.

김경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처럼 금박명함과 일반명함을 별도로 제작하는 의원도 있었고, 같은 당 문병호 의원은 명함용으로 캐리커처를 만들었다(30만 원). 양승조.이종걸 의원은 영문명함과 국문명함을 별도로 만들었다.

김경협 의원실은 "명함에 국회 로고를 인쇄할 때 금색으로, 또는 검은색으로 한 일이 있는데 장당 가격이 1~2원 차이이다"라며 "흔히 인식되는 고가의 금박 명함과는 전혀 다르다"라고 밝혔다.

사진에 적지 않은 비용을 들이거나 언론사에서 찍은 사진을 구입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김상민 의원은 세 차례의 의정사진 촬영에 350만 원을 썼고, 이와 별도로 사진구입으로 추정되는 '언론보도 콘텐츠' 구입에도 약 506만 원을 투자했다. 같은 당 홍문종.현영희(비례대표) 의원과 이윤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사진촬영에 150만대-180만 원대를 지출했다.

진선미(비례대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프로필과 명함, 블로그에 쓰일 사진을 촬용하고 '크레타스튜디오'에 150만 원을 지출했다. 작가주의 사진을 내세운 '크레타스튜디오'에서는 송호창.이언주.은수미.장하나 의원 등 개혁성향 야당의원들이 선거포스터와 홍보물용으로 사진을 촬영했다. 문재인 전 대표도 이곳에서 당 대표 시절 '공식 프로필' 사진을 찍었다.

유일호.여상규.이상일.이종훈(새누리당).우원식.변재일,진성준.안민석.우원식(새정치민주연합).심상정(진보정의당) 의원은 <한겨레>와 <오마이뉴스>, <경향>, CBS, <연합뉴스>, <뉴스1>, <뉴시스>, <동아일보>, <이데일리>, <프레시안>, <민중의 소리> 등에서 의정활동 사진을 구입했다. 우원식 의원은 약 122만 원, 이상일.여상규 의원은 각각 60만 원대의 정치자금을 이러한 사진구입에 썼다. 양승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오마이뉴스>에서 촬영한 인터뷰 영상을 22만 원에 구입했다.

강석훈, 캐리커처 제작에 100만 원 지출

또한 강석훈(서울 서초구을) 새누리당 의원은 캐리커처 제작에 100만 원을 들였고, 심상정(경기 고양시 덕양구갑) 의원과 박혜자(광구 서구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한복대여에 45만 원과 22만 원을 썼다. 심 의원은 의정보고서 표지 사진을 촬용하기 위해 한복을 대여했다고 신고했다. 윤영석(경남 양산시) 새누리당 의원과 원유철 의원도 스튜디오촬영과 방송출연을 위해 각각 21만여 원과 15만 원을 한복대여비로 지출했다.

황인자(비례대표) 새누리당 의원은 한국 메이크업 1세대가 운영하는 신단주아카데미에서 두 차례 메이크업을 하고 총 20만 원을 지급했다. 문병호(인천 부평구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전 대통령 영정사진 제작에 20만 원을, 김종훈(서울 강남구을) 새누리당 의원은 당원교육용 대통령사진 액자 제작에 약 17만 원을 지출했다.

이목희(서울 금천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약 53만 원을 들여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촉구 피켓 배너 어깨띠'를 제작했고, 같은 당 김춘진(전북 고창.부안군) 의원과 김관영(전북 군산시, 현 국민의당) 의원은 '도당선거 화백만평'과 '지역위원회 재래시장 활성화 캠페인 어깨띠' 제작에 각각 25만 원과 13만여 원을 지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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