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4.11 16:09최종 업데이트 16.04.11 18:09
정치자금은 '국민의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공명정대하게 운용되어야 한다'(정치자금법 제2조). '정치활동 경비'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19대 국회의원들은 '의혹없이' '공명정대하게' 정치자금을 사용했을까?

<오마이뉴스>는 지난해 중앙선관위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약 3년치(2012년-2014년) 3만5000여 장, 36만여 건의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를 받았다. 그리고 이를 데이터처리한 뒤 59개 항목으로 나누어 '1045억 원'에 이르는 19대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사용내역을 집중분석했다. 20대 총선을 앞둔 지금, 이러한 분석내용이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말]
[자료분석] 이종호 기자
[개발-디자인] 황장연, 고정미, 박종현, 박준규
[취재-글] 구영식 김도균 유성애 기자(탐사보도팀)

▶바로가기- '19대 정치자금 봉인해제' 특별면

의원들은 누구에게, 어떤 이유로 선물을 보낼까? 19대 국회의원들이 정치자금으로 사용한 '후원-선물' 항목을 살펴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2012년 5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30개월여간 선물비로 사용한 금액은 총 4375만 원. 사용 내역은 주로 방한 의원단 등 외빈 선물, 해외출장시 관계자 선물, 보좌진 명절 선물 등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낸 '정치자금 회계실무(2014)'에 따르면, 의정활동 지원을 격려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좌직원에게 명절 선물을 제공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동료 국회의원 등에게 명절 선물을 하거나, 각종 축·부의금을 제공하는 것은 정치활동이 아닌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의례적 행위이므로 정치자금 지출이 불가능하다고 나와 있다.



'대구 생산 안경' 선물에 110만 원 지출

그러나 권은희(대구광역시 북구갑)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13년 10월 18일, '대구 에너지 포럼 참석 의원 선물, 대구 생산 안경' 명목으로 110만 원을 결제했다. 포럼에 참석한 의원들에게 대구에서 생산한 안경을 선물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를 선물 받은 의원이 누구인지, 몇 명에게 선물했는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간담회나 업무협의회의 경우 관련 식대 지출은 정치자금으로 가능하나,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난 식사 제공 등은 기부행위에 해당해 불가능하다. 중앙선관위는 이와 관련해 "(정치 활동과 관련돼 있다면) 정당한 지출임을 증명할 수 있도록 증빙자료를 구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위반 사례로 의심 가는 내역은 더 있었다. 지난 2014년 10월 14일, 김동완(충남 당진시) 새누리당 의원은 '당진 특산물 홍보'라며 '당진 농협 해나루' 유통센터에서 약 48만 원을 썼다. 무슨 품목을 사서 누구에게 줬는지 등 자세한 사항은 기재하지 않았다.

이원욱(경기 화성시을) 새정치연합 의원도 지난 2014년 3월 24일 '해외 방문 선물 제작비'라며 '대일자개'에서 110만 원을 결제했지만, 출장 일정이나 활동 내용 등 자세한 내역은 없었다.

남성 헤어샵에서 외빈 선물 구입?

이만우(비례)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13년 11월 23일 토요일 '헤아'에서 '외빈선물 구입'명목으로 35만 원을 썼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헤아(Herr)'는 남성 전문 헤어샵이지만 넥타이·보타이 등 남성제품도 판매한다. 이 의원은 같은 날 비슷한 액수(35만1000원)를 썼다가 '착오 지출'이라며 반환했지만, 이 건은 반환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또 같은 해 8월 19일, 성탄절 전날인 12월 24일 각각 '외빈 기념품', '외빈 대사 선물'이라며 와인업체 '피디피와인(주)뱅가'에서 7만 원, 와인레스토랑 '55도 와인앤다인'에서 23만 원을 썼다. 정치자금 사용내역에 따르면, 이 의원은 토요일인 같은 해 12월 28일 '해외개발금융 관련 전문가 간담회'를 연 것으로 돼 있다.

정갑윤(울산 중구)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14년 9월 2일 '재외 동포 기념품 구입' 명목으로 '시계나라'에서 210만 원을 썼다. 공식 홈페이지 일정에는 정갑윤 의원이 이날 국회부의장 자격으로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주지사 일행을 만났다고 돼 있다.

다만 정 의원은 앞선 8월 23일, 한국웅변인협회 명예회장 자격으로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세계 한국어 웅변대회'에 참석한 적이 있어, 이 때 재외 교포들을 만났을 수 있다. 한편 정 의원은 같은 해 12월 8일에도 '재외동포 기념품 구입대' 명목으로 60만 원을 썼다.

제19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으로 근무했고, 현재 국회 한-미 의원외교협의회 부회장을 맡은 황진하(경기 파주시을) 새누리당 의원은 주로 주한 외국대사들을 챙겼다. 황 의원은 매년 1~2회 '주한대사 및 주한미군사령관 증정 선물', '주한대사 등 추수감사절 선물'에 정치자금을 썼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이렇게 지출한 금액은 117만 원 정도다.

의원실 청소노동자 명절 선물에 지출하기도

의원들이 보좌진을 챙기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견된다. 이한성(경북 문경시 예천군)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13년 12월 27일 '보좌관 퇴직기념 선물'이라며 금은방인 '금석당'에서 96만 원을 썼고, 같은 당 한선교(경기 용인시병) 의원은 이듬해 12월 24일 '사무실 직원 8명 크리스마스 케이크' 선물 용도로 18만 원을 썼다.

특별한 곳에 정치자금을 쓴 경우도 있다. 은수미(비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2014년 1월, '641호 청소담당 2분'에게 설 명절 격려 선물이라며 10여만 원을 쓰기도 했다. 국회 의원회관 641호는 은수미 의원의 의원실이다. 은 의원은 지난 2013년 5월 출범한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을을 지키는 경제민주화 추진위원회'의 약칭)에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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