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4.11 09:59최종 업데이트 16.04.11 17:54
정치자금은 '국민의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공명정대하게 운용되어야 한다'(정치자금법 제2조). '정치활동 경비'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19대 국회의원들은 '의혹없이' '공명정대하게' 정치자금을 사용했을까?

<오마이뉴스>는 지난해 중앙선관위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약 3년치(2012년-2014년) 3만5000여 장, 36만여 건의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를 받았다. 그리고 이를 데이터처리한 뒤 59개 항목으로 나누어 '1045억 원'에 이르는 19대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사용내역을 집중분석했다. 20대 총선을 앞둔 지금, 이러한 분석내용이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말]
[자료분석] 이종호 기자
[개발-디자인] 황장연, 고정미, 박종현, 박준규
[취재-글] 구영식 김도균 유성애 기자(탐사보도팀)



'돈 가는 곳에 마음도 있다.'


19대 국회의원들이 지난 2012년 4월~2014년 12월까지 총 33개월간 정치자금으로 시민·지역·복지 단체 등을 후원한 비용(아래 '후원-단체')은 총 8억9481만 원에 달했다. 이는 다른 국회의원 또는 대선·재보궐 선거 출마 후보를 후원한 자금은 제외한 금액이다.



정당별로 보면, 후원-단체 비용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새누리당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약 6억9168만 원을 후원했으나, 새누리당은 1억8922만 원에 그쳤다. 소속 의원이 적은 진보정의당은 약 634만 원, 통합진보당은 약 266만 원 정도였다(무소속 약 456만 원).

장학금, 동창회비도 정치자금에서 지출

정치자금법 2조 3항에 따라, 국회의원의 정치자금은 정치활동 경비로만 써야 하며 사적 모임에 쓰면 안 된다. 법에서는 사적 경비에 대해 ▲ 가계의 지원·보조 ▲개인 채무 변제·대여 ▲ 향우회·동창회·종친회 등 사적 모임의 회비 등이라고 규정해 놓았다. 하지만 이 조항을 무시한 의원이 많았다.

정수성(경북 경주시) 새누리당 의원은 본인이 졸업한 경북고동창회에 30만 원, 갑종장교들 모임인 갑종장교 전우회에 20만 원, 경북중.고 45회 재경동기회에 20만 원 등 총 70만 원을 정치자금에서 사용했다. 경북 안동 출신인 류성걸(대구 동구갑) 새누리당 의원도 지난 2013년 2월 경북중.고 동문장학회 장학금으로 300만 원을 기부했는데, 이는 정치자금에서 지출한 것이었다.

이군현(경남 통영시.고성군)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13년 1월 '전국그라운드골프연합회 회장 연회비' 200만 원을 정치자금에서 썼다. 같은 당 이한구(대구 수성구갑) 의원은 33만 원, 문정림(비례대표) 의원은 5만 원을 지난 2013년 2월과 4월 전직 국회의원 동우회인 '대한민국헌정회'에 냈다.

야당 의원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수현(충남 공주시) 새정치연합 의원은 충남 공주시 주요인사 모임인 '계룡회' 회비에 6만 원을, 같은 당 백재현(경기 광명시갑, 전라북도 고창 출신) 의원은 친목모임인 '전북도민회비' 20만 원을 정치자금에서 썼다.

신계륜(서울 성북구을) 새정치연합 의원이 지난 2012년~2013년 '전국대학민주 동문회'에 낸 26만 원도 엄격히 보면 사적인 경비 지출이다. 신 의원은 지난 2013년 7월 '대한 배드민턴연합회 회장 회비 및 후원금'으로 1000만 원을 쓰기도 했다.

한편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문익환 목사 추모, 강기훈 콘서트 등 사회운동 성격의 행사가 있을 때 여럿이 한꺼번에 후원한 반면, 새누리당 의원들은 주로 개인적인 지역단체 후원이 많았다.



국회의원들의 전대통령 등 정치인 관련단체 후원 규모. ⓒ 이종호


김대중·노무현 앞선 '김근태' 관련 단체 후원액

김대중·노무현·이명박 등 전직 대통령과 관련된 연구소를 후원하는 의원들도 많았는데, 김근태 전 의원과 관련한 단체 후원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후원 단체별로 보면, 고 김근태 의원을 따르는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의 '민주평화연구소'에 후원한 의원이 총 16명, 6580만 원이었다. '김근태계'로 불리는 최규성(전북 김제시완주군) 새정치연합 의원 등 주로 야당에서 '민평련 운영위원', '연구소 기부금' 등으로 후원했고, 김근태한반도재단 32명 4590만 원, 인권의학연구소 8명 3000만 원 등 김근태 전 의원 관련 단체가 각각 후원금 상위 2.3.4위에 올랐다. 인권의학연구소는 '김근태 치유센터' 설립을 주도한 단체다. 

가장 많은 후원금을 받은 단체는 '생활정치연구소'로, 이 연구소 이사진에 속해 있는 김성곤(전남 여수시갑)·박완주(충남 천안시을)·원혜영(경기 부천시오정구)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총 8652만 원을 후원했다(2012년 5월~2014년 12월).

그 외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 단체인 김대중재단(평화센터)·(사)행동하는양심 등에 새정치연합 의원 23명이 총 2636만 원을 후원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단체인 노무현재단·(사)한국미래발전연구소·노사모추모식 등에 새정치연합 의원 6명이 총 648만 원을 후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단체인 '이명박 대통령 기념재단'에 후원한 의원은 단 한 명이었다. 주호영(대구 수성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2014년 2월 7일, '우리청계기념사업회설립회비' 명목의 두 차례에 걸쳐 총 500만 원을 후원했다.



후원금 지출 상위 5명 의원 모두 '새정치연합'

의원별로 보면, 후원-단체 지출 총액 상위 의원 5명(원혜영·신계륜·최규성·신기남·설훈) 모두 새정치연합 소속이었다. 특히 총 9828만 원을 후원해 1위에 오른 원혜영(경기 부천시오정구) 의원은 지난 2012년 5월~2014년 12월까지 거의 매달 200~300만 원을 '정책연구모임 회비' 명목으로 생활정치연구소에 보내는 등 총 '8500만 원'을 후원했다.

오제세(충북 청주시흥덕구갑) 새정치연합 의원은 주식회사 하렉스웰텍에서 해온 '기초수급장애인.중증장애인 명절선물 구입' 지원 명목으로 총 5회 약 2450만 원을 지출했다. 오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명절 때마다 하렉스웰텍에서 장애인들에게 줄 선물을 구입하는데 그 비용 중 일부를 의원실에서 지원한 것이다"고 말했다. 하렉스웰텍은 LED스탠드 등을 생산하는 도매업체로 알려져 있다.

세대별 차이도 엿보였다. 1954년 출생인 김상희(경기 부천시소사구) 새정치연합 국회의원이 통일맞이·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역사가 깊은 단체에 주로 후원했다면, 1977년 출생인 장하나(비례) 같은 당 국회의원은 청년유니온·핫핑크돌핀스 등 비교적 최근에 생긴 청년.환경단체들에 후원하는 경향을 보였다. 김상희 의원은 후원 167건을 기록해 의원 중 최다였다(총 167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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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국회의원 정치자금 공개(2012-2022)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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