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3.25 10:45최종 업데이트 16.04.08 16:14
정치자금은 '국민의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공명정대하게 운용되어야 한다'(정치자금법 제2조). '정치활동 경비'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19대 국회의원들은 '의혹없이' '공명정대하게' 정치자금을 사용했을까?

<오마이뉴스>는 지난해 중앙선관위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약 3년치(2012년-2014년) 3만5000여 장, 36만여 건의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를 받았다. 그리고 이를 데이터처리한 뒤 59개 항목으로 나누어 '1045억 원'에 이르는 19대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사용내역을 집중분석했다. 20대 총선을 앞둔 지금, 이러한 분석내용이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말]
[자료분석] 이종호 기자
[개발-디자인] 황장연, 고정미, 박종현, 박준규
[취재-글] 구영식 김도균 유성애 기자(탐사보도팀)

▶바로가기- '19대 정치자금 봉인해제' 특별면

국회의원들이 주요하게 활동하는 곳은 당연히 여의도 국회다. 지역구 활동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의정활동은 여의도 국회를 거점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현행법상 244명)은 불가피하게 서울에 의정활동용 숙소를 마련하기도 한다. 물론 지역구에서도 의정활동용 숙소를 임대하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정치자금으로 의정활동용 숙소를 마련할 경우 그곳에는 반드시 의원 본인만 거주해야 한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의정활동용 숙소에 의원 가족이 사는 것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정치자금법 제2조에 따르면, 정치자금은 '정치활동을 위하여 소요되는 경비'로만 지출해야 하고 '사적 경비나 부정한 용도'로 지출해서는 안 된다. 의정활동용 숙소에 의원 가족이 거주하는 것은 '사적 경비'로 분류되는 '가계의 지원·보조'에 해당한다.

18대 국회에서 활동했던 이재선 당시 자유선진당 의원의 경우 월세 160만 원짜리 의정활동용 숙소를 아들이 사용했고, 윤영 한나라당 의원의 경우 지역에 마련한 의정활동용 숙소를 딸이 출퇴근용으로 사용해온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총 34명이 서울에 숙소 마련... 총 6억여 원 지출

19대 국회에서 정치자금으로 의정활동용 숙소를 빌린 의원은 총 34명이었다. 18대 국회 23명보다 11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이들이 의정활동용 숙소 임대료와 관리비로 사용한 정치자금은 총 6억4217만여 원이었다. 의정활동용 숙소를 빌린 의원 1인당 1888만여 원을 숙소 임대료와 관리비로 지출한 것이다.

의정활동용 숙소를 빌린 새누리당 의원은 조원진.서상기.홍문종.유기준 등 21명이었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강기정.박주선(현 국민의 당).이해찬 등 11명이었다.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의당은 각각 2명(김선동, 오병윤)과 1명(강동원)이었다.

의정활동용 숙소 임대료와 관리비로 가장 많은 정치자금을 지출한 의원은 조원진(대구 달서구병) 새누리당 의원이었다. 조 의원이 지출한 금액은 약 6149만 원에 이른다. 이종진(4560만여 원, 대구 달성군).박성호(4554만여 원, 경남 창원시의창구) 새누리당과 의원과 임수경(3869만 원, 비례대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4000만 원대, 민병주(3568만여 원, 비례대표).이채익(3520만 원, 울산 남구갑).김기선(3494만여 원, 강원 원주시갑).김상민(3215만여 원, 비례대표) 새누리당 의원과 김승남(약 3653만 원, (전남 고흥.보성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3000만 원대를 지출했다. 

이렇게 의정활동용 숙소를 빌린 의원은 대부분 대구, 경남, 울산, 전남, 전북, 광주 등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었다. 하지만 민병주.김상민.문정림(새누리당).임수경.장하나(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비례대표와 안규백(서울 동대문구갑).홍문종(경기 의정부시을) 의원 등 수도권(서울.경기)에 지역구를 둔 의원도 의정활동용 숙소를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김희국(대구 중구.남구).이완영(경북 고령.성주.칠곡군).윤영석(경남 양산시).유기준(부산 서구).여상규(경남 사천시.남해.하동군) 새누리당 의원과 강동원(전북 남원시.순창군).이용섭(광주 광산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역구에다 의정활동용 숙소를 마련했다.

문정림 의원, 집이 여의도인데도 여의도에 별도 숙소 마련

문정림 의원은 여의도에 221.57㎡(67.14평, 2015년 공시지가 기준 11억7600만 원) 규모의 아파트를 남편과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여의도 국회 앞에다 별도의 의정활동용 숙소를 마련했다. 보증금 1000만 원인 이곳 숙소에서는 675만 원의 임대료와 100여만 원의 관리비가 정치자금에서 지출됐다. 문 의원의 거주지가 국회와 가까운 여의도라는 점에서 지출되지 않아도 되는 비용이 나간 셈이다. 

대전광역시 유성구가 거주지인 민병주 의원은 서울 마포에 49.63㎡(약 15.04평, 전세금 2000만 원) 규모의 의정활동용 숙소를 마련했다. 이곳 숙소 임대료와 관리비로 각각 3679만여 원과 약 119만 원을 정치자금에서 지출했다. 의정활동용 숙소 임대료-관리비로  3216만여 원을 사용한 김상민 의원은 서울 중구에 59.70㎡(18.09평, 전세금 3000만 원) 규모의 의정활동용 숙소를 마련했다. 

하지만 민병주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의원의 거주지가 대전인데다가 방통위 등 상임위 관련기관들이 서울에 있어 비례대표지만 의정활동을 위해 숙소를 마련했다"라며 "처음 강남에다 숙소를 마련했다가 마포로 옮겼고, 2014년 3월 이후에는 자비로 숙소를 얻었다"라고 해명했다.

임수경 의원이 서울 마포에 마련한 64.90㎡(21.03평, 전세금 2000만 원) 규모의 의정활동용 숙소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살았던 곳으로 알려졌다. 임 의원실의 한 관계자도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살았던 곳이다"라고 전했다. 의정활동용 숙소가 국회에 입성하기 전부터 살았던 거주지였다는 것이다.

장하나 의원은 제주에서 살다가 국회에 입성하면서 서울 영등포에 의정활동용 숙소를 얻었다. 전세금 1000만 원인 이곳 숙소에서는 900만 원의 임대료와 202만여 원의 관리비가 정치자금에서 지출됐다. 장 의원은 지난 2014년 8월 결혼하기 1년전 의정활동용 숙소의 전세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의정부시가 지역구인 홍문종 의원은 여의도 국회 앞에 68.88㎡(20.87평, 전세금 2000만 원) 규모의 의정활동용 숙소를 마련하고, 990만 원의 임대료와 304만여 원의 관리비를 정치자금에서 지출했다. 안규백 의원은 서울이 지역구임에도 불구하고 의정활동용 숙소를 마련했지만 숙소 관리비로 나간 정치자금은 약 45만 원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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