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3.23 21:10최종 업데이트 16.04.08 16:06
정치자금은 '국민의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공명정대하게 운용되어야 한다'(정치자금법 제2조). '정치활동 경비'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19대 국회의원들은 '의혹없이' '공명정대하게' 정치자금을 사용했을까?

<오마이뉴스>는 지난해 중앙선관위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약 3년치(2012년-2014년) 3만5000여 장, 36만여 건의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를 받았다. 그리고 이를 데이터처리한 뒤 59개 항목으로 나누어 '1045억 원'에 이르는 19대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사용내역을 집중분석했다. 20대 총선을 앞둔 지금, 이러한 분석내용이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말]
[자료분석] 이종호 기자
[개발-디자인] 황장연, 고정미, 박종현, 박준규
[취재-글] 구영식 김도균 유성애 기자(탐사보도팀)

▶바로가기- '19대 정치자금 봉인해제' 특별면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공기관·공기업 운영진의 외유성 해외출장이 도마 위에 오른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준정부기관에서 업무가 아닌 여행 목적으로 해외에 나가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다. '의원외교'로 분류되는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은 과연 어땠을까.


2012년 5월~2014년 12월까지, 32개월 동안 19대 국회의원들이 정치자금 중 해외출장비(숙박료.식대.여권발급비 등)로 사용한 금액은 약 4억1707만 원. 월별 해외출장비 사용액을 보니 2012년 8~9월, 2013년 5월과 7~8월, 2014년 7월에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별로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2억8000여만 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1억3000여 만원을 항공비와 숙박비, 식대 등으로 사용했다. 같은 기간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의당 의원들 사용액은 3백만 원도 채 되지 않았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지난 2014년 11월 낸 '제19대 국회 의원외교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회의 고유업무이자 운영경험 전수 등에서 필요한 의원외교는 그동안 목적의 추상성, 부실한 결과보고, 부적절한 출장 시기 등으로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아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9월 26일 원유철(새누리당)·김기선(새누리당)·최규성(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박2일 일정으로 떠난 일본 도쿄 출장의 공식 일정은 '일본 이고문화진흥의원연맹 임원과 만찬'에 그쳤다. 이처럼 19대 국회의원들의 출장은 단순 시찰이나 해외 교민·주재원 격려 등으로 의원 외교의 본래 취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이외에도 2012년 5월~2014년 10월까지 국회사무처와 국회스카우트의원연맹 등이 지원·집행한 국회 전반기 출장비용도 58억6030여만 원에 달했다(초청 출장, 대통령 순방 동행 등은 제외).



해외출장비 상위 3명 모두 새누리당 의원

해외출장비 사용 1위는 이에리사(비례대표) 새누리당 의원이었다. 탁구선수 출신인 이 의원은, 호주·미주 한인체육단체 등과 만나 미팅 및 간담회, 티타임을 열며 약 4020만 원을 해외출장비로 썼다. 이 의원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이자 평창동계올림픽·국제경기대회지원특별위원회 간사기도 하다.

해외출장비 총액 순으로 꼽아본 결과, 신경림(비례) 새누리당 의원이 약 3127만 원 사용, 서상기(대구 북구을) 새누리당 의원이 약 2131만 원을 사용해 이에리사 의원에 이어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특히 서상기 의원은 지난 2013년 8월과 9월 각각 정책개발간담회와 CIA(미국의 국가정보기관) 방문이라는 명목으로 500여만 원을 사용했다.

국회의원들은 데이터 해외로밍 서비스도 정치자금으로 썼다. 김성태(서울 강서구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13년 4월~9월 각 4건의 해외출장 때마다 로밍비용을 정치자금으로 썼는데 그 금액이 약 156만 원에 달했다. 박성호(경남 창원시 의창구) 새누리당 의원도 지난 2013년 6월 '해외출장으로 인한 업무용 휴대폰비' 107만 원을 정치자금으로 결제했다.

김재원 의원, 면세점 270만 원 결제

본래 정치자금은 '정치자금법' 제2조에 따라 정치활동을 위해서만 써야 하며 사적 경비로 지출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런 규정에도 불구하고 해외출장시 개인적인 용도로 정치자금을 썼다가 반환한 때도 있었다.

지난 2014년 3월 12일~3월 22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제130차 국제의원연맹(IPU) 총회에 참석한 전순옥(비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같은 기간 가죽제품으로 유명한 '스쿠올라 델 쿠오이오(SCUOLADELCUOIO)', 화장품 판매처인 파리 몽쥬약국(PHARMACIEMONGE) 등에서 71만3348원을 결제했다. 전 의원은 이렇게 사용한 10일 뒤인 3월 31일 '착오지출'이라며 이를 반환했다.

김재원(경북 군위·의성·청송군) 새누리당 의원도 마찬가지다. 김 의원은 지난 2013년 5월 30일 프랑스 명품 '에르메스(Hermes)', 프랑스 특산품인 '콩피스리(Confiserie)' 등 사적 사용으로 의심되는 4건에 약 108만 원을 쓴 뒤 5일 뒤 반환했다. 당시 김 의원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해외시찰' 명목으로 네덜란드와 덴마크 등을 방문 중이었다.

김재원 의원은 특히 2012년 12월 19일 18대 대통령 선거일 직후인 20일, 롯데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270만 원을 결제했으나 이후 반환하지 않았다. 사용 내역에는 '카드 결제'라고만 쓰여 있었다. 이와 관련 김 의원실 관계자는 "당시 회계 담당자가 퇴사했고, 나머지는 선거로 인해 지역에 와 있어 정확한 내용을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앞서 항공권을 정치자금으로 결제했다가 취소하고, 여행 표를 샀다가 환불하는 등 결제 착오가 잦았던 것과 관련해서는 "보통 카드를 쓰시니까, (의원님이) 잘 몰라서 그런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결제 착오가 있을 때마다 수수료로 청구되는 비용은 모두 정치자금에서 지출됐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 기사는 프리미엄 국회의원 정치자금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