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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대안에 대해 강의 중인 정대영 소장
▲ 정대영 송현 경제연구소 소장 한국경제의 대안에 대해 강의 중인 정대영 소장
ⓒ 신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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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한국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뒤따를 것이라고 하잖아요. 하지만 그 말은 완전히 허구예요. 일본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까지 가기라도 했지, 한국은 전혀 아니잖아요. 이대로라면 한국은 일본보다는 아르헨티나나 필리핀에 가까운 상황에 빠질 겁니다. 일본은 부동산 거품이 이미 빠지기도 했고, 사회 복지 및 소득 불평등 등 대부분의 경제 지표에서 한국보다 낫습니다."

강의를 시작하며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 소장은 한국 경제의 암울한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일본은 부동산 거품이 이미 빠져 현재 동경의 집값은 서울보다 싸며, 사회복지 및 소득불평등 등 대부분의 경제 지표에서 한국보다 훨씬 낫지 않냐며 기존의 시각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분석국장,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등을 역임하기도 한 정 소장은 최근 저서 <한국경제 대안찾기>를 통해 한국 경제 문제점의 해결 방안에 대해 모색했다. 그런 그를 지난 20일 오후, '독서모임 경연'이 서울 마포구 신촌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만났다. '경연'은 조선시대 왕과 신하들이 유교 경전을 놓고 국정을 논하던 독서모임의 이름으로, 현재 '민주주의 시대의 주권자인 국민과 함께하는 독서모임'을 표방하며 119차에 이른 자발적인 모임이다.

재벌보다 10% 기득권 해체가 더 시급

그렇다면 정 소장이 보기에 한국 경제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일까. 그는 진보 개혁 세력이 주장하는 재벌 개혁에 동의하면서도, 그보다도 상위 10%의 개혁이 더욱 급박한 일이라고 진단했다.

"재벌은 분명하게 개혁해야 할 대상은 맞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들은 대상이 많아야 몇 백 명에 불과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주장들을 들어보면 대개 0.1% 내지 1%의 기득권을 해체해야한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상위 10%가 국민 전체 소득의 50%를 가져가는 구조이거든요. 그리고 이들에는 재벌뿐만 아니라 대기업 경영자, 임대사업자, 전문직, 관료, 공무원, 대기업 정규직이 포함됩니다. 그리고 재벌은 어찌됐든 해외시장에서라도 경쟁을 하지만 이들은 거의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현재 기득권을 가진 10%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50%에 육박하는 소득을 어떻게 가져가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한국과 소득 불평등도가 비슷한 미국의 상위 10% 사람들은 벤처기업 등 철저한 경쟁을 통해 고소득을 누리는 반면, 우리나라는 10%가 고시 등의 일정 시험만 통과한 뒤로는 사실상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반해, 나머지 90%는 지나친 경쟁에 노출되어 있음을 지적했다. 그렇기에 상위 10%에 대해서는 경쟁에 더욱 노출 시키는 한편, 나머지 90%에 대해서는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른바 좌클릭과 우클릭을 동시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대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 그는 다음의 세 가지를 제시했다.

전문직 기득권 깨기 "의사 정원 늘려야"

한국경제의 대안에 대해 강의 중인 정대영 소장
▲ 정대영 송현 경제연구소 소장 한국경제의 대안에 대해 강의 중인 정대영 소장
ⓒ 신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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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정 소장은 전문직 수를 늘려 이들 간의 경쟁을 늘려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로스쿨 도입 이후 변호사 수가 늘어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비슷한 조치가 의료계에도 도입되어야 함을 역설했다.

"한국은 국가에 의해 의사 수가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의사협회의 로비에 의한 것이지요. 때문에 의사의 업무 범위가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넓은 데다가 인구 대비 의사 수도 최저 수준이에요. 이는 한의사도 마찬가지구요."

또한 전문직들이 지나치게 많은 업무영역을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그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미국의 풋 닥터와 척추치료사를 제시했다. 미국에선 이들이 의사의 업무를 분담함과 동시에 의사들과 경쟁도 하기에 의사들의 기득권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이런 직업은 모두 의사의 영역으로, 의사자격증이 없는 사람들은 모두 불법화되어 있다. 이런 전문직의 기득권을 해체하면 일자리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내 꿈은 임대소득자?"...월세에 세금 걷어라!

둘째는 임대소득세 신설을 대안으로 제시됐다. 부동산 임대소득은 대표적인 불로소득인데다 한국에서 가장 큰 기득권 카르텔이니 만큼 이에 대한 과세는 반드시 시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 중에서 임대소득세를 걷지 않는 나라는 없어요. 외국인한테 한국엔 임대소득세가 없다고 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고 하면서 깜짝 놀랄 겁니다. 임대소득자는 매달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몇십만 원씩 불로소득을 얻는 겁니다."

이어서 그는 현재 한국은 부동산이 지나치게 고비용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론 상위 10%인 사람들조차도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때문에 임대소득에 세금을 매겨 이를 세입자들에게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행 수 늘리기.."은행이 을인 세상"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들에서는 은행이 일주일, 아니 하루에도 새로 나타나거든요. 하지만 한국은 은행이 몇 개나 되죠? 사실상 1993년 이래로 하나도 안 생겼어요. 사실상 몇 개 안 되는 은행들이 경쟁 없이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것인데, 때문에 한국 금융이 외국으로 수출 나갔다가는 아무런 힘도 못 씁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은행 수를 늘려야 함을 역설했다. 그가 한국 금융의 낮은 경쟁력에 대해 지적했듯, 실제로 세계경제포럼인 WEF는 한국의 금융 순위를 우간다보다 아래인 세계 87로 평가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금융의 발달이 저조할수록 결국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욱 불리할 수밖에 없는 사실을 지적하며, 은행 수를 늘리는 것은 단순히 금융계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 이상의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정 소장은 다른 대안으로 행정고시 폐지 등을 제시하는 한편, 독일 사민당의 핵심 정강인 '최대한의 경쟁, 최소한의 규제'를 인용하며, 한국 사람들의 시장에 대한 과도한 불신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이러한 정책들을 제시하지 않는 기존 정당들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강의를 마치며 정 소장은 이런 공약을 내세우는 정당들이 있다면 발벗고 나서서 돕고 싶지만, 심지어 진보정당인 정의당마저 이런 공약은 내놓지 않는다며 정치권을 비판했다. 참가자들은 정리발언을 통해 상위 10% 기득권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울 수 있는 용기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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