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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로 주목을 받았던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앞서 그와 함께 청년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했던 장하나 의원도 경선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더민주의 1기 청년 의원이 모두 낙천됐다. 이들에게 지역구 경쟁의 벽은 높았다. 4년 동안 의정활동으로 많은 성과를 내며 주목 받았지만, 경쟁 후보들의 지역 경쟁력을 넘어서기는 어려웠다.

어렵게 본선에 나간 일부 후보도 마찬가지다. 더민주 뿐 아니라 새누리당을 비롯해 다른 정당의 청년 후보들도 본선 전망이 어둡다. 지금 상태로는 비례대표로 '청년 의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금수저, 흙수저', '헬조선' 등의 단어로 대표되는 청년들이 겪는 불평등과 경제적 어려움이 사회 문제로 등장했지만 정작 차기 국회는 '청년 없는 국회'가 될 조짐이다.

"15년을 6개월 만에 따라잡기는 역부족"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월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테러방지법 의결을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던 도중 기침하고 있다.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월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테러방지법 의결을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던 도중 기침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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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진 더민주 의원은 전남 순천지역 경선에서 노관규 예비후보(전 순천시장)에게 패했다. 김 의원은 안심번호로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청년 가산점 10%를 더해 51%를 최종 획득했지만 56.6%를 얻은 노 후보에게 석패했다. 당초 지역에서 두 사람의 인지도가 현격히 차이나 경선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나마 필리버스터로 김 의원의 의정활동이 재조명 되면서 노 후보와 접전을 벌일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김 의원은 탈락 소식이 전해진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꼭 재선 의원이 되고 싶었다"라며 "나의 정치적 영달이 아니라 청년비례로 국회에 들어온 사람도 4년 의정활동을 통해 지역구에서 자생할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쉽게 그러지 못했지만 이것이 청년정치의 한계로 평가되지 않기를 바란다"라며 "이것은 온전히 개인의 역량 문제였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장하나 의원은 지난 17일 서울 노원갑 경선에서 46.3%(여성 가산점 10%)를 얻어 57.8%의 고용진 후보(현 지역위원장)에게 패했다. 장 의원은 4년 동안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으로 청년과 환경, 노동 등의 분야에서 돋보이는 활동을 했지만 지역구의 관문을 넘지 못했다. 그렇다고 고용진 후보가 부족한 인물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 역시 지역을 위해 오랫동안 일했다. 장 의원 측은 "고 후보의 15년을 6개월 만에 따라잡기 역부족이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대 국회에서 정말 멋진 정치를 보여드리고, 우리 지역에 쓸모 있는 일들을 해보고 싶었지만 이번에는 제가 부족했다"라며 "국회의원 장하나가 아니라, 인간 장하나로 변함없이 좋은 이웃으로 남겠다. 아름다운 노원구 월계동·공릉동을 만들기 위해서 매일매일 노력하겠다"라고 공천 탈락의 심경을 남겼다. 그는 "청년 세대에 투표를 호소하고 청년 정치의 복원을 위해 현장을 누비겠다"라고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서울 노원병에 도전했던 이동학 후보는 황창화 후보(전 한명숙 국무총리 비서실 정무수석)에게 패했다. 이 후보는 오로지 당에서만 경력을 쌓은 청년이다. 당의 대학생위원회를 만들어내고, 김상곤 혁신위원회의 일원으로 활동을 하며 이름을 알렸지만 지역에서는 인정받지 못했다. 이 후보는 "부족했다, 더 채우겠다"라고 간략한 소감을 남겼다.

더민주의 남은 청년 후보들의 전망도 밝지 않다. 오창선 부산 사하을 후보는 경선에서 김갑민 후보(부산시당 부위원장)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지만, 본선에서 조경태 새누리당 의원과 맞서야 한다. 조 의원은 이 지역에서 야당 소속으로 내리 3선을 했다. 이와 함께 국민의당 역시 이 지역에 청년 후보를 공천하면서 오 후보에게는 쉽지 않은 선거가 됐다.

또 광주 북구갑 지역에 전략공천 된 정준호 후보 역시 청년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인지도가 거의 없어 본선 경쟁력에 의문이 제기된다. 게다가 북구갑 지역은 경쟁력 문제를 이유로 3선의 강기정 의원이 컷오프 된 지역이다. 당장 강 의원이 정 후보 전략공천에 반발했고, 김경진 국민의당 후보가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를 포기한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청년 진출의 '보루', 비례대표도 빨간불

청년비례대표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청년비례대표는 사회경력이 짧을 수밖에 없는 청년 정치인이 지역구를 통해 정치에 입문하기는 쉽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마련됐다. 그러나 이번 더민주의 청년비례대표는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고, 경선 과정도 졸속적으로 진행되면서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관련기사 : 더민주 청년비례 4년만에 '엉망진창')

27명의 후보(2012년에는 380명 지원)가 지원한 가운데 공개토론 한번 없이 서류와 면접 심사로만 4명의 후보를 추렸다. 이 가운데 김규완 후보가 새누리당 보좌관 경력이 문제가 돼 사퇴했고, 최유진 후보는 당직자의 '사전 과외' 의혹이 제기 돼 역시 후보직을 내려놓았다. 당초 청년대의원과 청년권리당원을 상대로 진행될 예정이었던 경선투표도 전면 중단됐다. 이후 당은 청년비례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

청년비례가 당헌에 명시돼 있기 때문에 뽑기는 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상태로는 최종 후보에 남은 장경태, 정은혜 후보 두 사람을 놓고 오는 20일 비례대표 순번을 정하는 중앙위원회 투표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선 자체가 부실했다는 비판 속에 다른 후보들이 공정성과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순번을 받게 된다고 하더라도 당선권 밖에 후순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이 부실 경선에 사과하기는커녕 오히려 청년 후보들을 "수준 미달이다", "국회는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곳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이에 '더민주가 청년을 버렸다'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종 비례대표 순번 결정에서도 청년비례 문제가 해소 되지 않는다면 더민주의 주요 지지층인 20~30대가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김광진 의원은 "공관위가 청년비례대표선출을 중단시켜버리고는 다른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렇게 청년비례2기를 중단시켜서는 안 된다"라며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준비하고 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준비한다고 했다.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정당으로의 모습을 보여 줄 것을 부탁한다"라고 호소했다.

새누리당과 정의당에서도 '청년 의원' 어렵다

새누리당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이 지난 1월 24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20대 총선 서울 노원병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이 지난 1월 24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20대 총선 서울 노원병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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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세대의 국회 진출 전망이 어두운 것은 다른 정당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의 경우 이준석 후보가 서울 노원병에 단수공천을 받았지만 본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와 붙는다. 더민주가 황창하 후보를 공천하며 야권의 분열로 유리한 위치이기는 하지만 당선을 보장할 수 없다. 3파전에도 불구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안 공동대표가 근소한 차이로 이 후보를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 사상에 손수조 후보 역시 여당 성향의 후보가 출마하면서 '여2야1'의 쉽지 않은 구도가 됐다. 당내 경쟁을 벌였던 장제원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더민주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가 불출마하고 배재정 의원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이준석, 손수조 후보 외에 지역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비례대표 차세대 지도자 전형에서 한 명 정도 의원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차세대 지도자 전형 자체가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형국이라 청년의원 배출을 장담할 수는 없다.

정의당의 경우 다수의 청년 후보가 지역에 출마했지만 당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진보 2세대'로 주목 받았던 조성주 후보가 비례대표 6번을 받았지만 현재 정의당 지지율로는 국회 입성이 어렵다. 조 후보가 당선되려면 정의당이 정당투표에서 최소 12% 이상을 득표해야 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


태그:#김광진, #장하나, #청년, #이준석, #손수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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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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