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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사랑하는 것은 온갖 해로운 일의 뿌리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사랑을 추구하다가…, 많은 고통으로 온통 자기를 찔렀습니다."(디모데 전서 6:10)

덕이는 요즘 본인의 수입금을 스스로 사용하는 걸 즐거워 한다. 자기 마음대로 뭔가 그렇게 해보긴 처음이기 때문 아닐까. 수입의 일부를 할머니께 드린 뒤 나머지는 스스로 사고 싶고, 먹고 싶고

일정 부분만 할머니께 드린 후 나머지는 스스로 사고 싶고, 먹고 싶고(나는 치킨과 피자 외에 다른 인스턴트 음식은 사주지 않았다), 놀고 싶은 걸 실컷 하는 눈치였다. 덕이가 즐거워하는 만큼 나는 덕이의 수입과 지출에 균형 잡힌 경제관을 더 신경 써야 하는데 이를 어쩐다?

덕이는 퇴근할 때나, 때로는 잠들기 전에 잠깐 바람 쏘이러 나간다며 마트에 다녀오곤 하면서 무엇인가 열심히 사서 나른다. 그리고 자기방 문에 '나에게 허락받고 들어오세요'라고 써 붙여놨다. 그리고는 방 열쇠를 들고 다닌다. 잠들기 전에 잠깐 이야기 할려고 해도 지금은 안 된다며 들어오지 말라고 한다.

무척 궁금은 하지만 전에 2개월 동안 휴대전화 요금이 본인 월급의 80%였던 걸 빼고는 아직 특별한 문제는 없어서 잠시 정중한 물러서기를 하고 있다. 지금은 돈 쓰는 재미에 푹 빠진 모습이다.

그리고 아마도 엄마를 만났을 때 엄마께 요리를 해드리고 싶은지 덕이가 방으로 들고 들어갈 때 비닐봉지 사이로 '요리책'을 봤다. 왜 안 그러고 싶겠나 싶어 이해는 가지만 표창장과 함께 부상으로 받은 몇십만 원의 상품권도 혼자 다 썼다.

"돈 쓰는 거 재미 있어"라는 덕이

덕이의 경제 관념은...
 덕이의 경제 관념은...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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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날이 이어졌다. 퇴근하는 덕이를 태우고 오던 어느날. 차 안에서 대화를 나눴다.

고모 : "덕아~ 요즘 내가 보니까 너가 퇴근할 때, 그리고 잠들기 전에 잠깐 나갔다 오면서 무엇인가를 사가지고 오던데?"
덕 : "응."
고모 : "무엇을 사가지고 오는지 너에게 몇 번 물었지만 '그냥'이라며 너의 방으로 들어갈 때 사실은 참으로 궁금했단다."
덕:"왜?"

고모 : "음~ 그동안 내가 보지 못했던 너의 비밀스러움 같은 것을 느낀 것 같아서 궁금해".
: "재밌어."
고모 : "응? 재밌어?"
: "돈 쓰는 거."

고모 : "아~ 그렇구나 어떤 점이?"
: "마트에서 내가 필요한 것을 고를 때."
고모 : "아~ 그렇구나. 너가 좋아하는 게 엄청 많을 것 같은데?"
: "응 내가 좋아하는 것 다~ 있어."

집에서 도보로 약5분거리에 있는 대형마트는 문구, 식품, 의류, 전자제품 등 골고루 갖추고 있다.

고모 : "뭐가 다 있어?"
: "그런 거 있어."

덕이는 이렇게 말하곤 입을 다문다. 나는 잠시 망설여진다. 다른 것과는 달리 돈에는 유난히 집착을 보인다. 그동안 덕이 마음대로 무엇을 조종하고 살아오지 못했는데 지금은 마음껏 스스로 좋아하고 하고 싶었던 것을 살 수 있어서 그런 걸까, '혹시 전에는 내 눈에 그리고 어른들 눈에 들어오는 것들 위주로 먹고, 입고, 사다 보니까 덕이가 원하는 취향과는 달랐었나' 이런 저런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나는 교도소에 수감 중인 분들을 정기적으로 교육하는 중에 그중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었다. "나는 그 재미 때문에 여기(교도소) 왔다"라고. 처음에 재밌어서 도박을 했는데 어느날 아내와 아이들이 자기를 떠났고 본인은 죄인이 되었다고. 그분은 재미와 진정한 행복은 다른 것으로 돈으로 뭔가 재미를 보려고 하면 안 된다고 하셨다. 참으로 중요한 말씀을 해주신 것이었다. 그때 떠오른 노르웨이의 시인 '아르네 가르보르그'의 말.

"음식은 살 수 있지만 식욕은 살 수 없고, 약은 살 수 있지만 건강은 살 수 없고, 푹신한 침대는 살 수 있지만 잠은 살 수 없고, 지식은 살 수 있자만 지혜는 살 수 없고, 장신구는 살 수 있지만 아름다움은 살 수 없고, 화려함은 살 수 있지만 따뜻함은 살 수 없고, 재미는 살 수 있지만 기쁨은 살 수 없고, 지인은 살 수 있지만 친구는 살 수 없고, 하인은 살 수 있지만 충직함은 살 수 없다."

하루라도 빨리 자립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나 또한 '해로운 것은 돈 자체가 아니라 돈으로 뭔가를 했을 때 재밌어 함으로 균형을 잃는 것'인데…. 덕이는 그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대로 물러날 수 없을 것 같아서 이야기를 더 해보기로 했다.

고모 : "일단은 너가 즐거워하고 있어서 그 점이 나쁘지는 않아~. 그러나 고모는 약간 조심스러워진다."
: "왜?'
고모 : "이제 다음 달이면 너가 스스로 관리한 지 12개월, 만 1년인데 그동안 고모가 옆에서 보았을 때…."

나는 여기까지 말하다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해졌다. 그래서 내 심정을 그대로 말해 보기로 했다.

고모 : "사실은 고모가 이런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약간 고민이 된단다. 왜냐하면 사랑하는 덕이가 스스로 자립하기 위해 경제관념을 잘 조화롭게 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아직은 그런 모습을 내가 보지 못하고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 더 기다려야 할까? 아니면 고모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덕이가 눈동자를 돌리며 나의 말을 듣고 있다.

고모 : "나도 처음에 월급 받아서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사용하는 재미가 좋았었어. 그러나 그때 생각에 이렇게 사용해도 되나 싶어서 몇 년간 할머니께 맡겼었거든. 내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 때까지는…."

여기까지 말하자 덕이의 간단명료한 대답.

: "내가 알아서 할게."

나는 요즘 건강을 잃는다는 것에 위험성을 실감하고 있다 점점 몸에서는 병원을 가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렇다 보니 하루라도 빨리 덕이의 자립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태그:#돈, #재미, #집착, #건강,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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