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회

포토뉴스

'현금, 골프, 위스키, 와인, 그림, 명품, 상품권….'

위에 열거한 것들은 모두 로비수단으로 자주 이용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가운데 '골프'는 다른 로비수단들에 비해 정치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부담이 적어서 '일상적인 로비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골프는 로비뿐만 아니라 '인맥관리' 측면에서도 상당히 효율적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1심에서 1억3720만 원의 횡령 혐의가 인정돼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희 건국대 이사장도 골프를 로비나 인맥관리에 적극 활용했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그 과정에서 김 이사장은 '건국대 동문' 인맥뿐만 아니라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대법관, 법원장, 방송사·일간지 사장, 국정원 간부 등 유력인사들을 동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과 로스쿨 석좌교수

<오마이뉴스>는 지난 15일 김경희 이사장과 김진규 전 총장(2010년 9월-2012년 5월, 현재 교도소 복역중)이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3년 10개월간 총 241일 골프를 쳤고, 골프비용으로만 최소 1억6652만 원이 지출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한 골프비용이 확인되지 않은 김 이사장의 골프일정까지 헤아리면 학교자금으로 지출된 골프비용은 2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관련기사]
건대 이사장-전 총장, 골프장에 1억6652만원 뿌렸다

이후 <오마이뉴스>는 총 164주(2010년 1월 1일-2013년 6월 15일까지)간 김경희 이사장의 일정이 적힌 '일정표'와 법인카드 사용내역, 검찰 공소장과 거기에 첨부된 김 이사장의 골프일정('범죄일람표9'), 추가로 입수한 건국대의 '주요동문 초청 골프 일정(안)'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김 이사장과 골프친 인사들의 명단(아래 골프 리스트)을 정리·분석했다. 그렇게 수백 명의 '골프 리스트'를 정리·분석한 결과, 김 이사장이 정계와 언론계, 법조계 인사들을 비중있게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김경희 이사장과 골프친 인사는 300명 이상에 이른다. 이는 김 이사장 일정표 등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자료들을 통해 확인한 규모다. 명단이 확인되지 않는 골프 일정들이 상당히 많다는 점에서 '골프 리스트'는 500명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정계·관계 인사로는 박희태·박관용 전 국회의장, 주호영·홍일표·김학용·김도읍 새누리당 의원,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해구·이재선·박상희·박계동·이은재·이범래·전혜숙 전 의원, 양건 전 감사원장, 김성호 전 국정원장, 차의환 전 청와대 혁신관리수석, 김조원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류화선 전 파주시장, 이명규 전 부산경찰청장 등이 포함돼 있다. 여당(한나라당, 현 새누리당)쪽 인사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과 이은재 전 한나라당 의원(비례대표), 류화선 전 파주시장이다. 박 전 국회의장은 같은 기간 총 4차례 김경희 이사장과 골프를 쳤다. 골프친 시기를 보면 국회의장에 선출되기 전(2010년 3월)과 후(2011년 9월)에 각각 1번씩,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아래 로스쿨) 석좌교수로 임명된 후에 2번(2013년 4월과 10월)이다. 특히 김 이사장은 박 전 의장이 국회의장에 임명된 직후인 지난 2010년 7월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에서 만찬을 함께 했다.

건국대는 지난 2013년 3월 6선의 박 전 국회의장을 로스쿨 석좌교수에 임용했다. 하지만 임용한 직후 건국대 교수협의회와 노조, 총학생회는 공동성명서를 통해 석좌교수 임용 철회를 촉구했다. '돈봉투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박 전 국회의장은 지난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고승덕 의원에게 300만 원이 든 돈봉투를 돌린 사실이 드러나 지난 2012년 2월 국회의장직을 중도사퇴하고, 정계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게다가 박 전 국회의장은 로스쿨 석좌교수로 재직하던 지난 2014년 9월 한 골프장 캐디를 성추행했다가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고, 40시간의 성폭력프로그램 이수와 신상정보 공개를 명령받았다.

하지만 건국대는 지난 2015년 3월 박 전 국회의장의 로스쿨 석좌교수 재임용을 강행했다. 하지만 총학생회 등 학내 반발에 부딪혔고, 궁지에 몰린 박 전 의장이 재위촉을 사양하면서 석좌교수 재임용은 철회됐다. 
건국대에서 운영하고 있는 골프장 '스마트KU 골프 파빌리온'. ⓒ 구영식
류화선 전 파주시장과 건국대 파주 골프장

이은재 전 새누리당 의원도 골프 리스트에 네 번이나 등장한다. 현역 의원 시절인 지난 2010년 8월과 2011년 7월과 9월, 10월에 김 이사장과 골프를 쳤다. 특히 이 전 의원은 지난 2012년 11월 두 차례에 걸쳐 국정원 간부가 동석한 오찬 자리에도 참석했다. 그는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이렇게 골프 리스트에 이 전 의원이 여러 번 나타난 데는 그가 건국대 교수 출신의 여성 국회의원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건국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그는 지난 1993년 건국대 정치행정학부 교수에 임용돼 지난 2004년 행정대학원장을 맡았다. 지난 2008년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고, 국회의원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한국행정연구원장(국무총리실 산하 연구기관)을 지냈다. 최근에는 서울 강남구갑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하며 재선에 도전하고 있다.

골프 리스트에 세 번 등장하는 류화선 전 파주시장은 재선에 성공하며 지난 2004년 11월부터 2010년 6월까지 6년간 파주시장을 지냈다.  이후 3선 도전에 실패한 류 전 시장은 카지노 공기업인 그랜드코리아레저 대표와 경인여대 총장으로 활동했다.

김경희 이사장과 골프를 친 시기는 파주시장에서 물러난 뒤인 지난 2010년 9월과 2011년 6월, 11월이었다. 김 이사장의 일정표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3선에 도전하던 류 전 시장의 선거사무소 개소식(2010년 5월 13일)에 참석한 데 이어 한달 뒤에는 그에게 명예박사를 수여했다(2010년 6월 23일). 이듬해 11월에는 류 전 시장의 딸 결혼식에 50만 원의 축의금을 냈다.

김경희 이사장이 류 전 시장을 이렇게 챙긴 이유는 파주시에 위치한 건국대 골프장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건국대는 교육용 자산인 축산대 실습목장을 수익용으로 전환해 지난 2011년 3월 '스마트 KU 골프 파빌리온'(아래 건국대 골프장)을 개장했다. 이후 김 이사장의 골프접대는 주로 이곳에서 이루어졌고, 그는 6114만여 원(2012년 1월-2013년 11월)에 이르는 그린피 등을 면제받았다. 

파주시는 류 전 시장이 파주시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지난 2007년부터 대중골프장 건설을 위해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심의했다. 심의 대상에는 167만9306㎡(50여만 평, 27홀) 규모의 건국대 골프장(파주시 법원읍 삼방리 소재)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파주시가 토지소유권 분쟁에도 불구하고 건국대 골프장의 조건부 등록을 허가해 '특혜 의혹'이 일었다.

골프장 부지내 일부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박아무개씨 등 4명은 지난 2011년 12월 대법원 확정판결을 통해 그 토지의 소유권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에 앞서 파주시는 토지소유권 분쟁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해당토지를 사들인다'는 조건을 달아 건국대가 골프장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해주면서 특혜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당시 박씨는 "체육시설로 등록하려면 (건국대가) 부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파주시는 소송중인 내용을 알면서도 조건부 등록을 내줘 골프장 영업을 통해 이득을 챙길 수 있도록 특혜를 주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파주시는 "건국대에서 해당부지를 제외하고 건축허가 신청서를 제출해왔기 때문에 조건부 등록을 해줬다"라고 해명했다. 

정계·관계 인사들 가운데 홍일표(법학과) 새누리당 의원과 김학송(정치외교학과)·이은재(행정학과)·박상희(행정학과) 전 의원, 차의환(정치외교학과) 전 수석 등은 건국대 출신이다. 감사원장 시절인 지난 2011년 5월 김경희 이사장과 골프를 친 양건 전 원장은 김 이사장과 한양대 동문이다. 한양대 건축학과 청강생이었던 김 이사장은 지난 2005년 '자랑스런 한양인'으로 뽑혔다. 

골프 리스트에 한번 등장하는 김성호 전 국정원장은 지난 2011년 3월 로스쿨 석좌교수로 임용됐다. 김 이사장과 골프친 것은 석좌교수에 임명된 직후인 지난 2011년 5월이었다. 재단법인 행복세상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이윤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김 전 원장은 대검 중앙수사부 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 춘천·청주·대구지검장을 거쳐 노무현 정부에서는 국가청렴위 사무처장과 법무부장관을 지냈고, 이명박 정부 초대 국정원장에 발탁됐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감사원 사무총장을 지낸 김조원 전 비서관은 건국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 전 비서관은 건국대 석좌교수(경영전문대학원)로 임명된 직후인 지난 2013년 10월 김 이사장과 골프를 쳤다. 그는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 당무감사원장을 맡기도 했다.

골프 리스트에는 국정원 출신 인사들도 등장한다. 목영만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2010년 9월-2013년 4월)은 국정원에 재직하고 있던 지난 2011년 11월 이은재·박상희 전 의원과 함께 골프를 쳤다. 서울시와 행정안전부에서 근무했던 목 전 실장은 MB 서울시인맥(일명 'S라인')의 핵심인물이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핵심 측근이었다. 그는 국정원에서 나온 뒤 삼성경제연구소 고문으로 재취업했다. 골프 리스트에 등장하는 또 한명의 국정원 출신 인사는 이상생 전 국정원 감찰실장이다. 그는 건국대 정치외교과 65학번으로 총동문회 임원(특별이사) 자격으로 '동문 초청 라운딩'에 참가했다. 
김경희 건국대 이사장의 주간단위 일정표. 조용호 전 헌법 재판관과의 골프 일정이 기재돼 있다. ⓒ 구영식
조용호․안대희․이성보․윤희식과 '서울동부지법'

골프 리스트에는 법조계 유력인사들도 포함돼 있다. 안대희 전 대법관과 조용호 현 헌법재판소 재판관, 송인준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이성보 전 국민권익위원장 등이 그들이다. 조 재판관은 4번, 안 전 대법관은 2번, 이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1번 김경희 이사장과 골프를 쳤다. 김 이사장과 골프친 시기는 이들이 대법관이나 법원장 등으로 몸담고 있을 때였다.

조용호 재판관은 서울남부지방법원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0년 3월과 6월, 광주고등법원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1년 3월 김경희 이사장과 골프를 쳤다. 골프 라운딩 멤버는 2010년 3월에는 박희태 전 의장, 송기진 전 광주은행장, 2010년 6월에는 김진원 전 SBS 사장,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 2011년 3월에는 박선주 전 판사, 김용복 전 건국대 동문회장 등이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장과 광주고등법원장, 서울고등법원장을 차례로 거친 조용호 재판관은 지난 2013년 4월 헌법재판소 재판관에 임명됐다. 서울고등법원장에 임명된 지 한달 만에 이루어진 이례적인 인사여서 주목받았다. 조 재판관은 임명된 직후인 지난 2013년 6월 김진원 전 SBS 사장, 이궁 전 SBS 보도제작국장 등과 골프 라운딩을 즐겼다. 조 재판관은 건국대 법학과 73학번이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현직 대법관(2006년 7월-2012년 7월)으로 재직하고 있던 지난 2011년 9월 건국대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 그리고 대법관 자리에서 물러난 지 8개월 만에 건국대 로스쿨 석좌교수로 임용됐다(2013년 3월-2015년 3월). 석좌교수로 임용된 직후인 지난 2013년 3월 박희태 전 의장 등 석좌교수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했고, 한달 뒤인 4월 송희영 현 건국대 총장 등과 건국대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

대검 중앙수사부장을 지내는 등 '칼잡이'(특수통 검사를 이르는 말)로 이름을 날린 안대희 전 대법관은 대법관 자리에서 물러난 직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캠프(정치쇄신특위 위원장)에 들어갔다. 변호사 사무실도 차려 개업한 지 5개월 만에 16억여 원의 수익(수임료)을 올렸다. 이는 지난 2014년 5월 안 전 대법관이 국무총리 후보자에서 낙마하는 결정적 배경으로 작용했다. 현재 그는 서울 마포갑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해 국회 입성을 노리고 있다. 대법관 출신이 총선에 출마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회창 전 신한국당 총재가 대법관과 감사원장, 총리를 거쳐 국회에 입성한 바 있다.

송인준 전 재판관과 이성보 전 위원장은 각각 지난 2012년 6월과 2011년 11월 김 이사장과 골프를 쳤다. 이 전 위원장은 골프 라운딩 당시 홍이표 서울동부지방법원 부장판사(현 의정부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 서울동부지방법원 판사를 지낸 박선주 변호사와 동행했다. 홍이표 부장판사는 건국대 행정학과 85학번이다. 대전지검장과 대구고검장을 지낸 송 전 재판관은 현재 <아시아투데이> 회장을 맡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서울동부지방법원장과 서울지방법원장을 거쳐 지난 2012년 12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냈다.

김 이사장과 골프를 친 법조계 인사들(이성보·홍이표·박선주 등)이 건국대 관할법원인 '서울동부지방법원'을 거쳤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검찰이 김 이사장의 횡령·배임혐의에 4년형을 구형했지만, 서울동부지방법원(제11형사부)은 지난해 12월 김 이사장의 횡령혐의만 인정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해 일각에서는 '봐주기 판결'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골프 리스트에는 딱 한 명의 검사가 등장한다. 건국대 행정학과 82학번인 윤희식 차장검사다. 윤 차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와 영월지청장, 인천지검 특별범죄수사부장,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장, 대구지검 형사1부장, 법무부 감찰담당관,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을 거쳐 올 1월부터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장 시절인 지난 2012년 3월 김 이사장과 만찬을 함께 했고, 한달 뒤인 4월에는 골프를 쳤다.
김경희 건국대 이사장의 일정표 아래에 있는 '메모'. 안대희 당시 대법관과의 골프 일정이 기재돼 있다. ⓒ 구영식
"김경희 이사장이 언론계와 법조계를 특별관리했다"

동문회장, 교수 등 건국대 관계자들을 제외할 경우 골프 리스트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사는 언론인들이다. KBS와 SBS,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연합뉴스> 등 유력 언론매체 고위인사들이 김경희 이사장과 골프 라운딩을 즐겼다. 이들은 정계·관계 인사들보다 더 빈번하게 골프 리스트에 등장한다. 이는 그만큼 김 이사장이 언론을 '특별관리'해왔음을 방증한다.

골프 리스트에서는 김인규 전 KBS 사장, 윤세영 현 SBS 명예회장, 김진원 현 SBS 사장, 하금열 전 SBS 사장, 이남기 전 SBS 부사장,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장대환 <매일경제> 회장, 권대우 <시사저널> 대표, 김창기 조선일보뉴스프레스 사장이 눈에 띈다.

언론사 고위경영진뿐만 아니라 <중앙일보>의 박보균 전 편집국장, 김진·양영유 논설위원, 강갑생 피플&섹션부장, <연합뉴스>의 고승일 전 정치부장과  정천기 전 문화부장, <헤럴드경제>의 정재욱 전 편집국장, <월간조선>의 최병묵 편집장 등 편집국 고위간부들도 골프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건국대의 한 관계자는 "김경희 이사장이 SBS,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특히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노조나 교수협의회가 김 이사장과 싸우는 4년 동안 단 한번도 김 이사장을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김 이사장은 언론계와 법조계 관리에 상당한 힘을 쏟았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과 이석채 전 KT 회장, 김종중 삼성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전 삼성정밀화학 사장), 강병직 전 삼성에버랜드 부사장(전 삼성전자 상무), 황수 전 GE코리아 사장, 서영태 전 현대오일뱅크 사장, 이봉관 서희그룹 회장, 김순진 놀부NBG 회장, 박형순 전 보잉코리아 홍보상무 등 재계인사들도 골프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강병직 전 부사장은 건국대에서 개발한 고급 주상복합단지 '더클래식500'의 사장을 지냈다.        

그밖에도 김영식 전 교육부 차관과 구자문 전 인천시교육청 부교육감, 이심 대한노인회 회장, 윤은기 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 김우석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조래원 전 육군 헌병감 등도 김경희 이사장과 골프를 친 것으로 확인됐다. 구자문 전 부교육감은 지난 2011년 교육부 대학지원실장 시절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지시에 따라 중앙대 본교와 분교 통합을 승인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고 지난해 4월 검찰에 소환된 바 있다.

"골프가 단순한 친교였겠나?"... 석좌교수도 로비통로?

서울동부지방법원은 김경희 이사장의 횡령·배임혐의 사건 1심 판결문에서 "김 이사장이 건국대 골프장에서 함께 골프를 친 동반자들은 건국대 동문 출신의 사회 유력인사들, 전·현직 국회의원, 언론인들, 기업인들, 건국대 교수나 임직원들이다"라며 "김 이사장이 건국대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향상시키거나 신설 골프장을 홍보하는 한편 골프장 운영 및 관리 등에 대한 조언을 듣거나 건국대 동문들과의 단합, 건국대 학교관계자들의 사기 진작, 격려, 친목 도모의 목적 등 건국대를 위하여 건국대 골프장을 이용했다고 볼 수 있다"라고 판시했다. 이는 김경희 이사장 등 학교 측의 의견이 충실하게 반영된 판결내용이다.

하지만 건국대 재단 이사를 지낸 한 인사는 "골프를 친 인사들이나 석좌교수로 모신 분들의 면면을 보라"라며 "과연 (골프를 친 것이) 단순한 친교였겠나? 로비였겠나? 단언할 수 없지만 상식적으로 로비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인사는 "학교 구성원들은 '현직 고위판사들을 상대로 한 김 이사장의 로비나 특별관리가 힘을 발휘해서 결국 김 이사장이 원하는 대로 선고된 것 아니냐'며 사법에 불신과 의혹을 보내고 있다"라고 전했다.

재단 이사를 지낸 인사의 지적처럼 골프뿐만 아니라 석좌교수 제도가 로비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임용된 석좌교수는 총 30명에 이른다. 로스쿨 석좌교수가 5명(김성호·박희태·안대희·이철송·송인준)으로 가장 많다. 일반대학원 석좌교수로 임용된 인사들(박영수․조영곤)까지 합치면 상대적으로 '검사출신'이 많은 편이다.

특히 박영수 전 서울고검장과 조영곤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김 이사장이 검찰수사를 받고 있을 때 석좌교수로 영입한 경우다(2014년 3월-2016년 2월). 교육부가 242억 원의 업무상 새임·회계비리, 수억 원의 재단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김 이사장과 김진규 전 총장을 고발했지만 검찰은 김 이사장의 8가지 혐의 가운데 3건만 기소함으로써 '봐주기 수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게다가 검찰은 1심 재판 중에 김 이사장이 골프접대한 인사들의 이름을 익명으로 바꿔야 한다고 공소장 변경을 신청해 의심을 샀다.     

감한길 의원(정치대학)과 박상희(경영전문대학원)·김진표(행정대학원) 전 의원, 김종인 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상경대학), 김동신 전 국방부장관(산업대학원), 이천수 전 교육부 차관(교육대학원), 안광찬 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 실장(산업대학원), 김조원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경영전문대학원) 등 정계·관계 유력인사들도 석좌교수에 임용됐다.

건국대의 또다른 인사는 "학교발전에 꼭 필요한 사람들을 석좌교수로 모셔오면 이해할 수 있는데 임용된 석좌교수들 가운데 (김 이사장의) 개인 비리를 보호해줄 힘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라며 "이들은 강의도 하지 않고 월 300만 원씩 받아간다"라고 말했다.
[반론] 양건 전 감사원장쪽 "그런 적 없다" 
양건 전 감사원장쪽이 "김경희 건국대 이사장과 골프친 적 없다"라고 밝혀왔다.

양 전 감사원장의 제자라고 밝힌 김래영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20일 기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양 전 감사원장은 김경희 이사장을 전혀 알지도 못하고, 또 골프를 치지 않았다"라며 "비록 공소장, 판결문 등을 분석하였다고 하나 이는 명백히 사실과 다른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는 김경희 이사장의 일정표와 검찰 공소장, 법인카드 내역 등을 분석해 양 전 감사원장이 지난 2011년 5월 김 이사장 등과 골프를 쳤다고 보도했다. 한양대 법대 교수 출신인 그는 지난 2011년 3월부터 2013년 8월까지 감사원장을 지냈다.

태그:#김경희, #건국대 골프장, #박희태, #조용호, #안대희
댓글20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인포그래픽 뉴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