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지우.

영화 <좋아해줘>에서 최지우는 혼기를 넘긴 스튜어디스 함주란 역을 맡았다. 도도해 보이지만 동시에 헛똑똑이 기운이 물씬 풍기는 캐릭터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예능프로 <1박2일>과 <꽃보다 누나>에서 한결 편해진 모습으로 다가온 그였지만 좀처럼 영화에선 소원했다. 그러던 최지우(41)가 영화 <좋아해줘>를 들고 왔다. 무려 6년 만이다.

최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오랜 공백이나 휴식에 애써 조급해하지 않았다. 1세대 한류스타의 위엄인가. 기자의 물음에 그는 "엄청 하고 싶을 만큼 매력 있는 작품을 못 만나서인 거 같다"며 시원스레 답했다. 그에게 그간의 공백과 영화에 대해 물었다.

여배우들이 뭉치다

최근까지 최지우가 대중 앞에 보인 모습을 떠올리면 <좋아해줘> 속 함주란과 연속성이 있다. 지성과 미모까지 갖춘 스튜어디스지만, 믿던 사람에게 사기까지 당하는 헛똑똑이 캐릭터다. 그럼에도 비굴하게 살진 않는다. 승진을 위해 상사에게 아부는 안 한다는 원칙이 있고, 빚을 내 장만한 집에 들인 한 세입자(김주혁 분)가 집에 대해 거칠게 불평을 해도 쉽게 위축되지 않는다.

로맨틱코미디를 표방하는 이 영화에 선뜻 출연한 건 무엇보다도 여성 동료들 때문이었다. 최지우의 전작 <여배우들>(2009)를 기억해보자. 당시 윤여정, 이미숙, 고현정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과의 작업을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던 그는 "언제 또 좋은 여배우들과 전면에 서서 작품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 않나, 안할 이유가 없었다"고 답했다. <좋아해줘>엔 이미연과 신예 이솜이 함께 등장해 서로 각자의 사랑을 성취해 나간다.

 영화 <좋아해줘>의 한 장면.

영화 <좋아해줘>의 한 장면. 함주란 집에 세를 얻은 성찬(김주혁 분)은 주란의 친절한 조언자 역할을 자처한다. 여러 사건이 벌어지며 두 사람 관계에서 묘한 반전이 이어진다. 사랑을 알아보고 먼저 다가가는 이는 주란이다. ⓒ CJ 엔터테인먼트


"이렇게 밝은 캐릭터는 아마 처음일 거예요. (그간 출연했던) 예능 프로 영향이 좀 있는 거 같아요. 많은 분들이 절 친근하게 생각해주시는 것도 그 때문이겠죠? 전 항상 변함없이 한결 같았다고 생각했는데 그전까진 새침해 보였나 봐요. 심지어 김주혁 오빠도 처음엔 제가 까다로울 거 같다고 예상했대요. 사람들의 시선이 그랬다는 걸 새삼 느꼈죠.

주란이라는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잘할 수 있을 거 같았어요. 진짜 영화는 오랜만이죠! 이런 말 하면 옛날 사람 같아 보이지만, 주로 필름으로 영화를 찍어왔는데 그땐 좀 불편한 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에요. 드라마를 주로 하다보니까 감정 연기를 끊는 게 어려웠죠. 엔지를 내면 그만큼 영화 예산이 더 들고, 모든 게 제 책임 같았죠. 영화가 디지털화되면서 그런 부담은 좀 적어졌어요. 다양한 버전으로 연기를 준비해 볼 수도 있고요."

사랑에 있어서 자기 생각을 적극 표현하는 여성 캐릭터들을 보며 최지우는 "대리 만족한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그중 그는 유아인의 대사를 꼽았다. 극중 톱스타 노진우 역을 맡은 유아인은 동료들에게 '남자가 할 말 다하면 당당한 거고, 여자가 할 말 다하면 기가 세다고 한다'라고 일갈한다. 최지우는 "그것과 함께 젊은 여자를 선호하는 남성들을 놀리는 주란이 모습도 있는데, 이게 다 여성 입장에서 충분히 공감할 대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어느새, 책임감

 배우 최지우.

여배우에게 자기 관리는 필수다. 그 비법을 물었다. "운동을 참 싫어한다"면서도 "주기적으로 체력과 피부 관리는 꼼꼼하게 한"다. 이런 관리가 어느새 습관이 됐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드라마 <겨울연가> 이후 급부상한 최지우는 말 그대로 원조 한류스타 중 하나고, 꾸준하게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일부 이 사실을 받아들이면서도 그는 "드라마 말고 영화에서도 대표작으로 꼽을 게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와 동시에 그는 '책임감'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다.

"일단 <좋아해줘>가 제게 있어 영화로 발돋움할 출발점이었으면 좋겠어요. 6명의 배우들이 많이 망가지는 모습도 보였는데 그런 건 두렵지 않아요. 드라마 <두 번째 스무살>에서 대학생 엄마 역할도 했는걸요 뭐(웃음). 일흔이 되신 선생님들도 멜로를 하고 싶다 하시는데 여배우의 마음은 누구나 같을 거예요.

이번 촬영이 참 기억에 남는데 다들 너무 착했어요. 특히 주혁 오빠는 따뜻한 말 한 마디라도 더 해주셨고, 그게 고마웠어요. 제가 드라마 촬영 일정 때문에 영화에 민폐 아닌 민폐를 끼치지도 했는데 다 받아주셨죠. 그런 게 책임감이겠죠? 저 역시 어렸을 땐 마냥 감독님은 큰 어른 같았고 어려웠는데, 어느새 제가 감독보다 나이와 경험이 더 많은 현장을 겪고 있어요. 선배로서 분위기를 잘 끌어갈 몫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서 책임감을 조금은 더 느끼게 되더라고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배우이고 싶"기에 최지우는 자신에게 붙는 '한류스타 1세대' 등의 수식어를 부담스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표작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는 생각이었다. 쌓아온 경력만큼 여유 또한 그만큼 갖고 있었다.

물론 걱정은 있다. 시원스런 성격으로 취재진을 대하면서도 "지면 인터뷰는 종종 맥락이 삭제돼서 오해의 소지가 생기는데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진심을 전하는 게 고민 아닌 고민"이라며 그는 "여기에 나이가 들며 주름이 하나 둘 늘어가는 것도 고민이다"라고 유쾌하게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쉽게 버리지 않는 믿음

 배우 최지우

<1박2일> <꽃보다 누나> 시리즈 등을 통해 최지우는 대중과의 거리를 훨씬 좁혔다. 앞으로의 예능 출연도 물론 열려 있다. "내가 모르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며 그의 눈이 반짝였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드라마를 하면서도 놓치기 싫어 택한 작품인 만큼 최지우는 <좋아해줘>에 대한 애정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이 모습에서 배우로서 투지를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도 내가 욕심 부려서 택할 작품이 많았으면 좋겠다"면서 그는 "특히 사극도 잘 준비해서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마흔을 넘긴 나이가 되기까지 최지우는 주어진 상황에서 가장 좋은 걸 꺼내 대중에게 보여 왔다. 혹자는 그를 차갑고 도도하게 본다지만, 사실 그는 자신과 사람에 대한 믿음을 쉽게 버리지 않는 우직함 또한 품고 있었다. 최지우는 자신의 초기작 드라마 <첫사랑> 때 만난 스타일리스트와 20년째 일하고 있다. 매니저 또한 그 인연이 10년을 넘었다. 그만큼 믿음과 의리를 중히 여긴다는 뜻이다.

그 믿음과 의리를 중시하고 지키는 태도가 어쩌면 최지우가 롱런하는 주요한 동력 아닐까. 지금껏 지켜온 원칙만으로도 최지우는 충분히 "동료와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는" 배우였다.

 배우 최지우.

최지우에게 언제부턴가 따라다니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결혼이다. 예상했다는듯 이 물음에 그가 "어머 촌스러!"라며 웃는다. "자연스럽게 사람과 때가 되면 하지 않을까요?" ⓒ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지우 좋아해줘 꽃보다 누나 김주혁 겨울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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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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