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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드는 것은 죽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나이가 들어갈수록 인생의 짐이 무거워 지는 것은 당연하다. 나같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결혼을 하면서 부양해야 할 식구가 늘어가며, 가족이 좀 더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더 좋은 집으로 이사 가기 위해 늘어나는 은행 계좌의 '빚'도 나의 인생을 더욱 더 무겁게 한다.

아이들이 자람에 따라 이 아이들이 져야 할 인생의 무게를 좀 더 가볍게 하기 위해서는 내 사랑의 무게가 더 커져야 한다. 그 사랑이란 것에는 책임감이 큰 비중으로 차지함은 물론이다. 자꾸 인생의 무게를 책임감과 돈이라는, 세상의 평범한 기준으로 바라보는 것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생의 무게라고 하면 그 평범한 기준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내 나이는 어느덧 4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서른 이후, 문득 인생이 무겁게 느껴질 때>라니. 솔직히 이 책의 제목은 출판사의 상술에 의해 지어진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책의 제목과 내용은 전혀 상관이 없다. 이 책의 내용은 세상과 시대라는 거대한 흐름에 편승하기를 거부하는 하는 지은이의 철학과 삶을 담담히 쓴 것이다.

자동차도 휴대폰도 없이 자전거를 이용하고 외식을 하지 않고 시골집 텃밭에서 채소와 먹을거리를 농약도 치지 않고 길러 먹는 시골에 사는 한 대학교 선생의 이야기다. 인터넷도 이메일 이외에는 사용하지 않고 매일 도시락을 싸서 출퇴근 하는 그는 바로 영남대학교 박홍규 교수이다.

박홍규 교수는 노동법 전공이다. 지금은 법과대가 아닌 교양학부에 적을 두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내가 학교에 다닐 때는 노동법을 강의했다. 교수님은 필답 형태의 시험을 보지 않으시고 학점은 오로지 리포트 과제 제출로 대체했다. 3학년 때 '윤락여성들의 실태와 대책방안'이라는, 지금 생각하면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말도 안 되는 제목의 리포트를 제출했다.

그때도 인터넷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름 자료조사도 하고 도서관에 가서 책도 찾아가며 열심히 썼다. 리포트보다는 소설에 가까운 그 리포트로 당당히 A+을 얻었다. 아마도 다른 학생들이 시도하지 않은 신선한 주제가 교수님의 감성을 터치하였으리라.

그때도 교수님은 이 책에 나오는 것과 똑같은 삶을 사셨다. 멋을 위한 것이 아닌 자르기 귀찮아서 수염을 기르고 차도 없이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했다. 강의 시간에는 노동법보다는 철학과 사회비판에 더 열정적이었다. 가끔은 학생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과감한 표현도 하기도 하셨고.

박홍규 교수의 강의는 노동법 강의보다 철학 강의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교수님은 또한 <법은 무죄인가>라는 책을 통해 우리 사회의 법과 사법 현실에 비판적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학생 시절에는 느끼지 못했던 교수님의 강의 내용과 법은 무죄인가라는 사회비판적 질문이 40대가 넘어서자 현실의 문제가 되어 아프게 다가온다.

세상이 개인의 삶의 무게를 덜어줄 수는 없을까?

나도 이 책의 저자처럼 자유롭고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은 삶을 살고 싶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런 삶을 살 수 없을 것이다. 앞에서 말한 책임이라는 인생의 무게가 한 해, 한 해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평범한 기준과 집사람이 하달하신(?) 가장 생활 지침에 따르면 내가 이 책을 쓴 교수처럼 살겠다고 하면 뭐라고 할 것이 분명히다. 하지만 집사람은 모를 것이다. 나도 인생의 무게와는 별개로 나만의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그 원대한 꿈이란 나만 행복해지는 세상이 아니라 우리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가진 자가 더 가지고 가난한 자가 더 가난해지는 세상이 아니라 가진 자는 가진자 대로 가난한 자는 가난한 대로 행복한 세상, 그것이 내가 꿈꾸는 세상이다. 그러기 위해 작은 정당에 가입해서 당비를 내고 활동하고, 여러 시민단체에 작게나마 기부금도 낸다. 열심히 책도 읽고 없는 글재주나마 글도 이곳 저곳에 쓰고 있다.

내가 무슨 혁명가도 아니고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에 나갈 만큼 능력이 되지 않지만 내 나름대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살고자 한다. 세상이 나와 함께 아이들과 세상 여러 사람들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어 주는 세상, 그런 세상에서 내 아이들은 살았으면 한다.


서른 이후, 문득 인생이 무겁게 느껴질때 - 서른에서 마흔, 절반 이상이 미래가 불안하다

박홍규 지음, 경향미디어(2011)


태그:#서른 이후, 문득 인생이 무겁게 느껴질 때, #박홍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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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에 행복과 미소가 담긴 글을 쓰고 싶습니다. 대구에 사는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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