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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14일 오후 서울 종로1가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던 69세 농민 백남기씨가 경찰이 쏜 강력한 수압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다. 경찰은 쓰러진 농민에게 한동안 계속 물대포를 쐈다. 입에서 피를 흘리는 이 농민은 시민들의 도움으로 구급차를 타고 인근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뇌수술을 받고 위중한 상태이다. 사진은 백남기씨가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기 직전의 모습이다.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지난 2015년 11월 14일 오후 서울 종로1가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던 69세 농민 백남기씨가 경찰이 쏜 강력한 수압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다. 사진은 백남기씨가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기 직전의 모습이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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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농업의 현실을 상징하는 두 단어는 '쌀'과 '백남기'였다. 그리고 그것은 2016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2015년 시작과 동시에 쌀 시장이 관세화로 전면 개방되었다. 누구든지 관세만 부담하면 쌀을 자유롭게 수입할 수 있도록 수입자유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게다가 쌀 재고가 많아서 쌀값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밥쌀 수입을 일방적으로 강행해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쌀값 보장과 밥쌀 수입 중단을 절규하던 백남기 농민에게 2015년 11월 14일 집회에서 경찰이 물대포를 쏘아 쓰러지게 만들었다. 아직 정부는 살인적인 폭력진압에 대해 사과 한마디 없다. 과잉 진압의 책임자인 경찰청장은 오히려 농민들을 향해 사법처리를 운운하며 협박하는 상황이다.

20년 이상 계속된 농산물 시장개방 확대로 농업과 농촌 그리고 농민은 빠르게 몰락해왔고, 이제 그 마지막은 남은 '쌀'마저 벼랑 위에 서 있다. 고령의 농민 백남기씨도 마지막 남은 쌀이라도 살리기 위해 나이든 몸에도 아스팔트에 서서 온몸으로 호소했다.

그러다가 백씨는 물대포에 맞아 쓰러져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쌀'과 '백남기'는 2015년 농업이 처한 현실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다. 쌀은 곧 백남기이며, 백남기는 곧 쌀이다. 둘이 아니라 하나이다.

쌀값과 식량자급률의 악순환

2016년에도 그 상황은 이어진다. 정부는 2015년 수확기 쌀값 대책으로 20만 톤 정도를 수매하여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 그 정책은 쌀값을 예년과 같이 80kg 1가마당 17만 원으로 회복하는 게 아니라 쌀값이 일시적으로나마 15만 원 이하로 더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농민들은 쌀값의 회복을 요구하며 근본적인 시장격리 대책을 주문했지만 정부는 일시적인 가격 하락 방지 대책만 제시한 것이다. 이런 땜질식 처방 때문에 과잉재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2016년에도 여전히 쌀값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게 되었다.

정부는 올해 쌀 정책의 주안점을 발표하면서 쌀값 회복은 언급도 하지 않고, 그 대신 쌀 재배면적을 줄여 쌀 생산을 감소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만약 정부의 계획대로 쌀 재배면적이 감소하여 쌀 생산이 줄어든다면 2017년부터 쌀값은 조금씩 올라갈 수 있지만 쌀 자급률과 식량자급률은 크게 하락하는 결과가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자급률이 낮아지면 정부는 다시 쌀 재배면적을 늘리고 쌀 생산을 독려할 것이며 쌀값 폭락은 또다시 나타날 것이다. 쌀값과 식량자급률의 악순환이 앞으로도 여전히 반복되는 셈이다.

쌀값과 소득 그리고 식량주권 문제에 대해 중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갖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만약 근본적인 대책과 일관성 있는 추진을 갖출 수 있다면 수급조절, 생산조정, 가격안정, 소득보전 등의 측면에서 효과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정부의 개입을 통해 쌀값과 식량주권의 딜레마도 함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 주식, 쌀 자급기반 안정을 위해서

쌀은 국민의 주식(主食)이다. 비록 국민의 식생활 습관이 변화하고 1인당 쌀 소비가 감소하여 국민 식생활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쌀이 주식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쌀을 대체하는 새로운 식량이 나오지 않는 한 쌀이 주식이라는 사실은 장기적으로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명제가 될 것이다.

또한 쌀은 우리 농업의 중심이다. 비록 돈으로 환산한 농업생산액 측면에서 쌀의 비중이 과거에 비해 크게 감소하였지만 단일 작목으로는 여전히 농업생산가치가 가장 높다. 또한 가장 많은 농민이 쌀농사를 짓고 있으며, 쌀 재배면적이 국내에서는 절대적으로 넓다.

특히 식량주권 혹은 식량안보 측면에서, 농업의 다원적 기능 측면에서, 통일을 대비하는 측면에서, 전체 농업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쌀의 기능과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그러므로 쌀 자급 기반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오랫동안 존재했고, 특별히 쌀 정책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그래서 지난 20여 년에 걸친 농산물 시장개방과 농업 구조조정의 광풍 속에서도, 농업·농촌·농민이 빠르게 몰락하는 과정에서도 적정수준의 쌀 자급기반을 겨우 유지할 수 있었다.

거리행진에 박근혜 후보 공약 등장 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2차 민중총궐기에 참석했던 노동자, 농민, 시민 수만명이 경찰 물대포에 맞아 중태인 백남기 농민이 입원한 대학로 서울대병원까지 가면을 쓰거나 직접 준비한 피켓을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경기도연맹 회원들이 '쌀값 21만원'을 공약한 박근혜 대통령 현수막에 "입이 있으면 말을 해봐라"는 문구를 넣고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 거리행진에 박근혜 후보 공약 등장 지난 2015년 12월 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2차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모습.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경기도연맹 회원들이 '쌀값 21만 원'을 공약한 박근혜 대통령 현수막에 "입이 있으면 말을 해봐라"는 문구를 넣고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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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쌀 시장 전면개방은 쌀 농업의 불확실성을 높여 쌀 농민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게다가 쌀의 추가개방 여부와 관련한 통상 협상이 진행되거나 예정되어 있어서 불확실성 및 불안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근의 밥쌀 수입을 둘러싼 농민들의 강력한 저항과 반발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추곡수매제도 폐지 이후 쌀 소득보전 직접지불제도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쌀의 실질소득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소득성이 높은 다른 작목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쌀의 자급기반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부 소득성이 높은 작목으로의 집중에 따른 밭 농업의 가격불안도 높아지고 있다.

결국 쌀시장의 관세화 전환 및 추가개방 가능성에 따른 쌀 농업의 불확실성 및 농민의 불안감 증대와 아울러 쌀 소득의 지속적인 하락추세가 이어지면서 쌀 자급기반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최근 논란이 되고 밥쌀 수입 문제와 쌀값 폭락 우려가 더해지면서 쌀 자급기반의 붕괴마저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적정수준의 쌀 자급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첫째, 대외적으로는 추가개방의 여지를 제거하여 불확실성 및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둘째, 대내적으로는 쌀 소득보전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특히, 쌀 소득을 보전하는 것은 밭 농업으로의 작목전환 현상을 억제하거나 완화해 밭 농업의 생산 및 가격 안정에도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므로 쌀 소득보전을 위해 현안인 쌀값 폭락의 우려를 해소하고, 현행 쌀 소득보전 제도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장경호 이사입니다. 장경호 이사는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이자 현재 건국대학교 경영경제학교 겸임교수입니다. 이 기사는 새사연 홈페이지(http://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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