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1.26 18:46최종 업데이트 17.06.07 10:46

3차 꿈틀리비행기 참가자인 박택현(74)씨가 지난 16일 덴마크 로스킬레 초중등학교(Roskiele private realskole)에서 학생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 정민규


박택현(74)씨에게 덴마크의 다른 이름은 '50년의 기다림'이었다. 그리고 그 기다림을 꿈틀 비행기로 풀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3일부터 21일까지 7박 9일간 덴마크로 떠나는 꿈틀 비행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행복지수 1위를 자랑하는 덴마크 사회가 대체 왜 행복한지를 직접 찾으려고 떠나는 세 번째 여행이었다.

30~40대가 많았던 29명의 참가자 사이에서 박씨가 힘들지는 않았을까. 한국에 도착한 다음 날인 22일 박씨는 "시차 적응 때문에 안 자던 늦잠을 잤다"며 껄껄 웃었다. 박씨는 20대 때 접한 유달영 전 서울대 농대 교수의 <유토피아의 원시림>을 접한 뒤 덴마크를 그려왔다고 했다. 그래도 하필 꿈틀 비행기였을까?


"패키지 여행으로 북유럽을 가려 했다면야 가볼 일이야 있었겠죠. 그런데 내가 원한 건 그런 게 아니었어요.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던 여행이니깐 특별하게 가고 싶었는데, 딱 이번 프로그램을 접한 겁니다. 유학하러 간다는 기분으로 갔는데 아주 즐겁고, 보람 있었어요."

사실 박씨가 덴마크를 갈 기회는 이미 70년대에도 있었다. 바로 옆 나라인 독일에서 그는 광부로 일했다. 부인과 자식 둘을 남겨놓고 떠난 어두운 독일의 갱도에서 그는 청춘을 바쳤다. 그 생활의 고단함은 덴마크를 허락하지 않았다. 귀국 후 바쁘게 살아온 인생 한쪽에 그는 덴마크를 남겨만 놓았다. 

3차 꿈틀비행기 참가자들이 16일 덴마크 로스킬레 고등학교(Roskiele Gymnasium)에서 학생들과 공동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정민규


아련했던 청춘이 되살아난, 지난 일주일을 꿈같았다고 말한 그는 젊은 덴마크 학생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자신과 생각을 함께하는 '우리 안의 덴마크'를 만난 일었다.

"전국 각지에서 오신 참가자분들이 나이와 지역을 떠나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누구와 이야기를 해도 이야기가 통했어요. 내가 가진 꿈을 함께 꾸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좋았고 열린 생각을 하는 분들과 함께 있다는 것이 정말이지 뜻깊었어요."

한편으로는 젊은 세대에게 미안한 기분도 들었다고 했다. 박씨는 "덴마크 사람들은 같은 사람으로 태어나서 아무런 고민 없이 행복하게 사는데 우리 젊은이들은 오죽하면 '헬조선'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앞을 볼 수 없는 세상에서 살게 된 게 안타까웠다"면서 "결국 우리 교육이 바뀌어야 하는데, 당장 바꾸지를 못하니 더 안타깝다"고 말했다.

"남이 가니 나도 가는 학교였는데..."

3차 꿈틀리 비행기 참가자인 박민호(15)군이 지난 19일 방문한 덴마크 코펜하겐 에프터스쿨연합회(Eferskolerne)에서 손을 들고 질문하고 있다. ⓒ 정민규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박민호(15)군은 꿈틀 비행기의 최연소 '나 홀로' 참가자였다. 가뜩이나 걱정이 컸던 건 민호를 처음 봤을 때의 모습이었다. 여행 첫날 참가 이유를 묻자 "엄마가 가라 해서 왔다"면서 "소 도살장에 끌려오는 기분"이라고 말하는 민호가 잘 적응할까 걱정이 됐다.

하지만 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이 됐다. 여행 중 민호는 자주 웃었다. 띠동갑을 넘어선 30대 참가자들에게까지 '형'이라며 살갑게 구는 민호를 참가자들은 기특해 했다. 코펜하겐 시내에서 만난 덴마크 사람들과도 곧잘 이야기를 나눴다. 이를 통해 민호는 느낀 게 있다고 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생각을 들어보면 '어떻게 자기 나라를 이렇게 좋아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렇게 되기 힘들잖아요. 이 나라 사람들은 정말 행복하구나, 우리도 이렇게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3차 꿈틀비행기 참가자들이 지난 15일 덴마크 퍼래바이래(Farevejle) 에프터스콜레에서 체육활동 후 함께 학생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 정민규


그중에서도 민호는 또래 고등학생들과 직접 만난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덴마크 학교는 충격이었다. 민호는 "한국에서 학교는 남이 가야 하니깐 나도 가야 하는 곳이고 공부를 집어넣기만 하는 곳인데, 덴마크는 정말 학문을 좋아해서 가는 곳이고 참다운 공부를 해나가는 모습이라서 너무 부러웠다"고 말했다.

지금 민호는 고민에 빠져있다. 민호는 "전부터 계속 이런 시험을 위한 교육을 받는 게 맞느냐란 생각을 해왔는데 그런 고민은 더 깊어졌다"면서 "부모님과는 계속 이야기를 해왔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지금처럼 교육받는 것이 정말 필요한지에 대해 더 깊게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 가서는 문예창작이나 심리학을 배워보고 싶다는 민호는 벌써 덴마크와 다시 만날 기대에 부풀어 있다. "친구들에게도 덴마크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해줄 거"라고 말한 민호는 "나중에는 비행기 값만 들고 덴마크를 가보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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