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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 정책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린다. 최근 화제가 된 서울시 청년수당에 대해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와 중복된다는 이유로 서울시의 사업 추진을 반대하면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설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취업성공패키지는 정부가 홍보하고 있는 주된 청년 일자리 정책 중 하나다. 다만 청년만을 위한 정책은 아니다. 기존 대상이었던 저소득층이 참여하는 것은 유형Ⅰ, 미취업 청·장년 등이 참여하는 것은 유형Ⅱ이다. 다시 말해 취업취약계층에게 단계적인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책이다. 취업성공패키지는 3단계로 이루어지는데 1단계는 취업 상담, 2단계는 직업훈련, 3단계는 취업알선이다.

서울시 '청년수당', 고용노동부 '취업패키지'와 중복된다?

취업성공패키지를 소개하고 있는 고용노동부 워크넷 홈페이지.
 취업성공패키지를 소개하고 있는 고용노동부 워크넷 홈페이지.
ⓒ 워크넷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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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참여 목표 인원과 예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15년 참여 목표 대상만 36만 명, 2015년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에 들어간 예산은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하여 3374억 원에 달한다.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하면 단계별로 1단계 상담은 최대 20만 원(유형Ⅱ, 저소득층 대상인 유형Ⅰ은 25만 원), 2단계 직업훈련은 월 28.4만 원, 3단계는 저소득층인 유형Ⅰ참여자에 한해 취업성공수당 최대 100만 원을 받는다. 유형Ⅱ로 참여한 청년은 취업하더라도 취업성공수당은 받을 수 없다.

취업성공패키지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말 그대로 취업이다. 진로와 적성, 취업 관련 상담을 받은 후 고용센터와 연결된 학원에서 직업훈련을 받는다. 훈련 내용에 따라 수개월 동안 훈련을 받고 나면 고용노동부 고용정보시스템인 워크넷에 등록된 기업의 일자리를 알선 받게 된다.

청년 일자리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시기에 상담부터 취업까지 연결해준다고 생각하면 이는 분명 좋은 취지의 정책이다. 그러나 저소득층 취업취약계층을 위해 시작했던 정책인 만큼, 이 정책이 다양한 욕구를 갖고 있는 청년을 모두 포괄할 수 정책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생긴다.

우선 취업성공패키지가 계속해서 지적을 받는 사항 중 하나는 목표 인원이 과다하다는 측면이다. 올해 국회예산정책처도 추가경정예산 분석에서 본예산도 집행이 어려운 상태에서 추경으로 대상 인원을 더 확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다한 목표를 설정한 상황에서는 참여자가 제공받는 서비스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하고 있는 H씨(28)는 "고용센터에 가서까지 상담을 받을 정도로 질이 좋고 도움이 되는지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라고 말했고, 한 다른 참여자 역시 "나뿐만 아니라 다른 참여자들도 상담해야 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시간 때우기라는 느낌을 받았고 검사 결과를 읽는 정도에 불과했다, 상담 과정에서 도움을 받은 것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취업성공패키지의 성과지표는 참가자의 만족도와 같은 질적인 부분 담고 있지 않다.

참여자에게 지급되는 수당은 충분할까? 취업성공패키지 참여자는 원칙적으로 4대보험이 적용되는 일을 할 수 없다. 4대보험은 월 60시간 이상 일할 경우 가입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 3~4시간 정도 하는 아르바이트도 할 수 없다. 길게는 1년이 넘게 걸리는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하면서 드는 식비, 교통비, 생활비 등을 충당하기에 월 28.4만원(2단계 훈련의 경우)은 충분치 못한 액수이다.

또 다른 수치를 살펴보자. 한국노동연구원의 '취업성공패키지 성과분석 및 제도 개편방안'(2014)에 따르면, 2013년 150만 원 이상 일자리 취득률은 청년의 경우 21.8%, 6개월 이상 고용유지율은 18.9%에 불과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5년 취업성공패키지 취업률은 55%지만, 이는 사업 참여 종료자 대비 취업자수로, 중도 종료자를 포함한 전체 참여자 대비 비율은 아니다. 청장년층 대상인 유형Ⅱ에서 청년이 알선을 받은 비율은 2012년 기준으로 10%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해볼 때, 이 사업에 참여한 전체 청년 중 취업한 청년의 비율은 발표 취업률보다 더 낮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취업성공패키지 훈련 프로그램으로는 기술자격, 웹디자인, 캐드 등 컴퓨터 관련 과정, 간호조무사 등이 대표적인데, 유형 Ⅱ의 경우 훈련과정의 취업률에 따라 차등적으로 본인 부담금이 낮아지기 때문에 선택의 범위는 더 제한 받게 된다.

H씨는 "프로그램에서 내가 원하는 분야를 찾을 수 없었고, 기술자격증이나 웹 분야 등에 편중되어 있어서 2단계 훈련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취업성공패키지는 그자체로 "청년 정책"이라기보다는 전 세대의 취업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취업 지원 사업이며, 청년 중에서도 취업이 급한 청년, 그 중에서 특정 분야에 취업하려는 청년들에게 적합한 사업이다.

그냥, 둘 다 하면 된다

2020 서울시 청년 정책
 2020 서울시 청년 정책
ⓒ 서울시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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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고용노동부 장관님의 이야기처럼 취업성공패키지는 청년수당과 같은 사업인가? 서울시 청년수당은 청년들에게 특정한 직업훈련을 받게 하지도 않고, 취업 알선을 하지도 않는다.

다만 청년이 스스로 계획해서 사회 활동을 하게 하는 사업이다. 장관님의 말과는 사뭇 다르게, 고용노동부는 11월 16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서울시 청년수당 관련 참고자료에서 취업성공패키지는 "취업지원제도로 서울시 청년수당과는 사업성격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하고 있다.

취업성공패키지는 나쁜 정책이고, 청년수당은 좋은 정책이라는 것이 아니다. 취업성공패키지를 활용하는 것이 적합한 청년이 있고, 그렇지 않은 청년이 있다. 취업과 수당 사이 어느 한 쪽만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을 통해 더 많은 청년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줄 수는 없을까?

청년수당은 일자리 대책뿐이던 청년정책 대상 밖에 있던 청년들이 주체로 나서 다양한 사회 활동을 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중앙정부가 청년을 지원하는 데 지방정부와 힘을 모으지 않고, 오히려 어떤 수를 써서라도 지원하지 못하게 하려는 깊은 뜻을 차마 헤아리기 어렵다.


태그:#취업성공패키지, #청년, #청년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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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40대 직장인 대학생 주부가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하는 시민단체입니다. 참여와 나눔의 공동체를 표방하며 다양한 영역에서 참여와 나눔을 실천하는 활동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주요 활동 분야는 사회개혁, 주민자치, 동북아 평화, 한반도 통일, 문화역사, 청소년 분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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