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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덕이가 새로운 직장에 출근한 지 3주째 수요일 오후 5시 30분. 퇴근하는 덕이를 데리고 가려고 덕이 회사로 갔다. 약 30분 정도 일찍 도착해서 관리실에 계신 분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사무실로 올라갔다.

거기에 계신 총무님, 각 팀장님들께 인사를 드리고 그 회사에서 판매하는 식품을 사려고 기다릴 때 생산라인에 다녀오시는 과장님을 뵙고 인사를 드리며 "우리 덕이가 어떤가요?"라고 묻자 "요즘에 그런 사람이 다있네요 어쩌면 그렇게 순진하고 착할 수 있는지"라며 덕이의 착한 심성을 알아주셨다.

속으로' 다행이다' 싶었는데 잠시후 한 말씀 더 하셨다. "덕이가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라고. 나는 속으로 '올 것이 왔구나' 싶어 덕이에 대하여 말씀을 드렸다. 그렇지 않아도 덕이의 '장애증'은 내가 늘 가지고 다녔다.

덕이는 본인이 일반 사람이길 원하는 마음에서 그것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아마 나 또한 덕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충분히 같은 심정일 것이기에 내가 가지고 다녔다. 나는 그것을 과장님 앞에 내놓으며 말씀드렸다.

나(고모) : "과장님 죄송합니다. 처음에 말씀을 드리지 않았습니다. 덕이가 점점 정서적, 신체적으로 건강해지고 있고 좋아지다보니 혹시 선입견으로 덕이의 가능성이 숨겨질까 염려되어 그랬습니다."
과장님 : "그러셨군요. 어쨌든 고모님이 조카를 키우느라 그동안 수고많으셨겠어요. 장애인이라는 것은 아무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되려 덕이와 같은 친구들에게 직장의 문을 열어주라는 흐름으로 되려 덕이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 한번 '참으로 다행이다' 싶었다. 그리고 이런 감사함이 또 있을까 싶어 "감사합니다. 부족한 덕이를 그렇게 이해해주시고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깊은 감사를 드렸다. 그리고 과장님께서 언급하신 "덕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내용을 정확히 여쭤보고 싶었다.

나(고모) : "조금전에 과장님께서 덕이가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하셨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과장님 : "직원들과 말을 안 한다고 하네요."
나(고모): "저런 관리하시는 과장님으로서는 신경 쓰이시겠네요. 덕이가 직원들과 이야기도 잘 하면서 잘 지내면 좋을 것을. 혹시 직원 모든분들과 이야기를 하지 않나요?"

내가 이렇게 질문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알고 있는 덕이는 본인이 생각할 때 괜찮은 사람 즉, 정이 느껴지고 부드러운 사람과 이야기 하는 것을 참으로 좋아하지만 다혈질적인 성품이거나 '욱' 하고 화를 내고 말투가 거칠거나 태도가 거친 사람에 대하여 부정적인 '싫다', '나쁘다'라고 표현은 안 해도 그들과 말을 섞지 않는다.

과장님 : "아니요. 팀장님과 아줌마 세 분과는 이야기를 잘하는데 다른 분들과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나(고모) : "혹시 덕이가 이야기 하지 않는 분들이 혹시라도... 이렇게 여쭤보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목소리가 크고 화를 쉽게 내시는 분들이신가요?"
과장님 : (이런 나의 질문에 순간 움찔하시더니)"뭐~ 일을 하시다보면 빨리빨리 움직여야하고 덕이가 본인이 원하는대로 빨리빨리 와서 도와주지 않으니까 그러시는 것 같습니다."
나(고모) : "그러시군요. 일단 가능한 덕이가 아줌마들과 조화롭게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지도하겠습니다. 혹시 덕이가 일하는데 많이 답답한가요?"
과장님 : "자기 할 일은 잘해요. 그런데 남자 직원이 없다보니 주로 힘써야 하는 일에 덕이가 필요해서 이곳 저곳에서 부르다 보니까 덕이가 힘도 들고 하니까 어떤 경우에는 대답을 안 하고 자기 일을 하나봐요."
나(고모) : "그러면 덕이가 자기일은 충실하게 잘하고 있나요?"
과장님 : "예, 자기에게 주어진 일은 아주 철저히 잘해요."

나는 일단 속으로 '그러면 됐다' 싶어 더 이상 여쭙거나 덕이 입장에서 변호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과장님 말씀처럼 '덕이가 자기에게 주어진 일은 철저히 잘한다'고 하시니 그 외의 일은 덕이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과장님 또한 이야기 중에 그 점을 인지하시는 듯 더 이상의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나는 또 다시 이 또한 다행이다 싶었다. 오늘 과장님과 이런 이야기를 나눔으로 사무실에 계신 총무님과 과장님 그리고 각 팀장님들은 덕이 잘못이 아님을 즉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였다. 참으로 다행이다.

이런 일이 있었다. 덕이 할머니께서는 본인과 덕이가 공동명의로 되어 있는 서울집을 정리하시고 온양으로 내려오기 위하여 그 집을 부동산에 내놨다. 계약이 이루어질 때 부동산중개사는 덕이와 공동명의라서 덕이도 매매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며 서류정리를 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거기에 더해 함께 참석한 덕이의 큰고모(나의 큰언니)가 "덕이가 장애인"라고 하자 그러면 살아계신 생모가 우선권이 있으므로 생모의 서류나 생모가 직접 방문해야 한다고 했단다. 이에 매매 과정에 어려움을 겪는 중이라고 나의 큰 언니는 나에게 전화가 왔다. 그러면서 그 부동산 중개인이 덕이를 '장애인'이라고 하면서 무슨 큰 문제라도 있는 듯한 태도에 화가 무척이나 나있었다.

나는 그런 언니에게 "언니는 지금 중개사의 그런 말투와 태도를 처음 접해서 당황스럽고 화가 충분히 날 수 있을 거예요. 한편으로 언니~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 경우도 있어"라고 하자 언니는 깊은 한숨을 쉬더니 "하긴 그렇겠구나"라며 받아들이고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다행히 서울집 매매는 일이 잘 마무리 되었었다.

덕이를 태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덕이는 내가 미리 준비해간 6가지 맛의 쌀 찐빵을 뒷좌석에 앉아 음료수와 함께 맛나게 먹고 있다. 그런 덕이의 모습을 보는 나는 말 대신 눈물이 흘렀다.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날 가만히 따 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 노래 "찔레꽃 중에서"

'선입견과 판단이 많을수록 스스로의 성장이나 상대의 발전에 도움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부정적인 판단이 우리의 발전과 평화를 앗아갈 수 없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태그:#엄마, #직장, #근무, #장애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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