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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정책 밑그림을 그렸던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29일 오전 민주당 '혁신과 정의의 나라 포럼' 주최로 열린 1차 포럼에 초청돼 경제민주화를 주제로 기조발제하고 있다.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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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각계 원로와 학계, 시민사회 주요 인사들이 내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로운 정책적 대안을 찾는 '잃어버린 개혁을 찾아서'라는 제목의 포럼을 개최했다.

대화문화아카데미와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한국사무소가 주최해 1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대화문화아카데미에서 진행된 포럼에는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가 정치분야(개헌)를,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경제분야(소득불평등)를,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사회분야(노동)의 발제를 맡았다.

이날 포럼은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에 밀려 정책적 의제가 실종돼 있는 것을 극복해보자는 취지에서 개최됐다. 토론자로는 이홍구 전 국무총리,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박명림 연세대 교수,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 이부영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등이 참석했다.

남재희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해야 제3정당 가능"

이날 가장 쟁점이 됐던 주제는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다룬 정치분야였다. 발제자로 나선 강원택 교수는 '한국 정치의 변화와 개혁 과제'라는 발제문에서 "5년 단임 대통령제를 핵심으로 하는 '87년 체제'가 수명을 다해 내각제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현행 대통령제의 문제로 ▲ 임기 후반 권력자원의 급격한 상실 ▲ 장기적 국가 과제 설정의 어려움 ▲ 후임자가 전임자의 정책을 인정하지 않는 관행 등을 꼽았다.

그는 "박근혜 정부 들어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이라는 말이 사라졌고,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라는 말이 역시 사라질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선거제도 개혁이, 장기적으로 권력구조의 개혁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002년 이후 정치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지구당·정당후원금 폐지, 중앙당 축소 등은 모두 정치혐오에 기반해 있다"라며 "정치를 못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그런 정치개혁은 모두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양당체제를 강화시켰다, 기득권 정당이 유리하게 바뀌었다"라며 "정치권에도 샤오미가 등장해 삼성과 애플을 밀어내야 건전한 생태계가 열릴 수 있다"라고 다당제 구조의 정치개혁을 강조했다. 그는 "양당의 독과점 상태에서 그나마 새로운 정당의 활로는 비례대표"라며 "정치에 관심이 있는 분들도 국회의원을 늘리자면 벽을친다"고 지적했다. 

 23일 '더좋은미래' 초청 강연자로 나선 남재희 전 노동부장관.
 남재희 전 노동부장관(자료사진).
ⓒ 더좋은미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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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강 교수의 주장에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은 "장기적으로 내각제를 준비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대통령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면 제3당, 제4당의 존립 근거가 생긴다"라며 "현재 상황에서 1차 투표로 과반정당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제3당과 연합하는 연립정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례대표 확대와 관련해 "전체 국회의원 숫자의 3분의 1까지 비례대표로 늘리는 것이 우리나라 정치를 위해선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종인 전 수석은 "지난 30여 년간 대통령을 뽑아왔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못 봤기 때문에 이제 제도상으로 변화를 가져올 시기가 된 것 같다"라며 "개헌은 말로 해결되지는 않고 국민 의식이 깨어서 정부를 향하거나 정치권을 압박하기 전엔 절대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부영 전 상임고문은 "개헌은 시민사회와 국회 내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등 공식적인 기구가 국민의 여론을 수렴해 밀고 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종인 "내가 순진했는지 모르지만, 경제민주화 무산됐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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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분야 발제에서 소득불평등 문제를 다룬 김낙년 교수는 향후 성장 둔화, 인구 고령화 등으로 부의 불평등을 둘러싼 갈등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부를 축적하는 데 개인의 노력보다는 상속받는 재산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라며 "자산에서 상속의 기여도는 1980년대 27%에서 2000년도에는 42%로 치솟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이러한 상속 비중은 아직까지 외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앞으로 급속히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은 고용불안정과 낮은 임금수준, 노사관계 파편화를 현재 한국 노동시장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노동자 3명 가운데 1명이 매년 회사를 그만둬야 할 정도로 고용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낮은 임금인상과 기업들의 사내유보금 증가로 노동소득 분배율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라며 "그에 반해 노조조직율과 단체협약적용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어 고용과 소득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또 현재 박근혜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노동개혁과 관련해 "정규직 과보호가 문제가 아니라 재벌 과보호가 문제"라며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구상을 상당히 반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공약으로 제시했던 '상시·지속 일자리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현실화' 등을 지키는 것부터 노동개혁을 시작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김종인 전 수석은 "제가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했고 대통령 하겠다고 하는 분이 이를 받아들였다"며 "제가 순진했는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경제민주화는) 무산됐다"고 말했다. 그는 부의 양극화 문제에 "어떤 정부도 양극화를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해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은 적이 없다"라며 "이 나라를 끌고 가는 지도자가 확실한 신념과 의지가 없다면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남재희 전 장관은 "정치·경제·사회 분야 모두 어떻게 현재의 역학관계를 바꾸어낼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라며 "부의 불평등을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현실을 바꿔낼 역학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진행되는 노동개혁은 조직노동자의 부를 빼앗아 기업에 넘겨주는 것"이라며 "이번 개혁을 한다고 해서 청년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거의 없다"라고 비판했다.

○ 편집ㅣ장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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