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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호텔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다 부당해고 당했다고 주장하는 김영씨.
 롯데호텔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다 부당해고 당했다고 주장하는 김영씨.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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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일 동안 매일 근로계약서를 쓰며 아르바이트를 하다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김영(24)씨가 항소심에서도 부당해고로 인정받지 못했다.

19일 법원은 롯데호텔이 그에게 갑작스레 해고를 통보한 일을 부당하다고 한 중앙노동위원회(아래 중노위) 결정을 다시 한번 취소했다. 1심(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반정우 부장판사)처럼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 행정7부·재판장 황병하 부장판사)도 김씨는 일용직일 뿐,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아래 기간제법)이 정한 무기계약직(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이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84일간 매일 계약서 썼는데 갑자기 해고라니...

김씨는 2013년 12월 10일부터 이듬해 3월 29일까지 롯데호텔 뷔페식당에서 일했다. 호텔 쪽은 매일 그에게 새 근로계약서를 제시했다. 계약기간은 1일이며 그 단위로 근무가 끝나고, 1주일에 15시간 미만을 근무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실제로 하루에 9~10시간가량 일했고, 1주일에 이틀은 쉬었다. 급여를 그날그날 받지도 않았다. 김씨는 84일 동안 끊이지 않고 매일 계약을 새로한 데다 다른 직원들과 함께 일정표에 따라 근무시간을 조정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중노위는 이 상황을 종합할 때 김씨는 일종의 무기계약직이므로 롯데호텔은 그에게 해고 30일 전에 미리 통보를 받아야 했다고 봤다. 하지만 롯데호텔은 '그동안 해온 일에는 여자가 더 적합하니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며 김씨에게 갑작스레 해고를 통보했다. 중노위는 이 일이 부당해고라고 했다.

법원 판단은 달랐다. 1심 재판부는 ▲ 김씨의 실제 근무시간이 계약서와 달랐지만 계약기간은 '1일'이란 점이 변함없었고 ▲ 2~3일치 급여가 한꺼번에 나왔어도 그 금액은 1일 단위로 계산됐으며 ▲ 롯데호텔은 인력이 모자라 그를 계속 고용했고 ▲ 행사시간에 따라 직원들의 출퇴근시간이 달라져 일정표대로 근무시간을 조정했을 뿐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 김씨 일은 주방 보조, 청소 등 단순 노동이었고 ▲ 본인도 군 입대를 앞두고 1년 정도 아르바이트할 생각이었던 데다 다른 아르바이트생들도 언제든지 일을 그만 둘 수 있던 점도 그의 고용형태가 일용직임을 뒷받침한다고 했다.

김씨에게 '롯데호텔이 계약을 갱신하겠지'라고 기대할 권리 또한 없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판단이 정당하다며 중노위와 김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김씨는 계약이 유지되는 동안 주휴수당을 지급받는 등 무기계약직처럼 대우받았다는 주장을 항소심에서 새롭게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일용직도 계약을 갱신, 1주일당 정해진 근무일을 채웠다면 주휴수당 지급대상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기간제법이 계약기간을 2년 넘기지 못하게 했을 뿐, 얼마 미만으로 하면 안 된다고 정한 만큼 김씨와 롯데호텔이 매일 계약서를 새로 쓴 일이 기간제법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기간제 쪼개기 관행인데... 법원 이해하기 힘들다"

김영씨가 2013~2014년 롯데호텔에서 3개월 가량 근무하면서 매일 작성했던 84장의 근로계약서.
▲ 초단시간 근로계약서 김영씨가 2013~2014년 롯데호텔에서 3개월 가량 근무하면서 매일 작성했던 84장의 근로계약서.
ⓒ 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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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패소라는 결과를 받아든 김씨는 많이 실망한 기색이었다. 그는 20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기업들이 2년 미만 기간제는 기간을 쪼개 계약하는 관행이 있었는데 롯데호텔은 그 주기가 몇 개월이 아닌 하루 단위였다, 법원이 당연히(기간제 근로자 부당해고로) 받아들일 줄 알았는데…"며 말끝을 흐렸다.

김씨는 롯데호텔이 자신을 해고한 뒤 계약서 이름을 '초단시간 근로계약서→일용 근로계약서→임시직 계약서'로 변경하고, '임시직 계약서'에선 1일 근로시간을 8시간이라고 한 점도 지적했다. "롯데호텔 스스로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논란의 소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 경영기조를 바꿨다"는 얘기다(관련 기사 : 롯데호텔 '꼼수' 근로계약서 변천사 살펴보니).

그럼에도 법원은 김씨의 계약기간이 하루였다는 점에만 주목, 또 다시 그를 '일용직'으로 판단했다. 김씨는 "사법부가 왜 이렇게 판단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덧붙였다.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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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롯데호텔, #부당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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