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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탄 자국이 아직도 남아 있는 프랑스 파리의 식당.
 총탄 자국이 아직도 남아 있는 프랑스 파리의 식당.
ⓒ 한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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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명이었다가, 45명이었다가, 120명이었다가, 127명이었다가, 128명이었다가, 132명이다.

사망자 숫자가 늘어날 때마다 그 사람의 가족, 친구를 생각하면 세상이 그만큼 부서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132명, 그리고 부상자들이 느꼈을 그 고통, 그 마음이 느껴져 가슴이 먹먹하다.

금요일 저녁, 파리에 사는 여느 젊은이처럼 친구들과 만나 맥주를 한 잔 하기로 했다. 만날 장소는 헤퓌블리크(République)역, 이곳은 트렌디한 술집과 식당이 많고 생마르탱 운하가 바로 옆에 있어 술을 가져와 운하 옆에 앉아서 마시기도 하는, 젊은이 사이에서는 인기 있는 곳이다.

친구들과 들어간 곳은 역에서 걸어서 5분 정도에 있는 맥줏집이었다. 한창 자리를 잡고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데 한 통의 전화를 받은 프랑스 친구 얼굴이 굳어진다. 전화 받는 도중에도 우리를 보고 계속 나가야 된다는 손짓을 한다.

누군가 들어와 그냥 총 쏘면 끝

 테러가 일어난 프랑스 파리의 거리. '두렵지 않아'라는 팻말이 보인다.
 테러가 일어난 프랑스 파리의 거리. '두렵지 않아'라는 팻말이 보인다.
ⓒ 한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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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끊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금 바로 옆에 있는 술집과 식당에서 AK-47 소총을 든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총을 쏘고 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는 순간부터 온몸이 바들바들 떨린다. 마침 응급차와 경찰차가 우리가 들은 소식이 맞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끊임없이 지나간다.

하지만 우리는 나가거나 지하철을 타면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몇 분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불안한 마음에 창문과 핸드폰만 번갈아가며 바라봤다. 그러던 도중 갑자기 거리에 사람들이 우리 쪽 길로 달려온다. 순식간에 술집에 있던 우리 모두는 기둥 뒤, 화장실, 냉장고로 기어갔다. 잔들은 깨지고 바닥에 널브러져서 엎드려 있는 우리의 살을 베어갔다.

하지만 그 순간의 공포감은 그런 사소한 상처는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강력했다. 같이 냉장고 뒤에서 숨어있으면서 울음을 터뜨린 한 여자에게 친구는 "괜찮을 거야"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정말로 괜찮을지는 아무도 몰랐다. 누군가 들어와서 그냥 총을 쏘면 이대로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분 후 몇몇 사람들의 "괜찮아, 괜찮아" 하는 얘기를 듣고 우리 모두 그곳을 나와 사람들이 달려가는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야지 피할 수 있는지도 모른 채 마냥 뛰다가 친구들을 잃어버렸다.

숨이 차서 거리에 있는 키오스크 뒤에 숨어 있다가 어디로 가야할지 안절부절 못했다.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에 작은 길에 보이는 공용 자전거의 페달을 몇 번 밟은 뒤 왠지 모를 불안감에 다시 자전거를 세우고 무작정 거리에 보이는 차에 다가갔다.

택시를 세우고 집에 좀 데려다 달라고 사정을 했지만 택시기사는 이미 손님이 있다고 안 된다고 했다. 그때까지 참던 울음을 터트리며 등을 돌리니 택시에 있던 손님들이 같이 타자고 하며 자리를 내주었다.

택시에 타고 한참을 울다가 택시기사 아저씨와 손님들의 위로로 마음을 추슬렀다. 택시에 탄 부부도 11구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가 소식을 듣고 급히 택시를 탔다고 한다. 여자 분의 동생은 폭발이 일어난 축구경기장에서 경기를 보고 있었다고 한다. 나를 위로하면서도 전화와 문자가 끊이질 않는다.

쥐 죽은 듯이 조용한 거리, 앰뷸런스 사이렌 소리만

 일요일 지하철 12호선 Rue du Bac역. 몇 몇 노숙자만이 보인다. 이렇게 텅 빈 일요일의 파리 지하철을 본 적이 없다.
 일요일 지하철 12호선 Rue du Bac역. 몇 몇 노숙자만이 보인다. 이렇게 텅 빈 일요일의 파리 지하철을 본 적이 없다.
ⓒ 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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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인 토요일 아침, 어제 저녁 달리다가 흩어진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자기도 이렇게 무서웠던 경험은 생에 처음이라며, 나를 잃어버려서 미안하다고 했다. 친구들은 보이는 호텔에 들어가 숨겨달라고 해서 호텔 지하실에 숨어 있다가 주위에 사는 친구와 연락이 닿아서 그 집에서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테러 다음날인 14일 토요일, 파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학교를 비롯한 모든 장소가 문을 닫았다. 프랑스 하면 빠질 수 없는 파업 시위도 금지됐다. 경찰은 파리 주민들에게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집에 있기를 권고했다.

쥐 죽은 듯이 조용하던 주말 동안에는 쉴 새 없이 앰뷸런스 사이렌 소리만 들렸다. 그때마다 그 안에 있는 사람이 제발 살기를, 죽을 힘을 다해 살아주기를 기원했다. 나 또한 그 한 명이 될 수 있었다는 생각에 살아 있는 것이 감사하면서도 감사하다는 마음이 든다는 것이 죄스럽기도 하다.

월요일인 오늘(16일) 학교는 모두 정상적으로 연다. 주말 동안 온 공지 메일에는 학교 전체에 학생증과 가방 검사로 검문을 강화한다는 이야기와 이번 사건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위해 연락을 할 수 있는 학교 긴급부 전화번호와 메일주소가 적혀있다.

초등학교 선생님인 한 프랑스 친구는 학교에 가면 아이들이 이 사건에 대해 물어볼 것 같은데 무엇을 어떻게 대답해야 될지 걱정이 된다며 한숨이다.

오늘 정오에는 테러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의 시간이 준비되어 있다. 우리 모두의 세계가 조금은 부서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너진 건 아니다. 서로 부추기며 다시 두 발로 일어서야한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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