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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종자를 남겨질 옥수수가 처마밑에 달려있다. 옥수수를 매단 줄은 최소한 내년 봄까지는 넉넉히 버틸 수 있을 것이다. ⓒ 김민수
종자로 남겼을 옥수수가 처마에서 가을햇살을 쬐면서 말라가고 있다.

처마밑에 걸려있으니 이슬이나 비는 피하겠지만, 겨우내 온 몸으로 추위와 맞서야 할 터이고, 목마름과 싸워야 할 것이다. 그들이 사람들처럼 자신들에게 닥치는 일들을 행불행으로 경계진다면, 그들은 견딜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그런 경계가 없으니, 그 어느 날이고 그들에게는 견딜만한 날이고, 그렇게 하루이틀 견디다 보면 다시 흙을 만나 싹을 틔우는 날도 올 것이다. 그날이라고, 그들은 지금보다 더 기뻐하지는 않을 것 같다.
코다리 생선가게 한 켠에 줄에 걸린 채 말라가는 명태코다리, 그 넓은 바다에서 이렇게 줄에 꿰여 말라갈 줄 알았을까? ⓒ 김민수
시장 어물전 한구석에서 줄에 꿰여 말라가는 명태를 보면서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잘나가는(?) 정치인들을 생각했다. 그 정치인의 반열에는 물론 장관들도 포함된다.

그들이 줄을 잘 선 것일까, 꿰인 것일까?

줄줄이 엮여있는 그리 다르지 않은 명태처럼, 엮어있는 면면들이 너무도 비슷비슷해서 구분이 되질 않는다. 그러니까, 대체로 한 줄에 꿰여있거나 잡고 있는 분들인데 대체로 평범한 국민들의 삶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아간다.

그런 자리에 오르려면 줄을 잘 서거나, 줄을 잘 잡고 있어야 할 터인데, 그 줄이 행여나 해님달님에서 호랑이가 타고 올라가던 썩은 동아줄은 아닌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고추 파란 고추가 처마밑 빨랫줄에 걸려 가을 햇살에 말라가고 있다. ⓒ 김민수
그냥 줄줄이 비리백화점이거나 자기의 지위를 이용해서 부정을 저지르거나 국민이라면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요리조리 빠져나간 이들이 다들 한 자리를 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 들어 임명된 장관들과 단체장들의 면면을 보면 존경할만한 구석이라고도 찾기 힘든 인물들이 줄줄이 자리를 꿰차고 있다. 비단 박근혜 정권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에도 그런 인사가 다반사였고, 나름 양심적이라고 생각했던 이들조차도 본색을 여지없이 보여주던 시절이었다.
빨래 빨래가 빨랫줄에서 말라가고 있다. 줄에 걸린 것 중에서 그래도 평온해 보이는 풍경이다. ⓒ 김민수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나라가 시끌벅적할 때마다 나라를 비우고는 "너네끼리 잘해보세요" 하고는 자신이 잡고 있는 줄을 조이면, 줄에 꿰인 이들이 알아서 돌아오기 전에 골치 아픈 일을 말끔히 해결한다. 한두 번 이런 일이 있을 때는 우연이려니 했는데, 아예 노골적이고 계획적으로 그러는 것 같다.

이렇게 대통령의 행보를 보고도 평가가 다를 수 있듯이 역사를 바라보고 평가하는 것도 다를 수 있는 것이다. 그럴 자유가 국민에게는 있으며, 객관적인 역사를 배울 권리가 국민에게 있다. 그런데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모든 국민의 역사관이 획일적으로 똑같아야 한다는 이야기니 전제군주사회에서도 불가능한 일을 하겠다는 발상이다.
오징어 동해바다 어느 포구에서 말라가고 있는 오징어들. ⓒ 김민수
막되먹은 주장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이들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라는 주장을 하는 여당을 보면서 아연실색했다.

그들은 도대체 어디에 꿰인 것일까?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에 꿰인 것이며, 그 표를 얻으려면 지금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낚인 것이다. 선거여왕이라 불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판단한 이들은 알아서 기어야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밧줄 군산항에 정박한 배에 걸려있는 밧줄들, 모두 어딘가 쓰임새가 있을 것이다. ⓒ 김민수
이미 포승줄에 줄줄이 묶인 형상이라, 국정교과서를 만들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자신들의 충성심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믿는 것이겠다.

간신나라의 충신들이려니 생각해도, 그런 주장이 자신들 스스로의 목을 옥죄는 미련한 행동이라는 것은 왜 모르는 것일까? 현재 사용하고 있는 역사교과서가 김일성 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다면, 그것을 검정한 교육부나 현 정부의 역사교과서 관련자들은 모두 북한추종세력이 아닌가? 그들 진영에서 그토록 외쳐대는 공산주의자들이 아닌가?
건어물 생선이 낚시바늘에 궤인 채 줄에 걸려 건조되고 있다. ⓒ 김민수
앞뒤 맞지도 않는 주장으로 국민을 현혹하는 이들은 드넓은 바다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그물에 걸려, 낚시에 걸려, 줄줄이 꿰여 말라가는 생선을 닮았다.

저 생선은 누군가에게 맛난 반찬이라도 된다지만, 그런 썩어빠진 논리들은 부아만 일으키니 쓸모라고는 없는 것들이요, 국민분열을 조장하는 아주 못된 행동을 하는 반국가사범들이 아닌가? 그런데 그 정점에 현직 대통령의 복심이 들어있다니, 이게 정상적인 나라인가?
수숫대 처마에 수숫대가 묶여져 있다. 수수알갱이가 다 떨어지면 빗자루로 만들어 쓰기도 했다. ⓒ 김민수
전래동화 <해님달님>에 등장하는 수숫대다.

아이들도 호랑이도 동아줄을 잡고 올라갔지만, 호랑이가 잡고 올라간 줄은 썩은 동아줄이었다. 그 결과는 추수를 마친 수수밭에 떨어져 죽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아무래도 여당과 보수진영에서 잡은 줄은 썩은 동아줄인 듯하다.

그간의 국민의 저항에 대해 소통하지 않고 불통으로 밀어붙이며, 완전 무시하는 방식으로 넘기면서 이번 국정역사교과서도 그렇게 되려니 판단하는 것 같다. 글쎄, 지금 그들의 계획대로 간다고 해도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야 나올 국정역사교과서가 제대로 학교에 배급이나 될 수 있을까? 다시 역사교과서를 개정해야 하는 사태가 오는 것이 아닐까?
세월호리본 세월호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 김민수
역사를 객관적으로 기술했다면 그럴 일이 없겠지만, 이미 역사학자들이나 일각에서 걱정하고 있듯이 대통령 부친의 행적에 대한 미화작업이 시도된다면, 임기가 끝나는 즉시 폐기될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번 국정교과서 사태를 이렇게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역사를 되돌리려는 시도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도 왜곡하고 무시하는 정권이 과연 올바른 역사관을 갖게 하기 위해 국정역사교과서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세월호를 대하는 그들의 태도를 보면, 그들이 역사교과서를 통해서 얼마나 많은 과거의 역사를 왜곡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외줄인생 줄 하나에 의지해 작업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 그들에게 줄은 생명줄이다. 아니, 누구나 든든한 줄 하나 잡아야 사는 세상이다. ⓒ 김민수
저마다 줄을 잡고, 줄을 서고 살아간다. 어쩌면 인생은 외줄인생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외줄인생이라고 줄을 서야할 때가 있고, 잡아야 할 줄이 있다. 줄을 잘 서야 하는 세상이다. 지금 줄을 잘 섰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라, 역사가 평가했을 때, 좋은 줄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친일파들은 일제시대 당시에 줄을 잘 섰다고 자부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그들을 반민족적인 행위를 한 이들로 평가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친일파들이 지속적으로 이 나라의 중요한 위치를 장악하면서, 이젠 역사의 객관적인 사실을 왜곡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독재자의 딸이 독재자 아버지의 행적을 미화하려는 시대에 살고있다. 이래서 이 나라가 바로 서겠는가?

지금 국론을 분열시키는 행위를 하는 것은 국정역사교과서를 밀어붙이는 청와대와 새누리당과 그 줄줄이 연관된 보수단체와 교육부 등이다. 국민의 막강한 저항에 부닥치더라도 그들은 끝까지 밀고 나갈 것이다. 그것이 외줄이요, 생명줄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백주대낮 대한민국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일처럼 벌어지고 있다.
○ 편집ㅣ박혜경 기자
태그:#외줄인생, #국정역사교과서, #명태코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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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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