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제 마음을 빼앗은 건 아귀찜 한상차림입니다.
 제 마음을 빼앗은 건 아귀찜 한상차림입니다.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창원 성불사 갔다가 마른 아귀찜 먹고, 친구도 만나고 올까?

지난 주말, 지인의 유혹에 처참하게 무너졌습니다. 다른 일정이 있었으나 뒤로 미뤄야 했지요. 쫀득쫀득한 마른 아귀찜이 엄청나게 먹고 싶었기에. 무엇이든 '간절하게 원하면 이뤄진다'더니 횡재였지요. 사실, 지인이 창원 맛집 여행을 제안한 건 아귀가 먹고 싶다는 은근한 압력 때문입니다.

"마른 아귀의 쫄깃쫄깃 씹히는 맛이 엄청나게 그리워요."

지인의 고향은 마산입니다. 아귀찜의 원조라는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있는지조차 몰랐던 '건 아귀찜'을 처음 알게 된 것도 지인 덕분입니다. 그에게 "마른 아귀가 그립다" 했더니 신기해하더군요. 어떻게 맛이 그리울 수 있느냐는 겁니다. 건 아귀가 그리운 이유가 있지요. 생아귀를 추운 겨울 덕장에서 3개월여 간 말려 찜으로 내기 때문입니다.

맛이 변했으면 어쩌지...긴장하며 맛보다!

 창원 맛집 여행에 동행했던 지인들입니다.
 창원 맛집 여행에 동행했던 지인들입니다.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함께 먹는 물김치도 압권입니다.
 함께 먹는 물김치도 압권입니다.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친구가 벌써 식당에서 기다린대. 전화하면 나오라 했는데."

음식이 고팠을까, 친구가 그리웠을까. 그는 마산 아귀찜 거리의 '옛날 진짜 아귀찜' 식당 앞에서 한 시간여나 기다렸다 합니다. 앉기도 전에 마른 아귀찜을 시켰습니다. 일행이 셋이라 '중'이면 되지만 일부러 '대'를 주문했습니다. 여태껏 이런 적 없었던 터라 지인 눈이 커졌습니다. 그만큼 먹고 싶은 욕구가 강했지요.

"성님, 할아버지 됐다면서요. 축하해요."

마음이 통하는 좋은 사람과 만나면 맛있는 음식도 뒷전으로 밀립니다. 술맛 나는, 술맛 아는 술꾼들이 모이니 화기애애합니다. 그는 "아버지도 못 낳았던 아들을 딸이 낳았다"고 자랑입니다. 중년 남자들의 수다 틈 사이를 비집고 밑반찬이 나왔습니다. 미역 줄기, 깍두기, 오이무침, 양념장과 채소, 그리고 싱건지(싱거운 김치) 등이 나왔습니다. 이곳은 얼음 조각이 두둥실 뜬 물김치가 압권입니다.

상 가운데 마른 아귀찜이 놓였습니다. 바라보고 있으니 침이 꼴딱꼴딱 넘어갑니다. 지인들 언제나처럼 핸드폰으로 사진 찍고 나서야 젓가락을 듭니다. 뒤늦게 살이 통통한 마른 아귀를 집었습니다. 맛이 변했으면 어쩌지. 괜히 입맛만 버리면 탈인데. 긴장하며 입에 넣었습니다. 아! 씹히는 맛이 예전과 똑같습니다. 이렇게 맛의 추억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니가 이렇게 잘 먹은 거 첨 본다, 많이 묵어라!"

 머리속에서 빙빙 돌았던 건아귀찜입니다.
 머리속에서 빙빙 돌았던 건아귀찜입니다.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겨울 덕장에서 말린 아귀찜은 이빨 사이에 끼는 것조차 매력입니다.
 겨울 덕장에서 말린 아귀찜은 이빨 사이에 끼는 것조차 매력입니다.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사실, 이곳은 2년 만에 다시 찾았습니다. 지난해 이곳 인근의 다른 식당에 들렀다가 밋밋한 맛에 실망했던 뒤끝이었습니다. 그래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맛을 보니 정직하고 투박한 맛 그대로였습니다. 씹히는 식감마저 변함없었습니다. 그래선지, 쫄깃한 요리의 흠인 이빨 사이에 끼는 것까지 즐거웠습니다. 헉, 지인이 먹다 말고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아귀찜은 맵게 먹어야 제맛인데, 중간으로 시켰구나."

맛은 개인의 입맛에 따라 호불호가 갈립니다. 저도 매운맛을 선호합니다. 땀을 쭉쭉 빼고 먹어야 개운합니다. 허나, 매운 걸 피하는 지인을 위한 배려가 필요했지요. 아쉽지만 어쩌겠어요. 그토록 갈망했던 쫀득한 건 아귀찜을 다시 먹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정신없이 먹는데 제 입이 짧은 걸 아는 지인이 한 마디 던집디다.

"그렇게 맛있나?"

말해 뭐해. 먹는 게 남는 거 아니겠어요. 맨입에 먹고. 상추와 다시마에 싸 먹고. 하얀 밥 위에 얹어 먹고. 허허~, 참. 먹느라 몰랐습니다. 걸신들린 사람처럼 먹었는데도 제 쪽 접시에만 아귀가 놓여 있지 뭡니까. 지인들의 배려였지요. 고마운 마음에 "형님들도 드쇼?"했더니, 그냥 씩 웃지 뭡니까.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니가 이렇게 잘 먹은 거 첨 본다. 많이 묵어라!"

추억 속의, 기억 속의 맛은 먹어야 직성이 풀립니다. 맘 알아주는 지인들 덕분에 소원 풀었습니다. 더군다나 나이 육십에 손수 운전해, 사주기까지. 이걸 또 무엇으로 갚을까! 형님들에게 받은 사랑, 후배들에게 갚는 게 최선이겠죠?

 건 아귀찜, 선배들에게 받은 사람 후배들에게 베풀어야죠.
 건 아귀찜, 선배들에게 받은 사람 후배들에게 베풀어야죠.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임현철 시민기자의 SNS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