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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분홍색의 배롱나무 꽃과 어우러진 명옥헌원림 풍경. 한 연인이 연못가를 따라 거닐며 풍광을 감상하고 있다.
 진분홍색의 배롱나무 꽃과 어우러진 명옥헌원림 풍경. 한 연인이 연못가를 따라 거닐며 풍광을 감상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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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다. 아무리 막강한 권력도 10년 못 가고, 열흘 붉은 꽃도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화무십일홍도 아닌, 진분홍색의 백일홍으로 유혹하는 곳이 있다. 물론 꽃 한 송이가 100일 동안 활짝 피는 건 아니다. 피고 지고, 피고 지고를 되풀이한다. 진분홍색의 배롱나무 꽃을 피우는 명옥헌원림(전남 담양군 고서면)이다.

명옥헌원림의 배롱나무는 도로변의 그것과 조금 다르다. 꽃이 더디 피는 대신 늦게까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나무의 나이가 든 탓이다. 명옥헌원림의 배롱나무 꽃너울은 또 연못에 비쳐 반영되는 묘미를 선사한다. 연못에 꽃잎 떨어진 풍경도 매혹적이다.

일반적으로 동백꽃을 제대로 보려면 꽃이 필 때와 떨어질 때 두 번 봐야 한다고 한다. 명옥헌원림의 배롱나무 꽃물결도 이와 같다. 꽃이 활짝 피어서 꽃너울을 이룰 때, 그리고 꽃잎이 떨어져서 연못에 가득할 때, 두 번 봐야 제대로 보는 것이다.

 고목과 어우러진 후산저수지 풍경. 명옥헌원림으로 가는 초입에서 만난다.
 고목과 어우러진 후산저수지 풍경. 명옥헌원림으로 가는 초입에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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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산마을에 지천인 감나무. 초가을 햇살에 감이 살을 찌우며 익어가고 있다.
 후산마을에 지천인 감나무. 초가을 햇살에 감이 살을 찌우며 익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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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풍경을 떠올리며 명옥헌원림으로 간다. 지난 6일이다. 명옥헌원림은 전라남도 담양군 고서면 산덕리 후산마을에 있다. 호남고속국도 창평나들목에서 우회전, 광주 쪽으로 1.5㎞ 정도 가서 왼편에 자리하고 있다.

명옥헌원림을 품은 후산마을의 초가을이 넉넉하다. 후산저수에는 수련이 가득하다. 지천의 감은 토실토실 살을 찌우고 있다. 대추도 주렁주렁 열렸다. 감나무도, 대추나무도 가지가 부러질 지경이다. 꽃을 찾아다니는 나비들의 날갯짓도 부산하다.

은행나무 고목도 눈길을 끈다. 이른바 인조대왕 계마행(繫馬杏)이다. 인조대왕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명곡 오희도(1583~1623)를 만나러 왔다가 말의 고삐를 맸다는 곳이다. 나무의 높이가 30m를 넘고, 둘레가 7.8m에 이른다.

 후산마을에 있는 은행나무 고목. 왕위에 오르기 전 인조가 이 마을에 사는 오희도를 만나러 왔다가 말고삐를 맨 나무로 알려져 있다. 전라남도 기념물 제45호로 지정돼 있다.
 후산마을에 있는 은행나무 고목. 왕위에 오르기 전 인조가 이 마을에 사는 오희도를 만나러 왔다가 말고삐를 맨 나무로 알려져 있다. 전라남도 기념물 제45호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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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옥헌원림으로 가는 길목에 그려진 벽화. 여행객들이 벽화가 그려진 골목을 따라 명옥헌원림으로 오가고 있다.
 명옥헌원림으로 가는 길목에 그려진 벽화. 여행객들이 벽화가 그려진 골목을 따라 명옥헌원림으로 오가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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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한 벽화를 보면서 솔방솔방 걸어서 만난 원림이 여전히 아름답다. 진분홍색의 배롱나무 꽃의 유혹도 변함이 없다. 지난 여름부터 찾기 시작한 여행객들의 발길도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여행객들은 배롱나무가 연출하는 꽃너울의 유혹에 빠져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

연못에도 진분홍색의 배롱나무 꽃이 떠있다. 화창하지 않은 날씨 탓에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조화를 이루지는 않았지만, 그 풍경만으로도 멋스럽다. 누정 옆으로 흐르는 조그마한 계곡에서도 꽃잎이 물결에 살랑거린다.

 명옥헌원림의 고목이 된 배롱나무. 누정 앞 연못에 비스듬히 기댄 채 꽃을 피우고 있다. 세월의 더께가 묻어나는 배롱나무다.
 명옥헌원림의 고목이 된 배롱나무. 누정 앞 연못에 비스듬히 기댄 채 꽃을 피우고 있다. 세월의 더께가 묻어나는 배롱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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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곡 오희도의 비와 명옥헌. 배롱나무 핀 연못 주변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공간에 자리하고 있다.
 명곡 오희도의 비와 명옥헌. 배롱나무 핀 연못 주변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공간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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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옥헌원림은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민간정원으로 꼽힌다. 오희도의 넷째 아들 오이정(1619~1655)이 부친의 뒤를 이어 글을 읽고 저술을 남긴 별장이다. 오희도는 광해군을 폐위시키고 인조를 왕으로 옹립한 인조반정의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이다.

우암 송시열이 그의 제자 오기석(1651~1702)을 아끼는 마음으로 '명옥헌(鳴玉軒)'이라 이름 짓고 계곡 바위에 새겼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가 구슬이 부딪히는 소리처럼 아름답다고 이름 붙였다.

이후 오기석의 손자 오대경(1689~1761)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연못을 파고 정자를 세웠다. 네모난 연못 가운데에 둥그런 섬을 만들었다. 이 연못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정면 3칸, 측면 2칸에 팔작지붕을 얹은 누정을 지었다. 주변에는 적송과 배롱나무를 심었다.

 명옥헌과 배롱나무 꽃. 누정에 올라앉은 여행객들이 진분홍색의 배롱나무 꽃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명옥헌과 배롱나무 꽃. 누정에 올라앉은 여행객들이 진분홍색의 배롱나무 꽃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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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옥헌원림의 연못에 반영된 배롱나무. 그 꽃길을 따라 여행객들이 원림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있다.
 명옥헌원림의 연못에 반영된 배롱나무. 그 꽃길을 따라 여행객들이 원림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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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누정과 아름드리 노송과 배롱나무가 어우러지고, 계곡물을 따라 판 연못과 연못 가운데의 둥근 섬까지 아주 자연스럽다. 정원을 병풍처럼 품은 뒷산까지도 완벽하게 어우러진다.

게다가 인공적으로 조성하지 않았다. 자연경관을 그대로 빌려와서 정원을 꾸몄다. 숲과 지형지물을 고스란히 활용해 정원을 만들고 정자를 적절히 배치한, 자연에 순응하는 정원이다. 정원 뒤에는 이 지방의 이름난 선비들의 제사를 지내던 도장사 터가 남아 있다.

누정에 앉아서 내다보는 정원 풍경도 압권이다. 배롱나무 꽃너울과 연못, 노송이 한눈에 보인다. 누정의 기둥과 방문 사이로 펼쳐지는 풍경도 한 폭의 그림이고 사진이다. 연못가를 오가는 사람들은 그림과 사진 속의 등장인물이 된다. 언제라도 색다른 운치를 선사하는 명옥헌원림이다.

명옥헌원림은 지난 2011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받았다. 아름다운 숲 대회는 생명의숲과 유한킴벌리, 산림청이 공동으로 주관하고 있다.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58호로 지정돼 있다.

 배롱나무 꽃과 어우러진 명옥헌원림 전경. 자연경관을 그대로 활용해 누정과 연못을 만들었다. 자연에 순응하는 정원이다.
 배롱나무 꽃과 어우러진 명옥헌원림 전경. 자연경관을 그대로 활용해 누정과 연못을 만들었다. 자연에 순응하는 정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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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