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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촉사 대웅전이 활짝 문을 열어 가을볕을 쬐고 있다
▲ 관촉사 관촉사 대웅전이 활짝 문을 열어 가을볕을 쬐고 있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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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백장군의 황산벌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졌던 논산, 북동쪽의 계룡산과 대둔산에서 발원한 논산천이 넓은 논산 뜰을 흠뻑 적시며 금강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가히 곡창지대라 아니 할 수 없다. 너른 들 한가운데로 강물이 젖줄처럼 흘러가고 있으니 말이다. 물이 흘러가는 서쪽은 조그마한 산 하나 보이지 않고, 비닐하우스가 넓은 뜰을 뒤덮고 있다. 벼농사 대신에 딸기 같은 특수작물을 많이 하고 있다는 증거다.

훈련소와 딸기로 유명해진 논산,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이 또 하나 있다. 은진 미륵이다. 논산시 은진면에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미륵불은 관촉사에 있는 동양 최대의 석불로 높이가 18m나 된다. 고려 광종 때 혜명스님에 의하여 36년이나 걸려 만들었다고 한다.

관촉사에 들어가 미륵석불입상을 보고 있으면 "저렇게 커다란 석불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이 절로 생긴다. 타워크레인도 없던 시대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설화에 의하면 머리, 몸통, 다리 세 부분으로 만들어 놓은 저 무거운 석불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 날마다 고민을 거듭하던 혜명스님이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고 답을 찾았다고 한다.

아이들도 미륵의 머리, 몸통, 다리를 진흙으로 만들어 놓고 그것들을 세우고 있었다. 가만히 보니 그들은 다리를 먼저 세우고, 그 주변에 모래를 수북이 쌓은 다음, 물을 부어 단단히 하고, 몸통과 머리를 그 위로 굴려 세우는 것이었다. 비록 설화라지만 제법 설득력이 있다.

은진미륵불이 석등앞에 서서 중생들과 언제나 함께하고 있다.
▲ 은진미륵불 은진미륵불이 석등앞에 서서 중생들과 언제나 함께하고 있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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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진 미륵은 이렇듯 불가사이하게 야트막한 반야산 중턱에 세워졌다. 그리고 그 신비로운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 마음에 큰 위안과 평화를 가져다주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지도 모른다.

사실 거대한 석불이 눈을 크게 뜨고 내려다보고 있으면 참 무서울 것 같은데, 실제로 마주하게 되면 그렇지 않다. 아무 얘기라도 꺼내 물어본다면 친절하게 답해줄 것 같은 모습이다.

보통 미륵의 모습과는 달라 좀 낯설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은진미륵의 은은한 미소에 빠져 들게 된다. 눈은 커서 해맑아 보이고, 코는 두툼하여 복스러우며, 귀는 부처님처럼 커 인자해 보인다. 또 발은 어찌나 크고 튼튼해 보이는지 중생들의 어떠한 어려움도 대신해 줄 것 같다. 그야말로 모든 중생들이 믿고 의지하고 싶은 미륵의 모습이다.

관촉사가 있는 반야산은 논산평야 가운데에 어머니의 앞가슴처럼 솟아있는 구릉지형의 산이다. 시내에서 자동차로 10분 쯤 거리에 있다.

일주문을 지나 절 마당으로 올라섰다. 멀리서 보는 것과 다르게 관촉사 마당은 넓고 풍경도 탁 트여 있다. 노랗게 물들어 가는 논산평야가 멀리까지 내려다보여 마음까지 여유롭다.

푸른 소나무가 빼곡히 들어 서 있는 반야산, 산 빛도 참 좋다. 소나무들은 S라인의 붉은 몸매를 드러내며 유혹을 한다. 소나무는 언제 어디서 보아도 그 아름다움이 나무중의 으뜸이다. 산사에 참 잘 어울리는 놈이다.

오늘따라 절 마당은 텅 비어 있다. 나뭇잎 한 장 없고, 발자국도 없다. 누가 쓸어 놓은 걸까? 어찌나 희고 깨끗한지 보고만 있어도 마음에 평화가 밀려온다. 마치 정토의 세계 같이 희고 밝다. 그 곳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저절로 마음이 정화되어 속세의 잡다한 번뇌가 깨끗이 씻기는 느낌이다.  

커다란 돌을 옮기고 있는 것을 스님이 조심스레 내려다 보고 있다.
▲ 탱화 커다란 돌을 옮기고 있는 것을 스님이 조심스레 내려다 보고 있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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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참 평화로운 풍경을 만났다. 법당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단청을 해 놓은 높은 천장 아래로 황금빛을 두른 세 부처가 가부좌를 틀고 있다.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부처는 법당을 지그시 내려다보며 한결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위엄도 있고 자비로움도 있다.

법당에 앉아 합장을 해 보았다. 활짝 열어 놓은 법당 안으로 바람이 가만히 흐른다. 어찌나  바람이 시원한지 눈이 스르르 감긴다. 정신줄을 놓았다간 잠에 취해 버릴 것 같다. 눈을 감고 있으니 대웅전 외벽에 그려놓은 탱화가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그 속에서 고승들의 선문답이 들려온다.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것이거늘 뭘 그리 고민하나."
"옷 벗듯 다 벗어 놓고 휘~ 내려 가게나."
"그러면 서방정토가 저기 기다리고 있을 걸세."

오늘은 법당마루에 앉아 스님의 법구경이나 실컷 들으며 은진미륵의 은은한 미소에 푹 빠져들고 싶다.      


태그:#은진미륵, #관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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