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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과 대전사회적기업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조세종 기자는 지난 5월 15일부터 23일까지 7박9일 동안 프랑스 파리와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사회적기업 정책연구연수에 선발되어 유럽의 사회적기업을 탐방하게 된 것.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발기인으로 참여하여 13년 동안 사회적협동조합과 인연을 맺어온 조 기자가 바라본 프랑스와 스위스의 사회적기업 탐방기를 <오마이뉴스>가 4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말]
다보스 포럼을 개최하는 슈왑 재단 외부 전경.
 다보스 포럼을 개최하는 슈왑 재단 외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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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왑 재단 회의실에서 베른호수가 한눈에 들어온다
 슈왑 재단 회의실에서 베른호수가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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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회적기업과 관련된 국제기구를 탐방할 차례다. 연수단은 매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을 열고 있는 제네바의 '슈왑 재단'을 찾았다. 각국 정상들의 회의가 열리는 재단답게 삼엄한 경비에 개인별 신원을 모두 확인한 뒤에서야 재단에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 연수단 일행을 슈왑 재단의 책임자인 '캐서린 밀리간'이 맞이했다.

사회적기업과 관련한 재단에 대한 설명을 듣는 자리였지만, 캐서린 밀리간은 오히려 한국의 사회적기업 현황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았다. 매년 슈왑재단에서는 사회문제에 대해 혁신적인 방법으로 성과를 낸 인물 33인을 선정하여 수상을 하는데, 마침 2015년 수상자에 한국의 사회적기업가 '김정현 딜라이트 대표'가 선정되어 더욱 한국의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캐서린 밀리간에 의하면, 사회적기업에 대한 슈왑 재단의 임무는 빼어난 사회적기업가를 선정하고, 그들 간의 네트워크를 조직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따라 사회적기업이 변화를 겪어왔으며, 사회적기업가들에게는 사회문제가 곧 기회가 된다고 밝혔다. 여기서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창의적이고 새로운 혁신을 실천하는 것을 사회적 기업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보았고, 따라서 이러한 혁신을 잘 이끄는 사회적기업가를 찾아 영예를 주는 것을 기본적인 임무로 삼고 있었다.

 사회적기업의 네트워크를 조직하는 것이 슈왑재단의 일

슈왑 재단 캐서린 매니저의 설명을 듣고 있는 연수단.
 슈왑 재단 캐서린 매니저의 설명을 듣고 있는 연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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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단 일행을 안내한 슈왑 재단 캐서린 매니저와 함께 남자 연수단만 촬영.
 연수단 일행을 안내한 슈왑 재단 캐서린 매니저와 함께 남자 연수단만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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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그동안 재단이 상을 주었던 사회적기업들의 성공사례를 소개하면서 혁신 요인에 대해 소개했다. 앞에서 수상자로 소개한 김정현 대표는 200만 원에 이르는 보청기를 34만 원으로 낮췄다. 기초생활수급자 노인들에게 정부지원을 통해 무료로 지급할 수 있도록 저가형 보청기를 개발하여 보급한 것이다.

또 인도의 '아라빈드 안과병원'의 혁신 포인트는 경제사정에 따라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능력에 따라 낼 수 있는 만큼 돈을 내고, 양질의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다. 심장 수술에 배제되는 사람이 없어야 하고 교육도 모두에게 균등하게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 재단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이 밖에도 미얀마의 사회적기업은 쌀농사의 분배 통로를 혁신하여 수확되는 쌀의 80%를 유통시켰다. 미얀마의 경우는 지역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산과 사용에 편리한 디자인은 어떤 것인지를 연구하는 대학이 뒷받침될 때 사회적기업이 성공한다는 예도 보여 주고 있다고 한다.

그 외에 캄보디아 길거리 소년의 자활을 위해 직업 교육 센터를 운영하는 사회적기업의 사례도 보여 주었다.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사회적 필요를 파악하고, 유통 경로를 만들고, 분배 방법을 해결하는 일들이 세상에 많은 도움을 주며 사회적기업도 지속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음을 알려줬다.

이러한 사회적기업들을 위해 슈왑재단은 네트워크를 조직하여 이 사회적기업들이 교류하도록 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직접적인 재정을 지원하는 것보다 오히려 사회적기업의 영향력을 확대시키는 것이 사회적기업들의 목표달성을 위한 기반을 단단하게 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사회적기업가들의 혁신적인 실천도 중요하나, 협동과 연대의 방식으로 뛰어난 사람과 부족한 사람이 함께 빈곤을 철폐하기 위해 헌신하는 사회적기업도 혁신적인 사례에 해당될 것이다. 어떤 한 두 사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도 중요하고, 그러한 발상을 하기 위한 많은 이들의 협력 역시 중요하다. 그렇게 우리 사회와 청년들을 빈곤화시키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하고 천착하는 사회적기업가들과 이해당사자들이 더욱 많이 쏟아져 나올 때 틀림없이 새로운 사회를 맞게 될 것이다.

슈왑재단이 사회적기업가에 요구하는 사항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강력하게 성장하는 것이다. 아직도 사회적경제의 토대가 척박한 우리의 현실에서 사회적기업 상호 간에, 그리고 지역사회와 네트워크를 맺고 소통하면서 정보를 공유하고 학습하는 풍토가 더욱 자리 잡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받았다.

"모든 형태의 빈곤을 없애자" 제네바 유엔 사회개발연구소

제네바 유엔본부 앞 부서진 의자, 지뢰로 다리를 잃은 사람을 상징하는 평화를 기원하는 조형물이다.
 제네바 유엔본부 앞 부서진 의자, 지뢰로 다리를 잃은 사람을 상징하는 평화를 기원하는 조형물이다.
ⓒ 조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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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의 마지막 순서는 제네바 유엔 본부에 설치되어 있는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 United Nations Research Institute for Social Development)'다. 유엔사회개발연구소는 1963년도에 설립되었는데, 그동안 경제개발에 초점을 맞추던 사회문제 해결방식을 사회개발과 경제개발의 균형을 맞추어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전문정책연구소다. 유엔 소속이지만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연구소 재정은 유엔이나 연구 내용과 직접 관계가 없는 기관으로부터 기부를 받아 충당하고 있다.

한국에서 사회적기업 정책연수단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미국에 출장 가 있던 연구소의 사회개발팀 '이일청 코디네이터'는 우리 일행이 오는 시간에 맞추어 출장일정을 앞당겨 급히 도착했다. 빈곤문제의 해결을 위해 국제무대에서 열정을 다해 활동하면서 아낌없는 환대를 해주신 이일청 코디네이터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최근 연구소의 연구 경향은 크게 빈곤문제와 여성문제로 나누어져 있다고 한다. 2011년부터 사회서비스, 여성, 농업문제 등을 해결하려는 사회적기업의 발전에 대한 많은 연구와 컨퍼런스 개최가 증가하고 있다. 처음에 유엔에서는 사회적경제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나 사회개발연구소의 이러한 성과로 사회적경제가 부각되고 점차 이슈화되었다고 한다. 사회개발과 경제개발의 균형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회개발연구소가, 사회적 성과와 경제적 성과의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사회적경제에 초점을 맞추고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사회개발연구의 역사를 살펴보면, 1980년대를 넘어서면서 사회개발 연구는 정량적인 계량화 단계에서 정성적인 단계로 평가의 의미가 발전되었다. 이를테면 녹색혁명을 정량적인 성과로만 보면 곡물 업자만 살찌우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녹색혁명을 참여의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는 것은 참여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사회개발 정책은 국가 정책으로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사회개발이 배제된 나라들도 있다. 리비아, 미얀마, 그리고 북한이다. 유엔사회개발연구소는 북한 당국의 협조가 있을 때는 적극적인 연구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제네바 유엔본부
 제네바 유엔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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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청 코디는 정책개발 연구 과정도 소개했다. 일반적으로 유엔사회개발연구소의 정책개발은 문제 인식, 컨설팅, 복수의 해결책 제출의 과정까지 수행하는 것으로, 여기서 나온 여러 해결책은 시민사회나 정부, 국제기구에서 최종 정책을 수립하는 데 이용되는 것이다.

재정과 조직에서 독립적인 유엔사회개발연구소의 정책개발은 시민사회의 환영과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정책 입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방식은 정치적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으나 연구소의 연구 의제 결정은 독립적으로 연구주제를 파악한 다음 토론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해결책 수립에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의 사회적경제와 관련한 연구 주제는 상당히 다양한 영역에서 진행 중이다. 자연재해나 전쟁과 같은 재난 이후 사회에 대한 연구, 선진국과 개도국의 사회보장 발전방식의 차이연구와 같은 현대사회의 전 지구적 문제에서부터 여성의 관점에서 보는 도시 균형이나 정치적 의제 같은 젠더 문제, 그리고 개발 국가의 재원 마련방안과 예산 편성 우선순위를 다루는 연구 등 재정문제까지 다루고 있다. 이러한 내용들은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거시적 차원의 사회문제 영역에서 국가적 또는 국제적인 정책으로 다루어야 할 사회적경제를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연수단에서 빈곤개선이 되지 않는 이유를 질문하자 시장과 자본주의를 통제할 대안과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궁극적으로 지속가능성, 공정분배, 소외된 사람 보호, 다음 세대 재생산과 전 세대 돌봄이라는 네 가지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야 빈곤과 불평등이 없어진다고 했다. 이를 시행하기 위해 권력이나 힘보다 정치적 합의가 근원적인 빈곤의 치유책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유엔사회개발연구소는 모든 형태의 빈곤을 없애자는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이일청 코디는 "60년대 이후 중국과 인도의 (발전)영향으로 빈곤은 축소되었지만 90대 이후 신자유주의가 등장하면서 GDP가 증가하면서 동시에 빈곤도 증가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라고 지적한다. 빈곤을 없애자는 목적에 역행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앞에서 말한 네 가지 또는 정치적 합의까지 포함한 다섯 가지 근본적인 개선책이 실행되도록 유엔사회개발연구소만이 아니라 사회적경제 주체들 모두 방향을 잡아가야 하겠다.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이들의 도전 있기를..." 

유엔사회개발연구소의 지속가능팀 코디네이터 파스칼(남)과 사회개발팀 연구자 메리(여).
 유엔사회개발연구소의 지속가능팀 코디네이터 파스칼(남)과 사회개발팀 연구자 메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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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청 지속가능팀 코디네이터로부터 유엔사회개발연구소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연수단.
 이일청 지속가능팀 코디네이터로부터 유엔사회개발연구소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연수단.
ⓒ 조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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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유럽의 사회적기업 정책연구연수를 통해 전반적으로 우리 시대 빈곤 문제 해결방법에 관해 검토했다.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고 가난의 문제를 풀기 위해 사회적기업들이 앞장서 전념할 때 반드시 해결의 열쇠가 주어지리라고 본다.

사회성과 공공성이 더욱 강화되어야 하는 의료와 돌봄, 젊은이들에게 꿈과 미래를 찾아주어야 하는 교육과 고용, 삶의 조건들을 윤택하게 하는 주거와 에너지, 생활환경 등 사회적기업이 도전할 수 있는 분야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는 기회였다. 뜻있는 많은 청년들과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이들이 함께하길 바란다.

덧붙여 파리와 제네바의 역사와 문화는 자유와 해방을 향한 인류의 염원을 기록하고 있었고, 이러한 기록은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연대를 가장 먼저 생각하는 이곳 사회적기업들의 발자취에 그대로 남겨 있었다. 연수기회를 주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감사드린다.

○ 편집ㅣ박정훈 기자



태그:#사회적기업, #사회적협동조합, #슈왑재단,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유엔사회개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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