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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4월 27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링컨 기념관 방문차 동행하고 있다.
 지난 4월 27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링컨 기념관 방문차 동행하고 있다.
ⓒ 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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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했다. 어쩌면 일본과 미국을 두고 하는 말인지도 모른다. 식민지배 문제로 이웃나라들을 가슴 아프게 하는 일본보다 그 옆에서 말리는 미국이 어찌 보면 더 미운 존재다.

미국은 일본을 나무라는 것 같으면서도 결국에는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래서 일본에 대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도덕적 공세를 결과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그러니 미국이 '얄미운 시누이'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독일은 양심이 있는 나라라서 제2차 대전 전쟁범죄를 사죄하고 일본인은 양심이 없는 나라라서 사죄하지 않는 게 아니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승전국들로부터 비교적 강한 응징을 받았다. 또 패전 뒤에 국토도 분단됐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정권도 사라졌다. 그래서 독일은 사죄할 수 있었다.

반면에 일본은 그런 응징을 받지 않았다. 반인류 범죄를 일으킨 정권도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침략범죄의 구심점인 일왕(이른바 천황)도 여전히 대를 이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 독일처럼 국토가 분단되지도 않았다. 오히려 분단된 쪽은 항일전쟁의 승자인 한국과 중국이다.

이렇게 45년 패망으로 실질적 응징을 입은 바 없는 일본이 진심 어린 사죄와 배상을 할 필요가 있을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사람이 감옥은커녕 좋은 저택에서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면, 그가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빌 가능성이 높을까? 

단지 국민성 때문이 아니다

 일본의 항복을 받는 미국. 1945년 9월 2일 전함 USS 미주리함에서 항복문서 서명식이 거행되고 있다.
 일본의 항복을 받는 미국. 1945년 9월 2일 전함 USS 미주리함에서 항복문서 서명식이 거행되고 있다.
ⓒ 위키피디어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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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패망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응징을 받지 않음은 물론이고 오히려 안하무인격이 된 것은 결코 일본의 국민성 때문이 아니다. 여담이지만, 일본인들처럼 사과를 잘하는 민족이 어디 또 있을까. 식당이고 길거리고 가장 많이 말하는 표현 중 하나가 '스미마셍(미안합니다)' 아닌가. 사과 및 사죄를 싫어하는 나라가 아닌데도 유독 식민지배와 관련해서만 이렇게 오랫동안 뻔뻔스럽게 행동하고 있다면, 문제의 원인을 일본인의 국민성이 아니라 다른 데서 찾아야 마땅할 것이다.

그 책임의 원천은 바로 미국이다. 미국은 1945년 두 방의 총알(핵무기)을 발사해서 범인(일본)의 항복을 받아냈다. 하지만 미국이라는 경찰은 범인을 유치장 철창에 가두지 않았다. 전범 일본을 제대로 응징하지 않은 것이다. 또 패전국 취급도 하지 않았다.

미국은 자국과 함께 '범인 검거'에 나선 한민족에게는 민족 분단의 비극을 안겨주었다. 미국은 38선을 쭉 그어 우리 민족을 갈라놓았다. 범인 검거의 공로로 '용감한 시민상'을 주기는커녕 분단의 상처만 안긴 것이다. 동시에 미국은 전범 일본을 보호하고 비호하는 태도를 취했다. 최근에는 약간 약해지기는 했지만, 이런 태도는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물론 미국이 처음부터 그러려고 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만약 국민당의 장개석(장제스)이 공산당의 모택동(마오쩌둥)을 물리치고 대륙을 석권함으로써 중국을 미국의 동아시아 전초기지로 만들어줬다면, 미국이 일본과 손잡고 일본을 부활 시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동기에서건 미국은 일본을 '특별사면'하고 부활 시켰다. 이처럼 앞뒤 맞지 않는 모순된 행동은 미국이 세계를 이끌 도덕적 자격이 없는 나라임을 증명했다. 미국은 사익을 위해 범인을 풀어주고 범인과 동업한 악덕 경찰이다.

일본이 믿는 구석

올해로 해방 70주년이다. 해방 70주년이 되도록 한국에서 친일파가 청산되지 않고 일본이 틈만 나면 독도에 군침을 흘리는 것은, 칼자루를 쥔 미국이 일본을 보호하고 편들어왔기 때문이다. 미국이 편들지 않았다면, 남북한·중국·대만·러시아가 일본한테 이를 가는 이 살벌한 동아시아 환경 속에서 일본이 저처럼 뻔뻔스럽게 행동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본인 심리를 분석한 루스 베네딕트의 고전 <국화와 칼>에도 언급됐듯이, 일본은 상황 변화에 민감하고 머리도 잘 숙이는 나라다. 그런 나라가 이웃나라들의 합동 공세를 무시하고 제대로 사죄를 하지 않고 있다면, 그것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 믿는 구석은 당연히 '비리 경찰' 미국이다.

일본의 항복 이후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일본에 대한 미국의 애정은 한층 더 노골적이 되었다. 미국은 1960년대에는 일본을 한국의 위에 앉히는 일까지 벌였다.

미국은 기존에 제각각 작동하던 미일동맹과 한미동맹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그래서 미일안전보장조약(1951년)을 미일상호협력안보조약(1960년)으로 개정하면서 미일 군사협력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켰고, 1965년 한일기본조약(한일협정) 체결을 배후에서 조종함으로써 한·미·일 삼국이 느슨하나마 3국 동맹체제를 형성하도록 만들었다.

미국이 한일기본조약 체결을 부추겼다는 점은, 조약 체결 전년도인 1964년 10월 국무성이 윌리엄 번디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를 서울에 보내 조약 체결에 대한 지지를 공개 천명함으로써 한국 내의 조약 반대 여론을 잠재우려 한 사실에서도 잘 드러난다.

미국이 한일기본조약을 통해 한미일 삼각동맹을 완성했다는 점 못지않게 불쾌한 것은, 이 삼각동맹 내에서 한국이 3위의 위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이 미국의 동아시아 대리인 역할을 하는 전제 하에서 삼각동맹이 형성됐으니, 이 동맹 안에서 한국의 지위는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한테도 뒤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일본이 갖고 있는 2위 자리를 쟁취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지난날 우리에게 수모와 치욕을 안겨준 '전범' 밑에서 삼각동맹을 형성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1945년 이후 뒤이어 1960년대에 미국은 한미일 삼각동맹 체제를 건설하면서 일본을 한국의 상위에 앉혀놓았다. 이렇게 위에서 아래로 한국을 내려다보게 됐으니, 일본이 한국의 사죄 및 배상 요구에 순순히 응할 리 있었을까. 비웃지만 않아도 다행이 아니었을까. 이 모든 부조리와 모순의 출발점이 미국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일본에 대한 미국의 무분별한 애정은 일본에 대한 동아시아 각국의 도덕적 공세가 강해지는 최근에도 시들어지기는커녕 오히려 단단해지고 있다. 금년 4월에 미국은 1960년의 미일동맹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일본 자위대가 세계 어디든지 출동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었다.

또 한미일 3국 군사정보 공유라는 미명 하에 일본군이 한국군의 군사정보까지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일본에 대한 미국의 사랑은 참 너무나도, 식지 않는 사랑이다. 이 사랑은 권태기도 없는 사랑이다.

부조리와 모순의 출발점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위안부 소녀상(평화비 소녀상). 서울시 종로구 중학동 소재.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위안부 소녀상(평화비 소녀상). 서울시 종로구 중학동 소재.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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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미국의 연방 및 주 단위 의회나 양심적인 미국인들은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식민지배 문제와 관련하여 일본을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는 것이다. 미국이란 나라는 여전히 일본을 비호함은 물론이고 일본의 입장을 더 강화시켜주고 있다. 또 식민지배 문제로 한미일 삼각동맹이 깨지는 것을 우려하여, 결정적 순간에는 한·일 사이에 끼어들어 문제의 확산을 방해하고 있다.

그래도 최근에 미국이 일본을 나무라는 점은 높게 평가해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점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소수의 양심적인 일본인들이 자국의 사죄 및 배상을 촉구한다고 해서 일본이라는 나라의 죄악이 씻기는 것인가, 하고 말이다. 

마찬가지로, 일부 미국인이나 미국 의회가 일본을 나무란다고 해서 일본을 비호하는 미국의 죄악이 씻기는 것은 결코 아니다. 미국이 일본을 나무라는 것 같지만, 일본은 미국의 비호 하에 군사대국으로 가고 있으며 동아시아에 점점 더 위협을 주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미국이 든든하게 뒤를 봐주고 있으니, 적어도 미국의 패권이 건재한 동안에는 일본이 진심어린 반성의 행동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얄미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일본의 사죄보다도 미국의 사죄가 더 급선무인지도 모를 일이다.

○ 편집ㅣ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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