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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카와 유람선 안내도
 호리카와 유람선 안내도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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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의 저택에서 만난 고이즈미 야쿠모 이야기

버스는 요나고가와를 따라 가다 우가바시(宇賀橋) 다리를 건넌 다음 좌회전해 시오미나와테(塩見繩手) 거리로 들어선다. 길은 기타다가와를 따라 이어지고, 그 북쪽에 무사의 주택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에도 시대 이후 마츠에 지역의 중견 사무라이들이 거주하던 주택가다. 이 길은 에도 시대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일본의 길 100선'에 들어간다.

이곳에는 무사의 저택 뿐 아니라 다실, 미술관, 박물관, 공예관 등이 있다. 그 중 메이메이안(明々庵) 다실과 고이즈미 야쿠모(小泉八雲) 기념관이 유명하다. 메이메이안은 마츠다이라 가문의 7대 번주인 하루사토(治鄕)가 지은 다실이다. 하루사토는 다도를 선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다이묘 차인(大名茶人)이다. 그가 개발한 다도를 후마이류(不昧類)라 하는데, 이곳에서 그 방식이 계승되고 있다고 한다.

고이즈미 야쿠모(1850-1904)는 원래 그리스 출신의 신문기자였다. 본명이 'Patrick Lafcadio Hearn'이다. 39세 때인 1890년 미국 하하파파(ハハパパ)사 통신원으로 일본 요코하마에 왔다. 그곳에서 일본 사회의 청결을 보고, 문명 사회의 오염을 멀리하기로 마음 먹는다. 그는 언론 출판사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이곳 마츠에로 와, 시마네 심상중학교와 사범학교의 영어 교사로 일하게 된다.

그리고 이듬해 마츠에의 사무라이 가문의 딸인 고이즈미 세츠(小泉セツ)와 결혼하고, 자신의 이름도 일본식인 고이즈미 야쿠모로 바꾼다. 야쿠모는 이즈모(出雲)국의 가사(歌詞)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는 이즈모 다이샤(出雲大社) 등 일본의 신사에 큰 감명을 받은 것 같다. 마츠에에서 1년여를 살고, 그는 구마모토, 고베로 간다. 1896년에는 도쿄로 가 도쿄제국대학 영문과 강사로 활동했으며 그곳에서 죽었다.

1896년 그는 일본인으로 귀화를 했고, 일본의 문화를 서양에 소개하는 일에 몰두한다. 그는 수필가, 여행 작가, 일본 연구가, 민속 학자로 <일본잡기>, <비화낙엽집 飛花落葉集>, <중국괴담집>, <비와 달 이야기 雨月物語>, <과거와 현재 이야기 今昔物語> 같은 책을 냈다. 마츠에 시절 그가 살던 집이 현재 옛집(舊居)으로 남아 있고, 그 옆 기념관에는 그가 쓴 원고와 책, 사용하던 유품이 전시돼 있다.

마츠에 성 해자를 따라 한 바퀴

호리카와 유람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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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의 저택 거리
 무사의 저택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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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제 시오미나와테 거리 끝에 있는 호리카와 유람선 승선장으로 간다. 그곳 후레아이 광장 안쪽에 유람선들이 대기하고 있다. 배는 유람선이라기보다는 모터 보트다. 폭 2m, 길이 8m의 쪽배로 뒷부분에 모터를 달았다. 정원은 10명 내외다. 최대 12명까지 탈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10명이 한 조가 되어 배에 오른다. 그런데 좌우 균형을 위해 무게를 맞춰야 한다. 배가 한쪽으로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배를 운전하는 사공은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이다. 노인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노인들이 유람선 여행 전체를 관장하고 있다. 유람선 여행은 일반 코스와 단축 코스가 있다. 일반 코스는 해자 전체를 완벽하게 한 바퀴 도는 것으로 50분 정도 걸린다. 단축 코스는 후레아이 승선장에서 후몬인바시까지 기타다가와를 왕복하는 것으로 30분 정도 걸린다. 우리는 단축코스를 타기로 한다. 요금은 1인당 820엔이다.

배에는 지붕이 있다. 이것은 비바람을 막아주고, 햇볕을 가려주는 역할을 한다. 오늘처럼 비오는 날은 비를 막아준다. 그리고 지붕이 오르락내리락 한다. 그것은 배가 수 많은 다리를 지나가는데, 교각의 높이가 낮아 지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배에 타서는 신발을 벗어야 한다. 배에서 신 벗기, 이건 동양문화의 한 모습이다. 비오는 날 신을 벗고 배 타기, 정말 특별한 체험이 될 것 같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알게 된 수 많은 사실

고이즈미 야쿠모 옛집과 소나무
 고이즈미 야쿠모 옛집과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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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이 신하시(新橋) 다리를 향해 출발한다. 강변의 나무에 초록이 한창이다. 여름이 점점 깊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마우지도 보이고, 수국꽃도 보인다. 맞은 편에서 유람선이 돌아온다. 비가 오는 날이라 그런지 관광객은 많지 않다. 배가 다리를 지나면서 지붕이 내려온다. 우리 모두는 허리를 숙인다. 배가 서서히 무사의 저택 지역을 지나간다.

그곳에 하트(♡) 모양이 새겨진 소나무가 보인다. 그 뒤로 고이즈미 야쿠모 옛집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이나리(稻荷)신사가 있다고 하는데 숲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조금 더 앞으로 나가자 오른쪽으로 석축이 보인다. 마츠에성 밖 해자를 만들면서 쌓은 석축이다. 조금 더 앞으로 나가면 호리가와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그곳에 호구문(虎口門)의 자취가 남아 있다.

그러나 우리는 호리가와로 가지 않고 계속 직진해 나간다. 우가바시 다리를 지나자 오른쪽으로 마츠에 역사관과 호란엔야(ホーランエンヤ) 전승관이 보인다. 역사관에는 마츠에 건설과 변화의 역사가 자료와 패널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 호란엔야 축제는 이나리신사에 모셔진 신을, 배(神輿船)에 싣고 아타가야(阿太加夜) 신사까지 이운했다 돌아오는 축제다.

호란엔야 전승관
 호란엔야 전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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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카와의 수국꽃
 호리카와의 수국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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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선단 앞에 이 지역을 대표하는 전마선(櫂伝馬船)이 인도하고, 그 뒤를 신을 모신 배, 음악과 노래 그리고 춤을 보여주는 배들(神器船, 神能船, 神樂船)이 따른다. 전마선은 5척으로, 마츠에의 5개 지구(一番船:馬潟地区, 二番船:矢田地区, 三番船:大井地区, 四番船:福富地区, 五番船:大海崎地区)를 대표한다. 공예관 밖을 보니 이들 배를 상징하는 깃발이 걸려있다.

이 축제는 신의 행복과 주민의 풍요 그리고 영광을 위해서 행해진다. 전승관은  배를 이용한 호란엔야 축제의 역사를 보여주고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마지막으로 기타호리바시(北堀橋) 다리를 지나 후몬인으로 향한다. 여기서부터는 앞을 보는 게 아니라 뒤를 돌아보아야 한다. 마츠에성 천수각이 가장 잘 보이기 때문이다.

천수각은 숲속에 숨어 전체 모습을 다 보여주지 않는다. 위쪽 3층만이 확실하게 보인다. 검은색 나무판자벽과 흰색 흙벽의 대비가 뚜렷하다. 일본의 수 많은 성을 봐 왔지만, 마츠에성은 소박하고 자연친화적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제 후몬인 앞에서 배를 돌린다. 돌아가면서 정면으로 마츠에성을 다시 볼 수 있다.

호리카와의 가마우지
 호리카와의 가마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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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배는 더 빠른 것 같다. 배는 이제 올 때와 같은 속도로 돌아간다. 비가 더 세차게 내린다. 지붕에 후두득 빗방울이 떨어진다. 지붕이 없었다면 어떻게 할 뻔 했나? 물가에 피어난 수국꽃도 머리를 숙이는 듯하다. 갈 때보다 올 때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것 같다. 한 번 본 것을 또 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사의 저택과 고이즈미 야쿠모 기념관 앞을 다시 한 번 지나간다. 길가로 산책하는 사람들은 볼 수가 없다.

가끔 건물 안에서 밖을 내다보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선착장으로 다가갈 수록 비가 더 세게 내린다. 선착장에는 여섯 대의 배가 서 있다. 우리 뒤로 속속 배들이 들어온다. 배에서 내린 우리는 잠시 호리카와 물산관엘 들른다. 마츠에 지역 술과 맥주, 어류, 빵과 과자, 기념품 등이 진열되어 있다. 그 중 이 지역 맥주가 유명하다고 한다. 그러나 여행 초기이기 때문에 아직 기념품을 살 마음은 없다.

이제 다음 행선지로 가야 한다. 우리는 이제 마츠에를 떠나 이즈모로 간다. 이즈모는 시마네 반도의 서쪽 끝에 있는 도시로 과거 한반도와 교류가 빈번했던 도시다. 그것은 <삼국유사>에 나오는 <연오랑 세오녀> 전설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그리고 이 도시에는 일본 건국신화가 서려 있다. 하늘나라에서 추방된 스사노 노미코토(素戔嗚尊)가 내려온 곳이 이즈모 지방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이즈모다이샤(出雲大社)에 가서 그 전설의 실체를 알아볼 것이다.


태그:#호리가와 유람선, #고이즈미 야쿠모, #호란엔야 축제, #마츠에성 해자 , #이즈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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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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