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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된 부림사건의 피해자들이 9일 오후 이호철 전 참여정부 민정수석비서관의 부림사건 무죄 판결 직후 법원 앞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오른쪽에서 4번째가 이 전 민정수석)
 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된 부림사건의 피해자들이 9일 오후 이호철 전 참여정부 민정수석비서관의 부림사건 무죄 판결 직후 법원 앞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오른쪽에서 4번째가 이 전 민정수석)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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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나마 명예회복을 하게 돼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부산지방법원 254호 법정에서 판결문을 읽어내려가던 최병률 재판장이 선고를 마치고 재심 청구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법정에서 박수가 터졌다. 재판관들이 빙긋 웃었다. 굳은 표정의 재심 청구인의 표정도 풀렸다.

9일 부산지법 제2형사부는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비서관 등을 지낸 이호철(58)씨가 낸 부림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가보안법 위반과 계엄법 위반은 무죄로 보았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서 면소 판결했다.

같은 사건이었지만 33년 전과는 다른 판결이었다. 당시 1심은 이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징역 1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에서는 결과가 뒤집혀 4년으로 형이 늘어났다.

30여 년의 시간이 흘러 화해의 악수를 청한 법원과 달리 검찰은 이날까지도 이씨의 무죄를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이번 재판에서도 검찰은 당시 이씨가 검찰에서 작성한 진술서 등이 증거 능력이 있다고 맞섰다. 그러나 재판부의 생각은 달랐다. 재판부는 이씨가 영장도 없이 불법으로 구금된 상태에서 작성한 증거는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번 재판의 핵심이었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이씨를 비롯한 당시 사건 피해자들이 정권을 비판하고 학생운동을 지지했다는 점이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위해를 주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호철 "지난날 잘못 바로잡아 준 재판부의 판결에 감사"

9일 오후 이호철 전 참여정부 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한 부림사건 관련 혐의가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직후 이날 재판을 함께 지켜봤던 부림사건 피해자들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
 9일 오후 이호철 전 참여정부 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한 부림사건 관련 혐의가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직후 이날 재판을 함께 지켜봤던 부림사건 피해자들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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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남짓의 짧은 선고를 법정에서 함께 지켜본 부림사건 피해자들이 이씨와 손을 맞잡았다. 생존해있는 18명의 부림사건 피해자 중 8명이 이날 재판정을 찾았다. 3차까지 진행되었던 부림사건에서 3차 사건 피해자로는 이씨가 첫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이었기에 이들의 기쁨은 더 커 보였다.

앞서 부림사건 피해자 중 1·2차 사건 피해자인 고호석, 노재열, 설동일, 이진걸, 최준영씨는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부림사건과 관련한 모든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을 이미 받았다. (관련기사 : '노무현 변호' 부림사건, 33년만에 '무죄')

판결 직후 법원 앞에서 기자와 만난 이 씨에게 소감을 묻자 "기쁘다"는 말이 가장 먼저 나왔다. 그는 "민주공화국의 가치가 후퇴하고 있는 요즘인데 지난날의 잘못을 바로잡아 준 재판부의 판결에 감사드린다"며 "또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민주공화국의 가치가 후퇴하지 않도록 깨어있는 시민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이씨는 "부림사건으로 저를 비롯한 공범들의 인생이 많이 바뀌었다"며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그는 33년 전 1심에서 자신을 무죄 선고하고 좌천된 판사와 부림사건 변호 이후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면서 그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부림사건은 전두환 정권 초기였던 1981년 9월 공안당국이 독서모임을 갖던 부산지역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불법 감금한 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한 사건이다. 지난 2013년에는 이 사건을 소재로 영화 <변호인>이 만들어져 화제를 모았다.


태그:#부림사건, #이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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