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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현지 시각으로 5일 밤 10시께, 각종 독일 언론 인터넷 뉴스창에 '그리스 국민이 유럽채권단 긴축제안을 거부했다'는 기사들과 이에 따른 논평들이 쏟아졌다. 최근 전 세계의 초미의 관심사니, 이후에도 관련 기사들은 계속 언론 지면을 장식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그리스 국민투표를 앞두고 많은 언론들은 그리스와 독일 사이 팽팽한 긴장감을 다루는 기사들을 많이 내보냈다. 그런 가운데, 그리스 국민투표를 앞두고 독일의 정치적 수도인 베를린에선 투표를 불과 얼마 안 남긴 시간까지 그리스 국민을 지지하고 연대하겠다는 집회가 벌어졌다.

 앙겔라 메르켈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피켓
 앙겔라 메르켈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피켓
ⓒ 권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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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상당히 더우니 우산을 챙겨오세요!'

독일 현지시각으로 지난 3일 금요일 오전, SNS 이벤트 알림 하나가 울렸다. 바로 베를린에서 열리는 그리스 연대집회에 대한 공지다. 6월에 들어선 뒤에도 베를린 날씨는 내내 가을 같았지만, 이날만큼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37도를 웃도는 기온이었기 때문에 집회 주최 측에서 이러한 공지를 보낸 것이다.

 뜨거운 날씨를 대비해 시민이 직접 만든 피켓 겸 우산
 뜨거운 날씨를 대비해 시민이 직접 만든 피켓 겸 우산
ⓒ 권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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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한다! 당신들의 유럽에 대하여"

가만히 있어도 등에서 땀이 주르륵 흐르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연대집회가 열린 베를린 오라니엔플라츠(Oranienplatz)는 집회에 참가하려 모인 1000여 명의 인파로 바글바글했다. 대다수 독일 사람들은 물론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브라질, 일본, 남아공, 중국 등등 필자가 직접 확인해본 시위대들의 국적 또한 다양했다.

그리스와 국제채권단의 협상 결렬 이후, 한국 일부 언론들은 미국 외신을 인용해 '그리스와 독일 국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날 광장에서 내가 본 모습은 한국 언론들이 국내에 전한 상황과는 많이 달랐다.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제각기 준비해온 기발한 피켓이나 플래카드를 들고 그리스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독일정부를 규탄하고 있었다.

이날 집회현장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바로 그리스의 구제금융 긴축정책에 대한 국민투표를 염두에 둔 '아니오'라는 뜻의 'Oxi-Nein' 피켓이었다.

 그리스연대 시위대들을 베를린-브란덴부르크 방송국 rbb가 촬영하고 있다
 그리스연대 시위대들을 베를린-브란덴부르크 방송국 rbb가 촬영하고 있다
ⓒ 권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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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오 전능하신 메르켈! 우리를 계속 위험에 빠뜨리고 있군요!', '부끄러운 줄 아시오 메르켈', '긴축 대신 연대'라는 피켓들이 다수 보였다. 또 제 2차 세계대전 전범국가로서 그리스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는 의미의 '독일은 결국 자신의 죗값을 그리스에 지불해야 한다'라는 선전물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그리스 국기를 든 채 집회행렬에 참여한 안드레아스씨는 "그리스 경제위기의 책임이 그리스인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라며 "저는 독일 사람이고 독일이 그리스의 최대 채권국이지만 우리 역시 그리스를 위기에 내몬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녀를 뒤로하고 집회행렬 앞으로 가보니 집회진행차량에서 한 남성이 큰 목소리로 연설을 한다.

"자, 여러분 제가 들고 있는 이 플래카드를 곳곳에 뿌려주십시오! 독일 경찰이 현재 우리의 집회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오늘이 지난 후에도 이 피켓을 가져가셔서 복사하고 또 복사해주세요. 우리의 힘을 보여줍시다."

그가 들고 있는 플래카드는 A4용지 크기였는데, 문구에 비속어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순화해서 직역을 하자면 뜻은 아래와 같다.

'독일, 넌 형편없는 덩어리야 제길!'

집회참가자들은 이 플래카드를 거리 곳곳에 주차돼 있는 차 위나 벤치 등에 배포하기 시작했다. 이어 핑크색가발을 쓴 한 여성 DJ가 집회진행차량에서 일렉트로닉 음악을 틀며 집회행진 시작을 알렸다.

 그리스 연대시위 집회 진행 차량 위에서 한 남성이 연설을 하고 있다.
 그리스 연대시위 집회 진행 차량 위에서 한 남성이 연설을 하고 있다.
ⓒ 권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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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 강경한 독일 정부, 독일 정부에 강경한 독일 시위대

그리스 연대집회가 막바지로 흘러가고 있을 때쯤 갑자기 한 켠에서 고함소리가 들리더니 그 인근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독일 경찰이 집회참가자 몇 명을 갑자기 연행하려 한 것다. 곧이어 몇 십 명의 시민들이 경찰들을 쫓아가 연행을 저지했다. 그 모습을 카메라를 든 독일 경찰이 촬영하자 시민들은 일제히 비난의 뜻으로 함성을 질렀다. 반대로 시민들 또한 핸드폰과 카메라로 독일 경찰들을 촬영했다.

 경찰이 그리스 연대시위 참가자를 연행하자 바로 연좌시위를 벌이는 시민들
 경찰이 그리스 연대시위 참가자를 연행하자 바로 연좌시위를 벌이는 시민들
ⓒ 권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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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에게 연행 이유를 묻자 몇몇 사람들이 시위대 차량에서 언급됐던 플래카드 속 비속어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연행을 마친 경찰차가 후진을 하며 현장을 빠져나가려 하자 시민들은 후진하는 차량 바로 뒤에 앉기 시작했다. 곧이어 시민들은 팔짱을 끼고 연좌시위에 돌입했다.

그리스에 대한 강경한 독일정부를 비판하는 독일 시민들의 항의 움직임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리스 연대시위가 있었던 바로 다음날인 7월 4일 토요일, 앙겔라 메르켈이 참석한 독일 사민당 베를린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식행사에서 또 다른 게릴라성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행사에서 앙겔라 메르켈이 마이크를 잡고 연설을 시작하자 몇몇 사람들이 "Oxi"(아니오)라고 쓰여 있는 플래카드를 펼치며 앙겔라 메르켈에 대하여 항의하기 시작했다. 이에 앙겔라 메르켈은 "Ja, Ja, Ja" (네, 네, 네)라고 말하며 곧이어 "조금 기다려야겠군요"라는 말과 함께 미소를 지으며 사민당 베를린 중앙당사에 모인 군중들을 둘러봤다.

경호원들이 시위하는 사람들을 천천히 밖으로 내보내고 있는 것을 확인한 앙겔라 메르켈은 능숙한 언변으로 당혹스런 상황을 모면하고 있다.

한편 독일 현지시각으로 5일 일요일까지 독일 프랑크푸르트(Frankfurt)에서도 그리스 연대시위가 이어졌다. 그리고 같은 날 밤,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 유럽 채권단 긴축안이 거부됐기 때문에 앞으로도 독일 내에서 이를 지지하는 집회들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독일 보수와 좌파 언론사들은 일제히 국민투표 이후 축제 분위기인 그리스 현장을 보도하고 있다. 독일언론사 <타게스슈피겔>(Der Tagesspiegel)은 "독일 연방정부가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에게 '마지막 다리를 허물어뜨렸다'며 그리스의 국민투표 결과를 두고 매우 날선 비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리스에 대한 독일정부와 유럽 채권단의 대처방안에 대해서는 독일 언론사들도 큰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어 그리스와 독일 간의 긴장감 넘치는 기류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그리스 국민투표 이후인 6일 월요일 저녁(현지 시각)에도 그리스에 대한 연대시위가 베를린에서 열릴 예정이다.

○ 편집ㅣ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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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공공미술가로 활동하다, 독일 베를린에서 대안적이고 확장된 공공미술의 모습을 모색하며 연구하였다. 주요관심분야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사회 공동체안에서의 커뮤니티적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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