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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부처 역량을 총동원해 조기 종식에 전력을 다해달라."

또 '총력 대응 주문'이다. 지난 18일 박근혜 대통령은 황교안 신임 국무총리와 만나 위와 같이 강조했다. 첫 번째 확진자가 나온 직후인 지난달 23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도 일선 공무원들에게 똑같은 주문을 했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한 달 동안 총력대응을 수차례 공헌했다.

"총력 대응", "이번 주가 고비"... 돌림 노래처럼 되풀이

말 뿐이었다. 지난 한 달 동안 박근혜 대통령과 최경환 국무총리대행,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주요 발언을 모아 살펴본 결과, '총력 대응'은 없었다.

첫 환자가 발생한 5월 20일 문형표 장관은 "우리나라 의료진의 수준이 높아서 충분히 잘 대응할 것"이라고 자신했다가, 이틀 후 환자가 3명으로 늘어나면서 총력 대응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5월 31일까지 그는 4차례나 "총력 대응", "전 국가적 역량 집중", "신속하고 강력한 대책", "개미 한 마리도 못 지나는 총력 대응"을 주문했다.

효과는 없었다. 일주일 동안 줄곧 '총력 대응'을 주문했음에도, 1일에 첫 사망자가 발생했고, 이튿날에는 우려했던 3차 감염자까지 나왔다. 격리대상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기 시작했다.

동시에 '총력 대응'이라는 말은 여러 명의 입에서 돌림 노래처럼 되풀이됐다. 해외출장 중에 급히 귀국한 최경환 국무총리대행은 지난 7일과 8일에 각각 "최대 고비인 6월 중순까지 총력 대응 하겠다", "사태를 금주 내 종식시킨다는 각오로 총력 대응체계로 전환 하겠다"고 말했고, 박근혜 대통령도 "이번 주에 확산세를 잡겠다는 각오로 총력 대응하라"(6월 8일), "지금이 고비다,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해 강력 대응 중이다"(6월 15일)라고 전했다. 

결과만 놓고 보자면 정부는 총력 대응을 하지 않았거나 무능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을 시작으로 국무총리 대행, 그리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지겨울 만큼 주문했지만, 메르스 확산 추세는 좀체 가라앉지 않았다. 급기야 방역망은 1차, 2차, 3차까지 차례로 뚫렸다. 19일 어느덧 사망자는 24명으로 늘어났다. 확진자도 166명이다. 격리대상자는 6천명을 넘어섰다.

'양치기소년'이 된 정부, 불안 잠재우기에 급급

정부는 이제 누리꾼 사이에서 '양치기 소년'이 됐다. 총력 대응 주문과 함께 매주 '이번 주가 고비'라는 잘못된 전망을 내놓은 탓이다. "앞으로 2주가 고비"(5월 23일), "앞으로 1주일이 기로"(5월 31일), "내일이나 모레부터는 안정될 것"(6월 8일), "이번 주가 메르스 확산의 분수령"(6월 10일)이라는 정부의 예상은 모두 엇나갔다. SNS에서는 "한 달 내내 고비냐"는 볼멘소리가 들끓었다. "이젠 '이번 주가 고비'라는 말이 유언비어로 들린다"는 조롱도 있었다.   

때문에 정부가 불안 잠재우기 행보에 나선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휴교를 끝내고 수업을 재개한 서울 강남구 대모초등학교에서 메르스를 '중동식 독감'이라고 표현하며 "손씻기만 잘하면 얼씬도 못한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앞서 그는 동대문 패션상가에 방문해 외국인관광객에게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많이 (고국에)알려 달라"(6월 14일)고 했다. 이 외에도 '공포 지우기 발언'은 여러 건이다.

이렇게 국민들은 혼란스러운 한 달을 보냈다. 그리고 19일 국회대정부질문에 참석한 황교안 신임 국무총리가 "정부의 최우선 과제를 메르스 종식에 두고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시 한 번 공헌했다. 그의 말은 사실이 될까?

다음은 <오마이뉴스>가 타임라인으로 정리한 주요 발언들이다.

메르스 한달 타임라인
 메르스 한달 타임라인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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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메르스, #청와대, #황교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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