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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4월 4일 미국의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이 암살되었다. 미국 아이오와주의 작은 시골에서 초등학교 3학년을 가르치던 제인 엘리엇 선생님은 충격을 받았다. 라이스빌은 소수 인종이 별로 없는 곳이었다. 엘리엇 선생님은 백인 아이들에게 '형제애'와 '관용'을 가르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엘리엇 선생님은 아이들을 우등반과 열등반으로 나누었다. 그 전에 아이들에게는 눈 색깔에 따라 우열이 갈라진다는 '가짜' 이론을 들려주었다. 이 기준에 따라 파란 색 눈을 가진 아이들은 우등반에, 갈색 눈의 아이들은 열등반에 배정되었다. 그러고는 우등반 아이들에게 특권을 부여하고, 열등반 아이들에게 차별적인 표식을 달게 했다.

다음 날 엘리엇 선생님의 '특별 수업'이 시작되었다.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다. 우등반 아이들은 열등반 아이들과 같이 놀려고 하지 않았다. 열등반 아이들이 물건을 훔칠지 모르니 학교에 미리 알려야 한다고 제안하는 파란 색 눈의 아이가 나타났다. 친하게 지내던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싸움질을 했다. 열등반 아이들은 하루 사이에 진짜 형편없는 아이들이 돼버린 듯했다. 숙제를 안 하거나 화를 내며 침울해졌다. 스스로를 깎아내리기도 했다.

다음 날 엘리엇 선생님은 아이들이 서로 역할을 바꾸도록 했다. 또 다른 그럴듯한 '증거'도 덧붙였다. 파란 눈의 아이들과 갈색 눈의 아이들은 하루 전의 모습과 정확히 반대로 바뀌었다. 그 뒤 엘리엇 선생님과 아이들은 사라진 우정 자리에 들어선 적대감이 없어질 때까지 꽤 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엘리엇 선생님은 자신이 잘 안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이 그렇게 빨리 변한 데 크게 놀랐다.

필립 짐바르도가 쓴 <루시퍼 이펙트 : 무엇이 선량한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가>에서 엘리엇 선생님 이야기를 읽으며 "권위가 갖는 힘"을 고민해본다. 그는 권위자가 추종자들의 현실을 규정하고 습관적인 사고 방식과 행동 방식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벌떡' 일어서지 않는 교사 아래서 "배운 괴물들"이 나온다

교사로 살아가는 일이 '두려울' 때가 있다. 대체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교사는 아이들을 바꿀 수 있다! 교사 때문에 아이들의 삶이 바뀔 수 있다!

2월 말, 새로 담임을 맡게 된 아이들과 처음 만났다. 첫 마디를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학생은 교복 입은 민주주의 시민"이라는 말을 꺼냈다. 이 말은 1952년 당시 독일 사회민주당 국방정책 자문가 베르만이 말한 "군인은 제복 입은 민주주의 시민"이라는 개념의 차용어다. 나치의 부정적인 군인상으로 고민하고 있던 독일은 이 개념을 적극 활용하여 여러 가지 문제를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중학교 3학년이었다. 아이들은 '민주주의', '시민'을 말하는 담임의 첫 마디를 들었다. 자율과 책임, 개인과 사회의 바람직한 관계를 강조했다. 눈을 반짝이며 듣는 아이들의 표정이 진지해 보였다.

교사가 변하지 않고 교육이 바뀔 수 없다. 교육이 그대로인 한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 교사가 변하고 교육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 오늘날 교사들은 아이들을 어떻게 보는가. '시민'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통제와 관리의 대상, 무언가를 일방적으로 주입하면 받아들여야 하는 객체 취급을 받는 게 일상이다.

사회학자 노명우는 <세상 물정의 사회학>에서 우리나라의 지하철 풍경이 '배움이 사람을 바꾸어놓을 것'이라는 믿음을 접도록 만든다고 한탄했다. "싸가지 없는 애들"과 "추잡스런 중년"과 "나잇값 못하는 늙은이들"이 뒤섞여 있는 지하철 풍경은 "배운 괴물들"로 넘쳐나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 아닐까.

표면적으로 우리나라는 선진적인 '지식사회'처럼 보인다. 읽고 쓰는 능력이 없는 사람은 1.7퍼센트에 불과하다. 대학 진학률은 70퍼센트 중후반대로 오이시디 국가들 중 최고 수준이다. 2010년에는 1만322명이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구 1만 명당 박사학위 취득자 수는 1985년 0.3명이었다가 2009년 2.1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노명우가 '지식사회'의 증표로 열거한 위의 수치들만 놓고 보면 우리가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의 나라에 살고 있다는 확신을 가져도 될 것 같다. 그런데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진 행위들의 거대한 결과는 "배운 괴물들의 사회"다. 교사들 책임이 크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선생님이 '빨리 꺼져' 소리쳤는데 그때부터 악마가 생겼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때가 있다. 흔한 일, 쉬운 일이 아니다. 용기가 필요하다. 학교에는 '벌떡교사'가 있다. 교무회의 같은 데서 '벌떡' 일어나 나름대로 입바른 소리를 하는 교사다. 그는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기로 작정한(?) 사람 같다. 학교 관리자들이 싫어하는 말을 따따부따 내놓는다.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되어 뒷담화의 표적이 된다. 그는 정녕 '사회성' 부족한 반편일까.

15년 전 교사가 된 뒤로 '벌떡교사'가 되려고 애썼다. 여전히 애송이 '벌떡교사'다. '벌떡' 일어날 때는 가슴이 두방망이질친다. 원래 많은 땀이 더 배어나온다. 그래도 '벌떡' 일어선다. 뒷담화도 있지만 힘을 주는 앞담화가 훨씬 많아서다.

이 시대가 훼손한 내 존엄감을 '벌떡'의 방식으로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다 여긴다. 교사가 '벌떡' 일어서지 않는 사회는 변하지 않는다. '벌떡' 일어서지 않는 교사 아래서 "배운 괴물들"이 나온다. 가슴을 떨며 '벌떡' 일어나는 이유다.

아이들을 '교복 입은 민주주의 시민'으로 대하고 싶다. 아이들은 모두 각자의 영혼이 있다. 살아 있는 인간이다. 더불어 살기를 바라고, 따뜻한 관계를 꿈꾼다.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을 변호한 엄상익은 <신창원 907일의 고백>에서 다음과 같은 신창원의 육성을 기록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대하는 일이 힘들 때 신창원의 고백을 읽는다.

"지금 나를 잡으려고 군대까지 동원하고 엄청난 돈을 쓰는데 나 같은 놈이 태어나지 않는 방법이 있다. 내가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너 착한 놈이다' 하고 머리 한 번만 쓸어주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5학년 때 선생님이 '새끼야, 돈 안 가져왔는데 뭐하러 학교 와. 빨리 꺼져' 하고 소리쳤는데 그때부터 마음속에 악마가 생겼다."

○ 편집ㅣ최규화 기자

덧붙이는 글 | 제 오마이뉴스 블로그(blog.ohmynews.com/saesil)에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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