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대결'이라 불리는 메이웨더와 파키아오의 웰터급통합챔피언 타이틀전 포스터

'세기의 대결'이라 불리는 메이웨더와 파키아오의 웰터급통합챔피언 타이틀전 포스터 ⓒ WBC·WBO·WBA


천사와 악마가 대결하면 누가 이길까. 모두가 천사의 승리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선과 악을 떠나 더 센 자가 이기는 법이다.  

'억' 소리가 나는 천문학적 대전료(약 2700억 원)와 3개의 챔피언 벨트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최고를 자부하는 두 복서가 그야말로 복싱 인생의 자존심을 걸고 맞붙는 대결이다.

오는 3일(한국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격돌하는 매니 파퀴아오와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의 '세기의 대결'을 두고 세계적인 복싱 전설들의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마음 속으로는 파퀴아오의 승리를 바란다는 것이다. 메이웨더는 겸손을 모른다. 카메라를 향해 돈다발을 뿌리며 부를 과시하고, 인종차별적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메이웨더는 "나는 복싱 역사상 최고의 선수다.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내가 아니면 누가 최고란 말인가. 나는 무하마드 알리보다 뛰어나다"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 발끈한 알리는 곧바로 "내가 가장 위대한 복서"라며 메이웨더를 꾸짖었다.

반면 파퀴아오는 거만을 모른다. 언제나 상대를 존중하고, 링 밖에서는 자신을 낮춘다. 메이웨더가 돈다발을 뿌릴 때, 파퀴아오는 태풍이 덮친 고국 필리핀을 위해 자신의 대전료 191억 원 전액을 기부했다.

파퀴아오가 2012년 후안 마누엘 마르케스에게 K.O로 패하고 돌아왔을 때도 필리핀 국민은 따뜻한 박수로 환대했다. 감동한 파퀴아오는 "다시 싸우겠다"고 약속했고, 보란 듯이 챔피언 벨트를 되찾았다.

복싱 팬들이 둘의 격돌을 천사와 악마의 대결이라 부르는 이유다. 하지만 파퀴아오는 기자회견에서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며 메이웨더를 감쌌다. 그러면서도 "메이웨더는 생애 첫 패배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복싱 팬들은 1971년 3월 열린 무하마드 알리와 조 프레이저의 세계 헤비급 타이틀 매치 이후 복싱 역사를 수 놓을 최고의 대결이라며 누가 이길 것인지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전설의 주먹' 복싱 스타들의 예상은?

그렇다면 복싱 역사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전설의 주먹'들은 누구의 승리를 예상할까. 영국의 간판 복서였던 리키 해튼은 BBC 인터뷰에서 "겸손하고 팬들을 사랑하는 파퀴아오가 승리와 돈밖에 모르는 메이웨더를 꺾었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바람을 나타냈다.

그러나 "가슴은 파퀴아오의 승리를 바라지만, 머리는 메이웨더의 승리를 예상한다"며 "영리하게 복싱을 하는 메이웨더가 승부를 장기전으로 끌고 가다가 결국 판정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튼은 "누가 이기든 최고의 명승부가 될 것"이라며 "사람들이 알리와 프레이저의 대결을 지금까지도 이야기하듯, 파퀴아오와 메이웨더의 대결도 앞으로 3~40년간 회자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5체급을 석권했던 슈거 레이 레너드도 "메이웨더는 카운터 펀치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방어에 주력하다가 파퀴아오가 실수하기를 기다리면 된다"며 "메이웨더가 더 유능한 선수"라고 밝혔다. 

반면 왕년의 헤비급 챔피언 조지 포먼은 AFP 인터뷰에서 "메이웨더는 강력한 펀치가 없다"며 "6라운드가 끝나기도 전에 파퀴아오가 메이웨더를 K.O로 쓰러뜨릴 것"이라고 화끈한 전망을 내놓았다.

2년 전 메이웨더보다 파퀴아오가 더 강하다고 주장했던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은 막당 대결이 다가오자 "누가 이기든 상관없지만, 이 승부는 K.O로 끝날 것 같다"며 중립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파퀴아오, 메이웨더 둘 다 맞붙어본 오스카 델라 호야의 예상은 어떨까. 메이웨더와 2007년, 파퀴아오와 2008년 대결을 치러 패했던 호야는 "파퀴아오를 존경하지만, 메이웨더가 승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LA타임스 인터뷰에서 "파퀴아오가 3라운드 안에 주도권을 잡는다면 메이웨더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며 "하지만 경기가 그 이상 길어진다면 파퀴아오가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호야는 "메이웨더는 승리를 위한 가장 완벽한 복서이고, 더구나 경기는 메이웨더의 홈그라운드인 라스베이거스에서 벌어진다"며 "똑똑한 사람이라면 메이웨더에게 돈을 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제 '세기의 대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을지 지켜보며 대결을 즐기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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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 파퀴아오 플로이드 메이웨더 복싱 권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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