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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후 재팬'은 지난 3월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당사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성적 동영상이나 개인 병력, 집단 괴롭힘 피해 사실 등을 삭제해 주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검색 내용과 삭제 요청이 들어온 정보에 대하여 명백한 개인정보 침해의 소지가 있는 경우 상황을 검토하여 삭제해 주겠다는 것이다.

최근 온라인 평판 관리 전문업체 M사는 '잊힐 권리'에 대한 할인 행사를 한다고 신문에 광고를 냈다. 인터넷상에서 개인의 신상정보와 개인과 관련된 정보들을 삭제하는 일을 하는 M사는 포털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의 온라인 뉴스, 블로그, 카페 등에 있는 '원치 않는 게시물'을 말끔히 지워주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포털사이트의 삭제 요청 수용이나 삭제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많이 생길 것으로 추측된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이들은 대부분 자신을 알리거나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을 사용한다. 그러나 개인정보의 유출이 심각한 범죄로 연결되면서 이제는 과거에 드러낸 개인정보를 어떻게 하면 없앨까 고민하게 되었다.

'잊힐 권리'에 대한 두 사례

[사례①] 스페인의 곤잘레스는 구글에서 자신의 이름을 쳤을 때 두 기사가 검색된다는 걸 알았다. 하나는 사회보장채무의 집행을 위한 압류소송과 관련된 기사이고, 다른 하나는 부동산 경매에 관한 기사였다. 곤잘레스는 해당 페이지를 삭제하거나 변경할 것과 자신의 개인정보가 검색결과에 포함되는 것을 중지하거나 제거하도록 요청했다. 유럽사법재판소는 곤잘레스의 정보 삭제 권한을 인정했다.

[사례②] 포뮬라 원 레이싱을 주관하는 국제자동차연맹의 회장인 맥스 모즐리는 구글에서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면 젊은 여성들과 함께 있는 채찍을 든 자신의 반라 사진이 뜨는 걸 알았다. 이 사진은 영국의 최고법원이 불법적으로 찍힌 것으로 판결했던 것이다.

모즐리는 수십 개 국가에서 수십 개의 웹사이트를 상대로 사진을 삭제할 것을 청구하여 승소했다. 그러나 구글에서는 한 개 이상 검색이 되어, 구글을 상대로 사전 검열을 해줄 것을 청구했다. 그러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잊혀질 권리> 189~192쪽 요약

이들 사건을 통해서 알 수 있는 내용은 이렇다. ▲ 검색엔진 활동도 개인정보 처리에 해당하고 운영자는 개인정보 처리자다. ▲ EU 영토 내에서 활동한다면 EU법 적용을 받는다. ▲ 검색엔진의 운영자는 정보주체의 요구에 따라 삭제할 의무가 있다. ▲ 웹페이지의 정보 게재를 막을 수는 없다. ▲ 잊힐 권리의 한계를 인정한다.

'잊힐 권리'에 대한 유럽사법재판소 판결은 이후 다른 나라의 판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비비안 레딩 EU 사법감독관은 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하여 "디지털 석기시대에서 현대 컴퓨팅 세계로 이행시키는 데 관여한 유럽 개인정보보호의 확실한 승리"라고 환영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인터넷은 현대판 '주홍 글씨'

 <잊혀질 권리> (송명빈 지음 / 베프북스 펴냄 / 2015. 3 / 222쪽 / 1만2800원)
 <잊혀질 권리> (송명빈 지음 / 베프북스 펴냄 / 2015. 3 / 222쪽 / 1만2800원)
ⓒ 베프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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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 등지에서 '잊힐 권리'에 대한 잇단 승소판결이 나는 추세다. '잊힐 권리'는 미성년자 관련정보, 성적인 동영상, 병력, 범죄기록, 집단따돌림 영상 등은 물론 개인정보까지도 해당한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개인정보나 유해정보가 인터넷의 바다에 즐비하다. 자신을 알리고자 의도하는 내용도 많지만, 반대로 감추고 싶은 정보들도 많다.

지금쯤은 우리나라도 '잊힐 권리'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송명빈의 <잊혀질 권리>(베프북스 펴냄)는 여기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담고 있다. 저자는 '잊힐 권리'를 넘어 '디지털 소멸'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계 최초로 디지털 소멸 특허를 취득한 저자의 호기만큼 앞서가는 주장이 아닌가 생각한다.

인터넷이 현대판 '주홍글씨'가 되어버렸다. 헤어진 여자 친구인 가수 A양의 누드사진을 올려 인터넷을 달궜던 '리벤지 포르노' 사건, 가수 타블로의 학력시비를 붙였던 '타진요' 신상 털기 사건, 올림푸스 카메라를 내다 팔았다가 구매자가 메모리카드를 복구해 P2P에 올림으로써 사생활이 고스란히 털린 '올림푸스녀' 사건 등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데이터 복구 프로그램이 발달하면서 물리적인 손상을 하지 않은 채 버리거나 중고로 판매한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저장되었던 내용이 유포되는 경우도 많다.

며칠 전 사용 중인 스마트폰에 문제가 생겨 구입한 상점에 간 적이 있다. 거기서 중고로 팔고 새 폰으로 사라는 제의를 받았었다. 그때 중고 폰으로 팔았다면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할인 제의와 함께 자료는 새 폰에 옮겨준다고 했었는데.

공인인증서, 여러 개인정보가 든 사진과 전화번호 등등. 모두 지운다 해도 영원히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복구프로그램으로 복구하여 개인정보를 이용하여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다른 이에게 넘길 때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또한 SNS를 통해 개인정보가 줄줄 새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 신상 털기 ▲ 타인에 의한 정보공개 ▲ 위치공개 ▲ SNS 스팸, 악성코드 ▲ 범죄 악용 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에서는 페이스북 이용자가 집을 비운다는 소식을 접하고 빈집을 턴 사례도 발생했다.

'잊힐 권리'의 법제화 필요

미래창조과학부가 한국인터넷진흥원과 함께 2013년 정보보호실태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심각한 수준이다. ▲ 원치 않는 사생활의 누출·유출 91.3% ▲ 광고 및 스팸 누출·유출 77.9% ▲ 타인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 77.4% 등으로 나타났다.

또 63.7%의 인터넷 사용자가 '잊힐 권리'를 주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57.7%에 이른다. '인터넷상의 나의 모든 흔적을 삭제하고 싶다'는 의견도 41.2%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로 보건데, 정보를 제공하는 포털이나 SNS는 '잊힐 권리'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인터넷 정보의 위험성은 자신이 올린 것을 지워도 이미 퍼 나르기 작전에 돌입한 후에는 끊임없이 떠돌아다닌다는 데 있다. '잊힐 권리'가 법제화 되어야만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잊힐 권리'는 '망각의 권리' '삭제할 권리' 등으로 진보해야만 한다는 저자의 논리가 설득력이 있는 이유다.

책을 읽으며 나도 지우고 싶은 기록이 아직 인터넷 어느 구석인가에 떠돌아다니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일일이 찾아가 지워달라고(현실은 지워달라고 해도 안 지워준다) 안 해도 지워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이나 생물도 생성이 있으면 죽음이 있듯 디지털 죽음도 자연스런 날이 오기를 고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잊혀질 권리> (송명빈 지음 / 베프북스 펴냄 / 2015. 3 / 222쪽 / 1만2800원)

※책 뒤안길-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그냥 지나치면 안 되는 길일 것 같아 그 길을 걸으려고요.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잊혀질 권리, 나를 잊어주세요

송명빈 지음, 베프북스(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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