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감자를 심어놓은 텃밭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달 25일 감자를 잘라서 묻은 뒤 몇 차례 찾은 적이 있습니다. 그동안 감자 싹이 언제 나오는지 궁금했습니다. 드디어 몇 곳에서 감자 싹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22일이 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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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 싹이 올라오기 시작하는 감자입니다. 감자 밭 고랑에는 나무 울타리 가지를 잘라서 덮어놓았습니다. |
ⓒ 박현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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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싹은 땅 속에서 바깥 날씨를 다 알고 있나봅니다. 좀 따뜻하면 일찍 나오기도 하고, 추우면 늦게 나오기도 합니다. 세상 날씨를 알아차리는 것은 감자가 사람보다 한 수 위입니다. 옆 감자밭에는 벌써 감자가 30알 이상 자란 곳도 있습니다. 땅에는 멀칭이라고 해서 검은색 비닐을 덮어놓았습니다.
땅에 검은 색 비닐을 덮어놓으면 잡초도 그다지 자라지 않고, 땅 온도가 올라가서 식물 성장을 촉진시키기도 합니다. 어쩌면 멀칭이 푸성귀를 자라게 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람의 경제적인 생각입니다.
사람들은 늘 경제적인 효과와 능률을 생각합니다. 땅에 덮는 비닐 값보다 푸성귀가 빨리 자라면 더 경제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긴 안목에서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땅 속에는 많은 목숨이 살고 있습니다. 땅을 파면 금방 보이는 지렁이부터 박테리아, 미생물 따위 많은 생명이 숨을 쉬고 있습니다.
목숨이 있는 것들은 숨을 쉬어야하고, 물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인간이 자그마한 욕심에 눈이 멀어서 땅을 검정 비닐로 덮는 순간 땅속의 뭇 목숨들은 서서히 죽어가거나 자리를 피하고 맙니다.
건강한 땅 속에는 많은 목숨들이 서로 도와 가면서 땅을 기름지게 합니다. 지렁이는 흙 속에 있는 영양분을 먹고 배출합니다. 지렁이가 배출한 부드럽고 고운 흙은 푸성귀가 흡수하기 좋은 상태입니다.
땅에 검정 비닐을 덮는 것은 단기 이익에 눈이 먼 인간들의 욕심이 만든 것입니다. 긴 안목에서 검정 비닐은 땅과 흙을 죽이는 도구입니다. 땅에 잡초가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어쩌면 땅의 주인은 잡초였는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이 목적을 가지고 푸성귀를 키우면서 주인이었던 잡초가 밖으로 밀려난 것입니다.
잡초 역시 오랫동안 땅 속에서 생명을 키울 날을 기다리다가 땅 위로 올라온 것입니다. 잡초가 자라는 것은 땅이 지닌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잡초의 길고 튼튼한 뿌리는 땅 속 깊은 곳에 있는 광물질이나 영양분을 땅 위로 보내줍니다. 잡초는 햇빛을 받아 땅이 뜨거워지는 것을 막고, 비가 올 때는 흙이 물이 휩쓸려 가는 것을 막아주기도 합니다.
작년 가을 씨를 뿌린 시금치와 갓은 이제 끝났습니다. 이제 봄을 맞이하여 지난달 말 감자 씨를 묻고 결명자 씨를 뿌렸습니다. 감자는 석 달 정도가 지나면 수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결명자는 반년이 지난 10월 말 무렵 거둘 수 있습니다.
생활 속에는 여러 가지 일들이 많고 복잡합니다. 비록 좁은 땅이지만 감자나 푸성귀를 가꾸는 것은 새로운 경험입니다. 식물이 자라는 것을 보면서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지나가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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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사진은 갓을 데쳐서 된장과 버무려 갓 나물을 만들었습니다. 오른 쪽 사진은 한 달 전에 담은 갓김치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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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김종원, 한국식물생태보감1, 자연과생태, 2013.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