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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세계일보>가 청와대 공직 기강 비서관실에서 작성한 내부 문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그림자 실세'라는 의혹을 받고 있던 박 대통령의 전 비서관 정윤회씨가 현직 청와대 비서관들을 정기적으로 만나 국정에 개입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는데, 보도가 나가자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 8명은 해당 기사를 보도한 기자 등 6명을 명예 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세계일보>에 의해 보도된 청와대 문건을 '찌라시'로 규정하고 검찰에 유출 경위까지 수사할 것을 당부하자, 검찰은 이 사건을 명예 훼손 여부가 아닌 문건 유출 경위 파악에 초점을 맞춰,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에 대한 압수 수색과 해당 기자에 대한 통신 내역 조회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사건처럼 수사 기관이 언론사나 기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압력을 가해 취재원의 신원을 파악하려는 시도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언론사가 정부나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했을 경우, 내용의 진위 여부나 명예 훼손 여부와는 별도로 취재 기자를 대상으로 취재원의 신원을 밝혀내기 위한 조사가 병행해서 실시돼 왔다.

문제는 이처럼 수사기관이 언론사나 기자들을 대상으로 취재원을 밝혀내기 위해 직접 조사나 통화 내역 조회와 같은 간접적인 압력을 가하게 되면, 취재원들이 기자들에게 권력 기관의 비리나 사회 문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려 하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돼 내부 비리에 대한 제보나 고발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 권력 기관들에 대한 견제와 비판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인 언론이 권력 기관에 대한 견제와 비판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권력 기관의 비리에 대한 내부 제보나 고발이 활성화돼야 한다. 또 권력 기관에 대한 제보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제보자의 신분이나 제보내용에 대한 비밀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런데 수사 기관이 언론사나 기자들에게 제보자의 신분이나 제보 내용을 밝히도록 강제하게 되면, 제보자들의 제보는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언론의 취재 활동은 엄청난 제한을 받게 된다. 결국, 언론의 취재와 보도의 자유가 억압을 받게 되는 것이다.

뉴스 취재원은 부정부패나 비리가 연루된 뉴스의 취재와 보도에 실마리를 제공해 주는 제보자로 권력 기관의 어두운 면을 폭로하고 사회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왜냐하면, 권력의 특성상 내부의 비리는 공익적 제보가 아니면 쉽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론의 취재원 보호를 위한 취재원 보호법의 제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취재원 보호를 위한 법률을 제정해야 할까? 먼저, 취재원 보호법에는 누구든지 언론사나 기자에게 언론의 자유와 직업 윤리에 반하여 취재원을 공개하도록 강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언론 보도로 제보자가 소속 기관이나 조직에 의해 피해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취재원 보호법은 정부가 언론사나 기자들이 취재원에 대한 비밀과 제보자의 익명성을 보호할 있도록 보장하고, 언론 보도로 취재원이나 제보자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과 시책을 마련하고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취재원 보호법은 수사 기관이 언론사나 기자를 대상으로 취재원에 대한 정보를 취득하기 위해 수사를 하거나, 보도 내용의 기초가 되는 자료들에 대한 조사나 수사를 목적으로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도록 금지해야 한다. 넷째, 취재원 보호법은 언론사나 기자가 제보자 또는 취재원과 관련된 정보와 언론 보도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대해 법원 및 국회에서의 증언을 거부할 수 있도록 보장해 줘 한다.

마지막 다섯째로 수사 기관이 범죄 수사와 관련해 기자나 언론사에게 취재원이나 제보자와 관련된 정보에 대한 요구가 필요할 때는 수사 기관이 취재원이나 제보자와 관련한 정보를 요구하기 전에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관련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도록 의무화하고, 수사 기관이 요구하는 정보가 범죄 사건의 수사와 관련이 있음과 동시에 매우 중요하고, 그 정보를 공개함으로 인한 공익이 취재원 보호를 위한 공익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수사 기관이 입증하도록 의무화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최진봉 시민기자는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태그:#취재원보호법 , #세계일보, #제보자, #최진봉 , #언론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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