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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문화재단 김충영 이사장이 집무실에서 자신이 각자한 작품을 들고 있다
▲ 김충영 청소년문화재단 김충영 이사장이 집무실에서 자신이 각자한 작품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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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을 축성할 때 각 분야에서 성역 공사에 참여한 장인들은 모두 1821명이다. 거기다가 성역 공사를 이끌어가던 관리는 372명이 있다. 화성성역의궤에는 이 모든 사람들이 적혀있다. 장인들과 관리자 모두를 합하면 2193명이다. 한 사람도 누락되지 않고 화성 성역 공사를 한 인물을 일일이 열거한 것이다. 

화성을 축성한 정조대왕은 승하 후에 행궁 옆에 화령전을 짓고 그곳에 어진을 모셔놓았다. 그리고 정조대왕이 화성 축성이 마무리가 되어갈 때 행궁 뒤편 팔달산 중턱에 성신사를 짓게 하였다. 그곳에 화성의 신인 '성신(城神)'을 모신 것이다. 하지만 화성 성역에 가장 많은 애를 쓴 장인들과 관리들은 성역의궤에만 그 명단이 전할 뿐이다.

"저는 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가 되던 날, 앞으로 수원화성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올 것으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수원을 찾아오는 손님들을 어떻게 맞아들일 것인가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화성을 돌아보면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죠. 공직생활을 하면서도 늘 화성과 함께 살았습니다. 그 세월이 13년째네요."

18일부터 20일까지 청소년문화재단 세미나실에서 전시가 될 작품을 돌아보고 있다
▲ 전시 18일부터 20일까지 청소년문화재단 세미나실에서 전시가 될 작품을 돌아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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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직원들의 가훈을 작품으로 만들어 전해준다고 한다
▲ 작품 재단 직원들의 가훈을 작품으로 만들어 전해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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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문화재단 김충영 이사장의 화성사랑

수원시 청소년문화재단 김충영 이사장은 이제 공직에서 떠나야 한다. 수원시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명퇴를 한 후, 2년 동안 청소년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취임을 했다. 그리고 3월 20일 이임식을 끝으로 평범한 수원시민으로 돌아가게 된다.

"몇 년 전 퇴임 후에는 화성 내에 들어와서 화성과 함께 살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2년 전 공직을 마무리 하고난 뒤 화성을 축성할 때 많은 공을 쌓은 분들을 예우하고 빛내드리는 일을 하자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했죠.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화성성역의궤에 기록된 1821명의 장인과 372명 관리들의 명패를 새기고자 작정을 했던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본인이 각자를 할 줄 모른다는 것이었다. 고민을 하다가 2005년 화성사업을 할 때 행궁의 현판을 각자했던 분이 2년 전에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이 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다. 그 각자장이 서각을 가르친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각자(서각)반 교육과정에 입학을 하였다.  

"참 제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습니다. 남들은 10년 이상을 배워도 선물을 하기가 어렵다고 하는 서각을, 저는 실습을 하면서 직원들의 가훈을 만들어 주리라고 마음을 먹고 직원들에게 가훈을 써오라고 했죠. 그런 작품을 퇴임을 할 때 해당 직원들에게 전해주고 가려고요. 그리고 30여 점의 작품을 단 며칠이나마 전시를 하자고 마음을 먹었죠."

재단을 떠나면서 직원의 가훈을 직접 서각한 작품을 전해주고 간다고
▲ 작품 재단을 떠나면서 직원의 가훈을 직접 서각한 작품을 전해주고 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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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30명에게 전해줄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 작품 직원 30명에게 전해줄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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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들 명패 모실 전각 지었으면...

20일 퇴임을 앞두고 청소년문화재단 세미나실 벽에 직원들에게 건네 줄 가훈을 정리하고 있던 김충영 이사장은, 이미 2천 명이 넘는 장인들과 관리자들의 명패를 만들 목재 준비를 했다고 한다. 그 나무만 해도 가격이 500만 원 이상이 들었으며, 나무가 커다란 창고에 하나 가득 쌓였다고 한다. 

"목재 값이 워낙 비싸요. 소나무로 구입을 했는데, 이제 이사장직을 물러나면 매향동에 마련한 공방에서 명패 작업을 해야죠. 학습을 한 기간은 남들보다 짧지만 하루에 작업을 계속할 때는 열 시간 이상을 서각에만 매달려 있었으니까요."

이제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오직 명패를 각자하는 일에만 매달리겠다고 하는 김충영 이사장. 2천개가 넘는 명패를 다 만들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갈 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다 마친 후에는 그 명패를 수원시에 기증을 하겠다는 뜻을 조심스레 밝힌다.

"정조대왕은 화령전에 계시고 성신사에는 화성의 성신이 계시잖아요. 이제 이분들을 위해 수원시에서 사당을 하나 마련해 주면, 그곳에 그분들의 이름이 적힌 명패를 걸어놓는 것이죠. 그럼 수원 화성을 위해 공을 들인 모든 분들이 다 대우를 받게 되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제가 사당까지 지을 수는 없으니까요."

한 가지 일을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쉬지 않고 노력을 해온 김충영 이사장. 이제 이임을 하고 난 후 매향동 공방에 앉아 자신이 하고 싶었던 명패작업을 할 때 한 번 찾아가 보아야겠다. 힘든 작업을 하는 각자장을 위해 박수라도 쳐주고 싶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와 네이버블로그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충영, #청소년문화재단 이사장, #이임식, #가훈, #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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