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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2일, 서울 명동의 YWCA '마루홀'에서는 작지만 뜻 깊은 행사가 있었다. 어렵사리 세상 밖으로 나온 소년원의 재소 청소녀들과 대안학교 친구들, 그리고 고아원 친구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그들의 후원자인 북멘토들과 심사위원들이 수상자들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훈훈한 자리인 "제2회 서울YWCA 북멘토링 프로젝트 독후감 공모전 시상식"이 열렸다.

독후감 시상식 기념사진 심사위원들과 후원기업인 외환은행 담당자, 그리고 서울YWCA 실무진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본선 수상자들을 축하하였다.
▲ 독후감 시상식 기념사진 심사위원들과 후원기업인 외환은행 담당자, 그리고 서울YWCA 실무진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본선 수상자들을 축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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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에 진출한 총 59편의 독후감들은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절절한 사연과 고민을 담고 있어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뛰어났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빛나는 보석을 건져 올린 36명의 아이들에게 멘토들은 뜨거운 박수와 응원을 보냈다. 이 아이들이 계속해서 글을 쓰기를, 자신들의 고단한 삶에 글쓰기가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문경보 심사위원의 진심어린 격려사가 이어졌다.

"전 작가예요. 그런데 제가 여러분 글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심지어 심사를 하다 눈물이 나서, 너무 힘들어서 중단했어요. 그래서 이틀이나 심사했어요. 여러분 글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어요. 진심이 담겨 있고 고민이 담겨 있어요. 그런 게 정말 좋은 글이예요. 앞으로도 친구들의 환경은 바뀌지 않을지 몰라요. 그러나 책은 여러분에게 생각하는 힘을 주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어요.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다보면 마음 밭에 회복탄력성이 생길 거예요."

어려운 환경과 부모님의 무관심 속에서 누구보다도 아프고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던 소외 청소년들이 책을 읽으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우리 북멘토 봉사자들은 실제로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눈으로 확인하기에 북멘토링의 필요성을 너무나 절감한다.

사고를 치고 재판을 받을 당시 청소년에게 가장 중형인 10호 처분을 내렸던 판사님을 원망하던 아이들은, 천종호 판사님의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라는 책을 읽고 처음으로 가해자의 입장을 벗어나 피해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진심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친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나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란 책을 통해 자신들의 과거를 돌아보고, 이제라도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열심히 미래를 그려가는 모습들을 보노라면 책의 저력을 새삼 느끼게 된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 북멘토링 프로젝트

서울YWCA에서 2년 전부터 시작한 '북 멘토링 프로젝트'는 매달 소년원에 있는 재소 청소녀들에게 그들이 신청한 인문학 서적을 북멘토가 정성껏 쓴 손 편지와 함께 선물하는 봉사 활동이다. 사춘기의 방황으로 그곳에 들어가 있는 소녀들에게 누군가의 정성어린 관심과 책을 통해 올바른 가치관을 세우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주려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처음 3명의 YWCA 회원에서 시작한 사업은, 이제 50여 명의 북멘토들이 매달 책 후원과 손 편지 봉사로 아이들과 마음의 교류를 이어가고 있으며, 후원파트너인 '외환은행 나눔재단'의 적극적인 후원 속에서 소년원뿐만 아니라 대안학교와 고아원 친구들에게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북멘토링 손편지와 서적 매달 북멘토들이 정성스레 쓴 답장이 신청한 책과 함께 포장되어 아이들에게 전달된다.
▲ 북멘토링 손편지와 서적 매달 북멘토들이 정성스레 쓴 답장이 신청한 책과 함께 포장되어 아이들에게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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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아이들은 과연 어떤 생각들을 하는지, 이제는 그들의 마음을 담은 글을 써보게 하자는 의도로 작년부터 독후감 공모전을 열고 있는데, 출품된 아이들의 감상문이 너무나 훌륭해서 심사위원들은 때때로 가슴이 먹먹해지고 심사가 힘들어 지기도 한다.

특히 올해의 대상작은 심사위원 모두를 울렸다. 자신의 아픔과 고민을 담담히 써내려 간 감상문은 그동안 원망의 대상이던 천종호 판사님을 향한 감사의 서간문이었다. 책을 두 번째 읽어보니 미워하고 원망만 했던 판사님의 진심이 보이고, 자신과 비슷한 친구의 사연을 보면서 스스로를 객관화시키며 성장해가는 모습이 솔직하게 담겨있었다. 또 <가시고기>를 읽고 하늘에 계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이제야 부모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음을 고백한다.

나의 멘티 중 한 명은 <방황해도 괜찮아>라는 책을 통해 "슬픔은 당연한 것이고 방황은 오히려 고마운 흔들림"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실패하면 '내가 넘어졌구나.'하고 툴툴 일어서면 된다는 것을, 방황해도, 실패해도, 틀려도 괜찮다는 말이 너무나 큰 위로가 되었다고 한다. 원망의 대상이던 세상이 사실은 자신을 외면하지 않았음을 깨닫게 한 것은 책과 그것을 통한 사색의 시간이 아니었을까?

동행하는 어른, 북멘토

프랑스에서는 '쇠이유(Seuil)'라는 비행 청소년 교정단체가 있다. 3개월을 생면부지의 어른과 동행한 다음에 걷기를 끝낸 청소년을 석방하는데, 재범률이 무려 85%나 줄었다고 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동행하는 어른이다. 교정 이전에 치유가 있었고, 치유 이전에 동행이 있었다. 문턱이란 뜻의 쇠이유에는 문턱 앞에서 서성이는 아이에게 손을 내밀고 같이 문턱을 넘어 준 어른이 존재했음을 기억하자.

북멘토링 프로젝트에는 책과 그것을 선물하는 어른인 북멘토가 있다. 6개월에서 1년 정도 아이들과 소소한 일상의 고민을 다정하게 편지로 나누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이 변한다는 걸, 그 기적 같은 변화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1년에 한번 재소원을 방문하여 나의 멘티들을 만나면 늘 눈물을 쏟고 온다. 멘티들은 내가 무심코 한 말을 기억하고 고마워한다. 가끔 누가 멘토이고 멘티인지, 내가 그 아이들에게 더 받는 것은 아닐까 헷갈린다.

안양소년원 방문 소년원을 방문하는 날, 문경보 소장님이 아이들에게 '길이 안 보일 때 길을 찾는 법'을 강연하고 있다.
▲ 안양소년원 방문 소년원을 방문하는 날, 문경보 소장님이 아이들에게 '길이 안 보일 때 길을 찾는 법'을 강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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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책을 읽는 게 솔직히 부담스럽고 힘든데, 읽고 편지를 써야한다는 의무감에서 읽다보니 의외로 책이 재미있고,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친해지고 고민도 털어놓고 조언도 얻다보니 책도 선생님도 모두 좋아졌어요."

중학생인 나의 멘티가 한 사랑고백이다. 까탈스러운 중학생 딸에게 듣지 못한 사랑고백을 멘티에게서 들었다. 똑같은 나이에 엄마에게 어리광을 못 부리고 빨리 철이 들어야 하는 나의 멘티들이 안쓰럽다. 재소원의 설명에 따르면 아이들의 80%는 결손가정의 자녀들이라고 한다. 가난하고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난 것이 그 아이들의 잘못은 아니지 않는가!

북멘토와 멘티들과의 만남 북멘토와 멘티들이 자신들의 꿈을 적은 씨앗을 담은 화분도 만들고 다과를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 북멘토와 멘티들과의 만남 북멘토와 멘티들이 자신들의 꿈을 적은 씨앗을 담은 화분도 만들고 다과를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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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자주 신청하는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란 책이 있다. 9년 동안 가족에게 학대받던 저자의 끔찍한 고통과 이를 치유하고 극복하는 과정이 많은 아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비록 고통과 아픔이 있을지라도 그것을 지켜보고 동행하는 어른이 있다면, 또한 책을 읽고 생각하는 힘을 기른다면, 눈물이 빛을 만나 반짝이듯 아이들도 지금의 이 시련들을 자양분삼아 보석처럼 빛나는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의 이 작은 만남이 저 아이들에게 혼자가 아니라고, 너를 뒤에서 지켜보는 어른들이 있다는 따뜻한 기억으로 남길 바라며 시상대에 선 아이들에게 뜨거운 박수와 격려를 보낸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서울YWCA 북멘토링 프로젝트 독후감 공모전의 북멘토이자 심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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