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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일은 직업으로 삼지 말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아하고 즐기는 것이라도 그것이 직업이 되고 생계를 위해 하는 일이 되면 즐거움보다는 스트레스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오히려 자신이 가진 직업에 만족하면서 사는 경우가 드물다. 많은 사람들이 언젠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꿈을 꾼다. 현실과 꿈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들을 우리는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바느질공방 한땀, 바느질로 만든 내부 간판이다
 바느질공방 한땀, 바느질로 만든 내부 간판이다
ⓒ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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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두 번째로 소개할 우리동네 별난 구멍가게인 '바느질공방 한땀'은 이런 면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조금씩 그 꿈을 키워가는 경우다.

대구 북구 구암동 함지공원 옆 상가골목 안에 자리 잡고 있는 한땀공방은 예닐곱평 남짓한 공간에 재봉틀과 옷감으로 가득했다. 지난 화요일 오후 그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 두 주인장인 김주영(42), 김윤정(45)씨와 수다를 떨었다.

바느질 취미 모임에서 시작

한땀 공방은 지난 2013년 11월에 문을 열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공방을 꾸리려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바느질을 좋아하던 몇몇이 모여 각자의 집을 돌아가며 옷을 만드는 작은 모임을 한 것이 시작이었는데 하다 보니 차츰 한계를 느끼게 됐다고 한다. 자재를 모아둘 곳도 필요하고 매번 펼치고 정리하는 일도 번거로웠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지금의 자리에 가게를 얻게 됐다.

"처음에는 집에서 하던 바느질을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작업실 정도로 생각하고 가게를 얻었다. 집에서는 아무래도 식구들도 있고 매번 치우는 일도 번거로웠다. 무엇보다 취미로 하더라도 제대로 된 공간에서 해보고 싶었다."

강습생들을 위해 마련해 둔 재봉틀
 강습생들을 위해 마련해 둔 재봉틀
ⓒ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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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쯤 그렇게 주로 작업실로 쓰다가 보니 주변에서 바느질 교육을 하라는 요청도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작년 5~6월부터 바느질 강습을 시작했다. 지금은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오전 오후로 나누어 각 3명씩 총 4개 반을 운영 중이다. 교육비도 저렴하다. 월 3만 원이다. 이렇게 정기적으로 교육 받는 학생만 현재 12명이다. 공간이 협소하기도 하고 각자 작업에 시간이 필요해 이 이상은 진행이 어렵다고 한다.

"사실 주변에 살펴보면 각종 문화센터에서 하는 바느질 수업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 시간도 짧고 미리 정해놓은 아이템을 만드는 수업이 대부분이다. 한땀에서는 각 수업마다 3시간씩 교육을 하고 각자가 만들고 싶은 아이템을 가지고 배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각자 자기 작업이나 강습 외에 주문 제작도 하고 있다. 각종 옷에서부터 가방, 장식품까지 바느질로 만드는 것이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만들어 놓은 제품을 판매도 하는데 목도리 등 계절용품이나 캠핑용 가렌드는 나름 인기상품이다.

한땀 공방의 두 주인장, 왼쪽부터 김윤정, 김주영 씨
 한땀 공방의 두 주인장, 왼쪽부터 김윤정, 김주영 씨
ⓒ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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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들었을 때가 힘들었다고...

이제 문을 연지 1년하고 서너 달이 지난 만큼 어려움도 없지 않을 듯 했다. 특히 두 사람이 동업을 하는 셈인데 형제간에도 동업은 피하라고들 하는데 어떤지 들어봤다.

"공방을 시작하기 수년 전부터 알던 사이라 큰 어려움은 못 느끼고 있다. 동업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사실 아직 제대로 수익이 나오는 구조가 아니어서 다툴 일이 별로 없기도 하지만 둘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 소통이 잘 된다."

오히려 지난 가을 도둑을 맞았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허름한 가게에 별로 가져갈 것도 없다고 생각해서 문단속을 조금 소홀히 했는데 새벽에 자물쇠를 따고 도둑이 든 것이다. 당시 가게에 있던 물건들 대부분을 싹쓸이 하다시피 가져갔다고 한다. 시가로 따지면 100만 원 정도인데 그동안 들어간 정성을 생각하면 가격만으로 따질 수가 없을 것이다. 지금도 아찔하다고 한다.

한땀 공방에서 만든 소품 부엉이, 액을 막아준다고 한다
 한땀 공방에서 만든 소품 부엉이, 액을 막아준다고 한다
ⓒ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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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땀 공방은 오전 10시에 열고 오후 5시면 문을 닫는다. 주말과 공휴일 모두 쉬고 독특하게도 여름과 겨울 각각 일주일씩 방학도 있다.

"다른 이유는 없다. 둘 다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보니 아이들의 생활 리듬에 맞춰서 그렇게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은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방과후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5시 반이면 온다. 공방을 운영하는데 무엇보다 가족들의 배려가 큰 도움이 된다. 남편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아이들도 엄마의 공방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모습이 가족들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칸칸이 쌓인 옷감들이 큰 재산이다
 칸칸이 쌓인 옷감들이 큰 재산이다
ⓒ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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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 시작한 뒤로 옷 산 적 없다

바느질을 시작한 뒤로 이들은 옷을 시중에서 구입한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티셔츠나 치마, 원피스 등 기본적인 옷들은 물론 최근에는 코트도 만들고 있다. 이날 이야기를 나누면서 두 사람이 입고 있던 티셔츠나 청바지도 모두 만들어 입은 것들이었다.

"기성복은 각자의 취향이나 체형을 살리기 어려운데 직접 만들어 입으면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시중에서 사용하는 원단은 질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좋은 원단을 쓰더라도 직접 만들면 비용이 많이 절감된다. 시중에서 수십만 원하는 코트 하나를 만드는데 재료비는 사실 몇 만 원이면 된다. 인건비가 가장 큰 요소인데 직접 만들게 되니 많이 절약하는 셈이기도 하다."

물론 마음에 드는 옷을 만들기까지 많은 시행착오와 노하우가 쌓여야 될테지만 교육생들만 하더라도 대부분 수업을 듣고 자신의 옷을 직접 만든다고 한다.

옷 만들기 책 내는 것이 꿈

문을 연 이후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지만 사실 한땀공방의 지금 모습은 취미와 부업의 중간쯤이라고 할 수 있다. 수익이 조금씩 생기고 있지만 모두 재투자하고 각자가 가져가는 수익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수익을 좀 더 키워볼 욕심도 가지고 있다. 여러 가지 새로운 아이템도 고민 중이고 마을기업 지원도 신청해볼 생각이다. 또한 꼭 이루고 싶은 꿈도 한가지 있다고 한다.

"그저 취미라고 하기에는 시간 투자도 많고 조금씩 새로운 것들을 도전해 볼 생각이다. 특히 언젠가 옷 만들기에 관한 책을 꼭 내고 싶다. 시중에 다양한 책들이 많지만 옷 만들기를 배울 수 있는 제대로 된 책이 국내에 없다. 지금도 주로 참고 하는 책들은 일본에서 출간된 책들이다. 덕분에 일본어도 공부하고 있다."

공방장 김주영 씨, 요즘도 눈만 뜨면 공방에 나오고 싶다고 한다.
 공방장 김주영 씨, 요즘도 눈만 뜨면 공방에 나오고 싶다고 한다.
ⓒ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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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장인 김주영씨는 요즘도 눈만 뜨면 공방에 나오고 싶다고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꿈까지 키워가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 빛나보였다. 언뜻 1년 반 정도면 지겨울 만도 한데 아직도 계속 재밌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참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옷감을 한땀한땀 바느질하듯 조금씩 꿈이 커져가면서 성취감도 자라고 있는 듯 했다.

한동안 수다를 떨고 나오는데 언제든 커피와 차는 공짜라며 놀러오라고 한다. 바느질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와서 수다를 떠는 사랑방이면 좋겠다는 주인장들의 이야기를 뒤로하고 나서는데 들어갈 때는 작게만 보이던 구멍가게가 유난히 커 보였다.

한참 작업 중인 김윤정 씨
 한참 작업 중인 김윤정 씨
ⓒ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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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대구 강북지역 언론인 강북신문(www.kbinews.com)에 함께 실렸습니다.



태그:#바느질, #한땀공방, #대구북구, #구멍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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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살고 있는 두아이의 아빠, 세상과 마을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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