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기자·사진/이정민 기자| 그룹 티아라의 화영으로 기억하는 이들에게 주지시키듯 "안녕하세요, 배우 류화영이에요"라고 인사했다. 배우 전향을 선언한지 2년 만의 첫 영화 진출, 그것도 꽤 비중 있는 역할이다. 영화 <오늘의 연애>에서 준수(이승기 분)의 마음을 흔들리게 하는 팜므파탈 희진 역으로 분해 관객들에게 자신을 당당히 알렸다.

그는 자신을 두고 "영화 속 희진처럼 팜므파탈의 모습이 실제로 있다"고 말할 만큼 솔직한 성격이었다. 영화에 대해서도 화영은 "승기 오빠를 두고 채원 언니(현우 역)와 경쟁하는 설정이기에 언니와 좀 더 붙는 신이 많았으면 어땠을지 생각해봤다"며 분명한 생각도 전했다. 박진표 감독은 이런 모습을 알아봤기에 과감히 캐스팅을 진행한 게 아닐까.

"박진표 감독님, 현장서 제게 일기 쓰라고 주문하셨죠"

댄스 가수로 데뷔했다지만 영화 속에서 가슴골이 보이는 의상을 입고 춤을 춘다든가, 이성적 매력을 잔뜩 발산해야 하는 설정은 신인 배우에겐 분명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극중 섹시한 바텐더와 청순한 교사 지망생 두 모습을 함께 보여야 했기에 더 어렵게 느껴졌을 터. 티아라 때를 언급하니 화영은 "그때 섹시함은 좀 가식적이었죠"라며 웃는다. 이어 화영은 "희진이 진짜 나라고 생각하고 연기하려 했기에 오히려 부담이 있긴 했다"고 말했다.

영화로 검증된 배우가 아니었기에 캐스팅이 선뜻 어려울 수도 있었지만, 그 과정은 의외였다. 박진표 감독이 애초에 화영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화영은 "감독님 작업실에 내 예전 화보가 붙어 있었다고 들었다"며 "오랜 시간 배우들을 지켜보시는 것 같고, 시나리오를 쓸 때도 캐릭터마다 배우들을 정해놓고 하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장에선 감독님이 제게 일기를 많이 써보라고 주문했어요. 그 외엔 자연스러운 모습을 원하셨죠. (18년 간 우정을 간직했지만 사랑의 감정이 싹트려는) 준수와 현우가 함께 붙어 있을 때 희진은 혼자 무얼 하고 있었을까 상상했어요. 아마 준수를 생각하며 애가 탔겠죠? 영화에서 희진은 쿨하게 준수를 포기하고 돌아서지만 사실 진짜 저였으면 복수라도 했을 것 같아요. (웃음) 마음을 돌릴 수 없더라도 현우를 만나 무슨 얘기든 했을 거예요."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했단다. 화영은 "일단 이 영화를 통해 첫 단추를 잘 끼운 것 같다"며 "연기력은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점차 매력을 보이고 싶다"며 "단번에 주연을 맡기 보다는, 배우라는 단어가 어울릴 만한 때까지 채워 나가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난 다른 사람과 다른 존재" 주문처럼 생각하고 있어



배우로 전향했다는 표현을 쓰니 "가수가 아닌 배우가 원래 꿈"이었다고 덧붙인다. 어렸을 때 쌍둥이 언니 효영(현재 그룹 파이브돌스 멤버)과 유독 상황극을 하면서 놀았던 사연을 전하기도 했다. 화영은 "어릴 땐 그게 우리에겐 자연스러운 놀이였다"며 "막상 연기를 하게 되니 막연했던 무언가가 분명해지는 느낌이고, 그만큼 더 진지하게 집중하면서 연기를 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과거 불미스러운 일, 그러니까 티아라 탈퇴 등의 일로 위축됐을 법도 한데 본인은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느낀다"며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1993년생이라 하기에 한층 성숙한 마음가짐이 느껴졌다.

"청년 실업도 심각한데 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잖아요. 그 분들을 위해서라도 비타민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요. 힘들 땐 아무래도 언니에게 많이 의지하죠. 또 <시크릿>이란 책이 있는데 마음이 안 좋을 때 꺼내 읽곤 해요. 읽다 보면 제 이야기 같거든요. 제가 또 책임감도 나름 있어요! 잘 버팁니다. (웃음)

몸이 힘든 건 그래서 자신 있어요. 워낙 땀 흘리는 운동을 좋아해서 힘든 운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거든요. 운동할 땐 잡생각이 없어져서 좋아요. 운동에 비하면 추운 날 야외촬영, 현장에서의 어려움은 견딜만해요.

아무래도 주위에선 초심을 잃지 말라는 조언을 자주하세요. 근데 전 초심을 잃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과 난 다르다라는 주문을 끊임없이 외우고 다녀요. 흔히 말하는 연예인 같은 성격도 아니에요! 옆집 아주머니와도 절친한 사인걸요. 사람들 관찰하러 혼자 카페에도 자주 가는 편이고요. 함께 작업하는 스태프 분들과도 진짜 친해요. 가끔 친한 스태프 집에 쳐들어가서 놀다 오기도 해요. (웃음)"

당당하고 밝은 성격에 오히려 나이가 위인 사람들이 상담하러 오기도 한단다. 그런데 정작 화영 자신은 타인에게 상담 받는 걸 좋아하진 않는다고. "왜 문제가 생겼을까를 천천히 생각하다 보면 그 이유가 나온다"며 "타인에게 책임을 돌리지 않고 그저 분명하게 내 기분을 바라보고 사람들에게 얘기하는 편"이라고 자신에 대해 설명했다.

'당돌하지만 예의를 지키는 사람', 이게 화영 스스로 내린 자신의 본질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카페에서 사람들을 바라보는 그와 눈이 마주친다면 반갑게 인사해 주자. 혹시 아나, 연예인 화영이 아닌 인간 류화영과 친구가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