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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과자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허니버터 칩 열풍에 무관심했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2주에 한 번씩 집에 오는 고등학생 아들 녀석이 아니었다면 나에게 허니 버터칩은 그저 뉴스거리에 불과했을 것이다.

"엄마, 오늘 허니 버터칩을 구할 뻔했는데 놓쳤어."

아들은 학교 근처 마트 앞를 지나는 길에 마침 입고가 되고 있는 허니버터칩 상자를 보았다고 했다. 그 순간 주변에 있던 그 학교 아이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허니버터칩을 다투어서 사가지고 가버렸다는 것이다. 순발력이 떨어졌던 아들에게는 순서가 오지 않았다고 했다.

학교 안 매점에도 그 과자가 들어온다는 소문만 있을 뿐 맛을 보았다는 친구들은 못 보았다고 했다. 그런데 붙임성이 좋은 친구가 매점 주인 부부와 친하게 지내면 그 과자를 구할 수 있다는 정보를 주면서 이미 작업을 다 해놓았다는 것이다.

고맙게도 친구는 그 과자를 구하면 함께 나누어 먹자고 했다. 기다리던 그 과자가 친구의 손에 들어온 날은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친구는 그 사이 마음이 변해 집에 돌아가서 엄마에게 먼저 맛을 보여주겠다며 풀어놓지도 않더라는 것이다.

아들 녀석의 허니버터칩 구하기에 대한 이야기는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맛도 못 보고 놓쳤을 때의 미련은 열망으로 진화해 사소한 일에 온 식구들의 잔머리를 동원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대형 마트에서도 아침 일찍 진열대에 진열되는 순간 줄을 서 있다가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그 과자를 여기 시골 오지 마을에서 구하는 방법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들을 수집한 결과 그 과자를 구하는 최선의 방법은 마트 관계자들과의 친분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시골 오지 마을에 살다보니 단골 마트를 이용하기보다는 볼일을 보러 나가는 곳에서 장을 보곤 했기 때문에 허니버터칩 열풍에 동참하는 일은 더 어려운 일이었다.

문득, 지인이 마트 운영주와 친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아서 전화를 해서 부탁을 해보았다. 마트 운영주와 통화를 한 지인이 하는 말이 그 마트에서도 허니버터칩이 입고가 되어도 진열을 하기도 전에 직원들이 챙겨가 버리기 때문에 알음알음으로만 판다는 것이었다. 마침 두 봉지가 남아있다고 해서 드디어 우리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봉지를 뜯었더니 구운 감자 과자처럼 생긴 허니버터칩
 봉지를 뜯었더니 구운 감자 과자처럼 생긴 허니버터칩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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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을 치르듯이 식구들의 휴대폰 마다 사진을 찍고 봉지를 뜯는 손길도 조심스럽게 그 과자를 꺼내놓았다. 모양은 시중에 나와 있는 감자칩과 다르지 않았고 맛도 감자칩의 짭쪼롬한 맛 대신 단맛을 더한 것뿐이었다. 맛도 그렇지만 1500원이라는 가격에 비해서 양이 너무 적었다.

사람들은 줄을 서가면서 사가는 상품의 희소성에 열광을 하게 마련이다. 마케팅의 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남들과 같아지려는 욕구에 따르게 된다.

어쨌든 우리 식구는 시골 오지 마을에 살면서도 요즘 트렌드인 허니버터칩 구하기 열풍에 동참했다고 자랑질을 하고 싶었다.


태그:#허니버터칩, #감자 칩, #시골 마을, #오지 마을,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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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의 시골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조근조근하게 낮은 목소리로 재미있는 시골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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