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

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 ⓒ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국제시장>은 스펙터클하다. 이 영화는 격동의 시기, 파란만장한 삶을 겪은 한 남자의 일대기를 보여준다. 6.25 전쟁, 베트남 전쟁, 파독 광부 생활까지. 수많은 역경을 극복하는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구성은 <박하사탕>과 흡사하다. 많은 에피소드를 토막토막 보여줌에도 몰입도와 설득력이 뛰어나다. 특히 현재와 과거의 인과관계를 잘 드러낸다.

하지만 결말의 이산가족 상봉 장면만큼은 과하다. 감동은 인위적이기 보단 자연스러워야 한다. <굿 바이 마이 프렌드>의 장례식 장면처럼, <패치 아담스>의 변론 장면처럼, 혹은 <죽은 시인의 사회>의 스승을 떠나보내는 장면처럼.

<국제시장>은 주인공 덕수(황정민 분)가 다리를 저는 이유, 외국인 노동자를 보호하려는 태도, 가게 꽃분이네에 집착하는 원인을 과거로 돌아가 차례로 보여준다. 플래시백은 현재와 과거를 유기적으로 엮으며 완성도를 높인다.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를 듣듯 과거를 더듬어가는 과정은 향수를 부르고, 관객을 감성적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과거에서 현재로 순차적인 진행보다 현재에서 과거로 되짚는 과정이었기에 감동은 배가 되지 않았을까.

또한 <국제시장>은 배우의 특성을 잘 살렸다. 황정민은 <남자가 사랑할 때> <너는 내 운명>에서 감성 연기를 잘해냈고, 오달수는 <우아한 세계> 등 각종 영화에서 코믹 연기를 보여줬다. 이 특성을 살려 황정민은 감성적인 역할을 담당했고, 오달수는 침침했던 분위기를 환기하는 역할을 하며 감정의 균형을 잘 맞춰간다. 감동을 주고, 빠르게 웃음까지 전한다. 

다만 갈수록 과장되는 신파적 코드는 호소에 가까운 방식이다. 과하면 독이 되는 법. 좋은 예로 <굿 바이 마이 프렌드>의 장례식 장면은 극 중 인물의 절제된 표정 연기와 은은한 배경음악으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친구의 죽음을 직접적으로 슬퍼하기보단 자신의 구두를 관 속에 넣어두어 마음을 전달하는 상징법으로 깊은 여운을 가져다준다.

6.25를 겪은 세대에게는 이 영화가 안내하는 현재에서 과거로 진행하는 역순행적 구성이 그 당시의 향수를 느끼기에 수월할 것이다. 소주제를 나타내는 각각의 시퀀스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덕수를 자신과 동일시할 것이다. 한국 정서를 담은 스토리. 모두가 공감하기에 쉬운 주제이다. 덕분에 이렇게 인기가 치솟는 건 아닐지. 단점을 상쇄시킬 만큼 장점이 많은 영화이다. 한 인물의 자서전을 본 것과 같은, 꽉 찬 느낌이다.

국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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