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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은 CBS 박재홍의 뉴스쇼 대담자로 출현하여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그는 프로그램 초반부에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조사했고 평가했다"는 언급을 하면서 '전체적으로는 수긍이 가는 조사 평가 결과라는 의견'을 밝혔다. 일각에서 염려하는 부작용에 대한 부분도 큰 문제없다는 식으로 일관하며 억지는 더 이상 안 된다는 발언도 하였다.

CBS 박재홍의 뉴스쇼 대담자로 출현하여 4대강사업 조사결과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 CBS 박재홍의 뉴스쇼 대담자로 출현하여 4대강사업 조사결과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 조해진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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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와의 대담 과정에서 4대강 사업의 경제성을 묻는 부분에서는 지난 정부의 투입비용을 언급했다. 조 의원은 4대강의 경제성이 충분하다는 근거로 김대중 정부 때 대략 40여조 원의 예산이, 노무현 정부 때 그 2배인 80여조 원의 예산이 투입되기로 했었다는 부분을 지적하였다.

반대로 이명박 정부 때는 22조 원으로 DJ 정부 때의 절반, 노무현 정부 때의 1/4 예산을 가지고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 부분의 사실 확인이 충분히 이뤄진 것일까.

조해진 의원의 발언은 2009년 11월 27일 특별생방송으로 진행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언급했던 발언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을 언급, 준비해온 자료를 보여주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당시 생방송 장면
▲ 대통령과의 대화 당시 생방송 장면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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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지 말씀드릴 것은, 저는 20조 원을 들여 가지고 이걸(4대강 살리기)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김대중 정권 때 루사라는 태풍이 불었습니다. 200명 가까이 죽었습니다. 피해가 5조 원이었습니다. 그래서 김대중 정부에서 범정부적인 수해방지대책이라고 종합적으로 모든 정부 부처가 모여서 국무총리실이 주관해 보고서를 만들었습니다. 이걸 보시면 공사를 2004년부터 시작해 43조 원을 들여 이걸 살려야 된다, 강을 살려야 된다, 이렇게 해서 계획서를 만들어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또한 이 대통령은 다른 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하며 말을 이어갔다.

"그 후에 정권이 바뀌어 노무현 정권이 들어왔습니다. 노무현 정권이 들어와 또 2006년에 태풍을 만났습니다. 그때도 사람이 60~70명 죽었고, 그 당시 2, 3조원인가 피해 보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매년 이렇게 1년에 4조원씩 정부가 돈을 넣었습니다. 평소에도 강을 정비하기 위해서 이렇게 4조원씩 넣어도 매년 홍수가 나고 갈수기가 되니까 노무현 정부 시절 또 정부가 종합적인 계획을 세워가지고 그때는 2007년부터 공사를 해 10년 안에 87조 원을 들여서 피해를 줄이자고 해서 만들었습니다.

(보고서를 보여주며) 이거 내가 만든 것도 아니고 전 정권에서 재난안전대책본부를 만들어 총리실이 주관해 전 부서가 나서 '신국가방재시스템 구축 방안'을 만들었습니다. 이래서 87조 원을 넣어서 만들었습니다. … (4대 강 사업에) 제가 20조 원 하겠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때 43조, 87조를 들여서 하자고 할 때는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의 효율성이 가장 높다는 부분을 지적했다. 그렇다면 과연 노무현 정부 때, 이명박 전 대통령과 조해진 의원이 주장하는 것처럼 '강 살리기 사업'에 무려 87조 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만들었을까.

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 2007년 7월 자료를 내놓았다.
▲ 신국가방재시스템 백서 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 2007년 7월 자료를 내놓았다.
ⓒ 소방방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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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 2007년 7월 소방방재청은 '신국가방재시스템 백서'라는 자료를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소방방재청(청장 문원경)은 2006년 7월에 발생한 태풍 '에위니아'와 집중호우 피해를 계기로 방재청, 농림부, 건교부 등 9개 부처 합동으로 풍수해피해 전 과정을 점검하고 국가방재구조의 총체적 진단을 실시한 결과를 토대로 국가방재 제도인프라 선진화, 지방방재현장인프라확충, 국민자율방재역량강화 등 3대 기본방향과, 예방∙과학∙통합∙자율 등의 4대 기본 전략 하에 신국가방재시스템 구축방안을 마련∙추진한다고 밝혔다

자료 내에 실린 연합뉴스 기사
▲ 신국가방재시스템 백서 자료 내에 실린 연합뉴스 기사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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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언급한 '10년간 87조 원'이 나온다. 허나 이 전 대통령과 조해진 의원의 말과는 크게 다르다. 자료에 따르면 '10년간 87조 원'은 강 살리기에 실제 투입하는 금액이 아니라 당시 건교부(현 국토해양부) 등 7개 부처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투입해야 할 것으로 판단한 방재사업 소요금액이다.

당시 7개 부처 전체 투자액은 매년 3조원 가량으로 이렇게 할 경우 전체 소요액 87조 원을 투입하는데 29년 이상 소요된다고 밝혀놨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자료를 보여주며 지적한 '10년간 87조 원'은 강을 살리는 비용만이 아닐 뿐더러, 방재사업에 실제 투입되는 금액이 아니라 각 부처의 계획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금액일 뿐이다. 결국 명확한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발언을 조해진 의원은 진행자와의 대담에서 경제성의 근거로 제시한 것이다.

방재분야 예방투자 실태
▲ 신국가방재시스템 백서 방재분야 예방투자 실태
ⓒ 소방방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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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첨자료를 들여다보면, 건교부가 요구한 강과 관련된 국가하천 정비 및 하천재해 예방사업 투자 확대비용은 14조8700억 원이다.

결국 생각해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그릇된 발언에서부터 시작되어, 그 발언을 고스란히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고 조해진 의원은 4대강 사업 경제성 평가 근거로 부실한 내용을 제시한 것이다. "억지, 더 이상 안 돼"라고 말하던 그의 말이 메아리로 되돌아가는 듯하다. 그가 경제성을 평가하기엔 아직 무리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별첨자료4
▲ 신국가방재시스템 백서 별첨자료4
ⓒ 소방방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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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4대강, #경제성, #평가, #이명박,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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