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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뜰문화체험관을 운영하며 두부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 대기업 과장직 버리고 두부공장 사장된 이정수씨 콩뜰문화체험관을 운영하며 두부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 박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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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해가 뜰 것 같지 않은 깜깜한 새벽녘. 콩뜰문화체험관에 불이 켜졌다. 벌써 16년 가까이 두부를 만든 이정수씨는 여느 때와 같이 밝은 기운이 역력했다. 그리고 매일 그렇듯, 오랜 친구, 두부기계와의 대화를 시작했다.

"어이, 기계~ 오늘 컨디션은 어떤가. 나는 몸이 가볍구려. 오늘도 신나게 두부 만들어볼까. 어떤 두부작품이 나올까 기대되는 걸."

이렇게 말하고 나면 기계소리부터 우렁차다는 정수씨는 16년차 두부공장 사장님의 내공을 여실히 보여줬다.

대기업 과장에서 작은 두부공장, 두부식당, 그리고 두부문화체험관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무엇보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세 자녀를 번듯하게 키워낸 정수씨. 그의 파란만장 인생성공기가 지금 시작된다.

대기업 과장직 버리고 인생2막 열어

1998년이라는 연도만 들어도 한숨부터 나오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IMF 때문이다. IMF의 직격탄을 정수씨도 피해갈 수 없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설계팀 과장이었던 그는 하나의 지시를 받게 됐다. 두 명의 부하직원을 자르라는 통보였다. 그의 나이 고작 서른 중후반. 퇴근하는 아빠를 기다리는 자녀만도 세 명이었다. 그의 고민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하룻밤 사이에 하얀 머리가 생길 정도로 깊은 고민 끝에 그는 사표를 냈다. 그의 상사는 만류했다. 그러나 그는 단호히 말했다.

"저를 그만큼 아끼십니까. 그러면 저를 위해 부장님이 사표 쓰세요."

그는 나 살자고 부하직원 두 명을 자른다는 게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더 큰 후회로 남을 것 같아 그런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대학 때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언젠가는 본인 사업을 하겠다는 야망이 있었고, 그러한 기회가 조금 빨리 찾아왔다며 본인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리고 생각한 사업아이템은 '즉석두부'였다.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그때 당시, 그는 생각했다. 아무리 줄이고 줄여도 두부와 콩나물은 사먹는다고. 그래서 선택한 두부사업. 그의 인생 2막이 그때부터 시작됐다.

두부만 보고 달린 인생, 결과가 증명해

정수씨의 두부경쟁력은 뚜렷했다. '비싼 재료(국산 콩) 가지고 두부를 만들고, 가장 싼 가격에 손님들에게 판다. 그리고 많이 팔아 이윤을 남기자'였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정수씨답게 사업계획이 체계적이었다.

실제 농부에게 콩을 구입하여 판매구조에서 절대 유통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래서 원가와 유통단가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그리고 고정적으로 두부를 구매할 수 있도록 회원제를 도입했다.

"그때 당시 자장면 가격이 2000원이었어요. 배달사원이 갔다주고 또 그릇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죠. '아! 두부 한 모는 1500원인데 왕복할 필요 없이 갔다 주기만 하면 승산이 있겠구나. 그리고 매일 두부가 고정적으로 팔리니 여러모로 이득이겠구나'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한 모도 배달한다'는 플랜카드를 걸고 회원제를 시작했는데,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군산근대역사 거리에 위치한 콩뜰음식점과 군산시 착한가격음식점으로 선정돼 있다
▲ 콩뜰 군산근대역사 거리에 위치한 콩뜰음식점과 군산시 착한가격음식점으로 선정돼 있다
ⓒ 박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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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두부로는 군산시 1호 허가업체로서 획기적인 사업을 이끌어간 정수씨는 회원 500여 명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했다. 나운종합상가 옛 맷돌즉석두부라는 상호부터 소룡동 옛가마순두부, 그리고 지금의 콩뜰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날이다.

두부를 만들면서 요리(음식점)까지 시작한 그는 2011년 제6회 전북음식문화대전에서 창작웰빙음식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흑임자깨두부, 검은콩두부, 녹차두부, 야채두부 등을 계속해서 개발하며 두부라는 분야에서 일인자가 되고자 하는 그의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

두부사업, 이제 체험과 복지로 뻗어나가

3년 전, 군산의 문화메카로 급부상하는 근대역사의 거리로 이전한 콩뜰은 이제 협동조합 콩뜰문화체험관까지 운영하며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5년 전, 초등학교 과학선생님이 오셔서 두부 만들기 실습을 할 수 있냐고 물으셨죠. 아마 그게 발단이 됐을 거예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우리 콩으로 두부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면 두부를 더 친숙하고 맛있게 먹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상시적으로 두부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두부문화체험관을 군산시에 제안, 이렇게 시행하게 됐습니다."

이정수씨가 직접 두부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두부체험 이정수씨가 직접 두부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박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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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뜰문화체험관에서는 단순히 두부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두부피자만들기, 두부도넛, 두부과자 등을 만들며 더 친숙한 공간이 되고자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고 있다. 특히 콩뜰문화체험관의 수익금 전액은 청소년장학사업(YMCA)에 지원하기로 결정, 아이들을 위한 체험과 복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게 됐다.  

정수씨의 두부인생 16년. 그는 그보다 더 성실한 아내가 있었기에, 그리고 바르고 착한 세 아이들이 있어 지금껏 두부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원동력으로 오늘도 남들 다 자는 새벽녘 그는 두부공장에 불을 켰다. 기계소리가 경쾌하다. 두부라는 또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해교차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콩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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