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이재우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이재우 ⓒ 국립발레단


올 한해 발레 분야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주인공으로 국립발레단 단원 이재우(23)를 꼽을 수 있겠다. 지난 4월 국립발레단 정기공연인 <백조의 호수> 직후,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이 당시 솔리스트였던 이재우를 수석 무용수로 승급시켰다.

무대에서 무용수의 승격을 발표한 것은 국립발레단 창단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솔리스트 다음 단계는 '그랑 솔리스트'인데, 이를 건너 뛰어 수석 무용수로 단숨에 승격된 것도 파격적이다. 수석 무용수가 되고 7개월 정도가 지난 후, <호두까기 인형> 연습에 한창인 이재우를 만났다.

"단장님도 예상하지 못했던 승급...눈물이 났다"

"단장님이 무대에 올라오는 경우는 안무자가 처음 와서 같이 인사를 할 때 말고는 거의 없다. 아니면 퇴임할 때 무대에 오르신다. 근데 강수진 단장님이 <백조의 호수> 때 갑자기 올라오셨다.

그날은 제가 서울에서는 처음으로 <백조의 호수>를 공연한 날이었다. 축하의 말을 해주시나보다 했는데 말씀이 길어지셨다. 그래서 '한 단계 승급시켜 주시려나' 했는데 두 단계를 승급시킨 수석 무용수였다. 갑자기 뇌가 머릿속에서 빠져 나간 느낌이었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무대 위에서의 파격적인 승급 발표와 두 단계로의 승급. 내부적으로는 이미 예정된 일이었는지 많은 궁금증이 일기도 했다. 이재우는 "사실 단장님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나중에 들었다"며 "공연을 보다가 그 자리에서 승급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커튼콜 때 무대 감독님에게 마이크를 달라고 해 무대 위에서 발표를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솔리스트로서 활동하다가 수석 무용수로 활약하게 된 7개월의 시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처음에는 일단 너무 기뻤고 믿을 수 없는 느낌이었는데, 나중에는 '이제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아주 잠깐 이틀 정도 방황을 했다. 그런데 바로 정신 바짝 차리고 수석 무용수로 잘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게 됐다. 고급 기술도 연마해야 하고, 몸을 지켜가면서도 퀄리티도 높여야 했다. 옛날에는 '나의 한계가 여기까지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가는 부분이 있었다면, 지금은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기술적으로 연마하고 있다. 앞으로도 어떤 역할이든, 어떤 감정과 기술이든 다 소화할 수 있는 무용수가 되고 싶다."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호두까기 인형>, 특별한 무대 될 것"

공연중인 발레리노 이재우 "발레는 정말 신비로운 것들이 많다. 꼭 춤을 추지 않아도 봐야할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 공연중인 발레리노 이재우 "발레는 정말 신비로운 것들이 많다. 꼭 춤을 추지 않아도 봐야할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 국립발레단


이재우는 오후 6시까지 정규 연습 시간이 끝나도 거의 매일 홀로 남아서 연습하기로 유명하다. 기술적으로도 연마를 하고, 늘 최고의 몸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기초체력을 다지는 부분에 있어서도 늘 세심한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호두까기 인형>의 주역으로 발탁돼 밤늦게까지 연습에 한창이었다.

"보통 6시 이후에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잘 안 되는 부분을 남아서 연습을 하고 간다. 12월에는 <호두까기 인형>을 올리는데, 이번에는 인형왕자 역할과 부엉이 마법사 역할을 맡았다. 슬픔 감정은 없고 행복하고 기쁜 감정만을 가진 인형왕자라서 감정 연기하기는 좋다. 말 그대로 즐겁게 춤을 추면서 왕자다운 면모를 보여주면 된다. 발레단에 <호두까기 인형>으로 데뷔를 했는데 올해 다시 하게 돼 더욱 특별한 무대가 될 것 같다."

12월, 크리스마스 시즌 하면 떠오르는 <호두까기 인형>은 전 세계 아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며 관객을 환상과 낭만의 세계로 안내하는 고전 발레의 걸작이다. 독일 작가 E.T.A 호프만의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을 토대로, 크리스마스 이브에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 받은 소녀가 꿈속에서 왕자로 변한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인형의 나라를 여행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 속의 미녀>와 함께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곡 중 하나다.

"예전에는 아이들 역할을 어른들이 했는데 이번에는 국립발레단 아카데미의 초등학생들이 나와서 춤을 춘다. 어린 무용수들의 발레를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 같다. 또 극 중에서 호두까기 인형이 병사로 변신을 해서 소녀 마리를 구해주고 인형의 나라로 가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너무 예쁘다. 무대 위에는 흰 눈이 내리고, 왕자와 마리가 춤을 추고, '눈꽃송이 춤' 군무도 나오는데 그 장면이 정말 아름답다."

<호두까기 인형>은 오는 12월 20∼2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다. 1966년 러시아 볼쇼이발레단이 초연한 유리 그리가로비치 버전으로 공연한다. 왕자 역은 이재우를 비롯해 김현웅·이영철·배민순·허서명·정영재가 연기한다. 소녀 마리 역은 박예은·한나래·김지영·이은원·박슬기·신승원이 호흡을 맞춘다. 

"<호두까기 인형>은 기술적, 체력적으로 무용수에게는 많이 힘든 작품이다. 하지만 관객들이 즐기기에는 굉장히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다. 크리스마스에 하는 작품인 만큼, 아이들은 물론 온 가족이 보기에 좋은 공연이다."

마지막으로 이재우는 "아직도 발레에 대해서 편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발레는 이 세상에서 꼭 경험해야할 것 중에 하나다"라며 "발레는 정말 신비로운 것들이 많다. 꼭 춤을 추지 않아도 봐야할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연극이나 뮤지컬에 비해서도 전혀 지루하지 않으니 꼭 한번은 직접 발레를 보는 것에 도전하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감사합니다!>
재활트레이너 박태순 선생님

"재활트레이너 박태순 선생님에게 정말 감사하다. 제가 춤을 출 수 있게 몸을 만들어주신 분이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선생님을 봤는데 중학교 때 저는 되게 마르고 몸이 빈약했다.  옛날에는 체력이 안 돼서 춤을 못 췄다. 때문에 발레 선생님들과 관객들에게 지적을 많이 받았다. 마른 것도 마른 것이지만 체력적으로 지쳐 보인다는 이야기를 어릴 때 많이 들었다.

박태순 선생님은 내가 좀 더 힘이 있고 흔들리지 않게 만들어주신 분이다. 거의 10년 가까이 선생님에게 운동을 배우고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무릎연골 십자인대가 늘어나고 무릎골절이 있어서 3~4개월 동안 출퇴근하듯이 선생님에게 가서 재활을 받았다. 그때 몸이 더 많이 좋아졌다. 선생님이 아니면 절대 춤을 출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시간만 되면 선생님에게 가서 몸을 점검하고 운동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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