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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발매된 변진섭 2집 앨범 <너에게로 또다시>중, '희망사항' 이란 노래 가사를 살펴보자.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
밥을 많이 먹어도 배 안나오는 여자...㉡
내 얘기가 재미없어도 웃어주는 여자...㉢
...
김치볶음밥을 잘 만드는 여자...㉣
웃을 때 목젖이 보이는 여자...㉤
내가 돈이 없을 때에도 마음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여자...㉥
...
나를 만난 이후로 미팅을 한번도 한번도 안한 여자...㉦
...
난 그런 여자가 좋더라"...㉧

가수 변진섭씨가 1966년생이니 지금 나이가 49세이다. 1990년대에 대학생활을 한 지금의 40대 남자들의 '희망사항'을 잘 대변한 노래였고, 물론 지금 30대 후반 40대 초반의 여성들도 즐겨 들었었다.

서정적인 가사와  따라부르기 좋은 멜로디(작사, 작곡: 노영심)는 당시 20대 청춘남들에게는 아련한 '로망'을 살며시 노출시켰고, 그로 하여금 20대 청춘녀들에게 청춘남을 제대로 꼬실(?)수 있는 청춘남의 '극비사항(속마음)'을 노출하게 된 비극적(?) 사건이었다.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를 살펴보자. 처음 광부들 작업의 편리함에서 출발한 청바지는, 제임스딘의 '청바지'로 대변되는 '반항'과 '방황', 청춘의 '상징'이 되었다. 이후 현대감각으로 재해석된  '청바지'가 섬유산업의 발달과 최대소비자, 즉 20대층에게 광고 포지셔닝(표적소비자마음에 들게하기)을 집중함으로써 저변을 확대하게 되었다.

게다가 패션감각을 접목한 수많은 디자이너들의 가세로 제품다양화와 함께 질적인 향상까지 더해지게 되었다. 그래서 청바지는 더 이상 입는 청바지가 아닌 20대 청춘남녀들에는 '편리함'에서 출발하여 '자유', '반항', '자아'의 '상징'에다 '섹시함'이란 코드가 더해지게 되었다. 결국은 10대~40, 50대까지 '상징'은 '상징성'으로 확대되어 전세대가 즐겨입는 블루진(眞)이 되었다.

결론적으로는 20대 청춘남들에게는 그냥 소소하게 '청바지 입은 여자'가 아닌 현대감각을 잘 소화할 수 있으며 '활동적'인 여성, 게다가 '섹시'함의 총합이 '청바지 입은 여자' 였던 것이다.

㉡"밥을 많이 먹어도 배 안 나오는 여자"를 살펴보자. 밥을 먹었는데 배가 안 나온다? 이건 사람이 아니다. 외계인임이 분명하다. 아님, 소량을 먹었다면 가능한 일이다. 왜, 청춘남들은 이런 여자를 '희망사항'으로 생각했을까?

우선, 밥을 안 먹는다는 것은, 우리 주식인 쌀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중대 경제적사안이다. 그러니 작사가 노영심씨는 가사에서 우리 '농부'들의 피땀흘린 결과물로서 '쌀소비'를 유지, 내지 촉진하려 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렇게 탄수화물을 섭취했는데 배가 안 나오는 여자라? 우리나라 근간인 쌀소비를 지속하면서 몸매도 유지한다. 놀랄만한 결합아닌가!

농촌도 생각하고 몸매도 관리된다니 이런 여자가 얼마나 사랑스럽겠는가 말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가족 중 한두 명은 시골, 즉 농촌과 관련돼 있으니 가족에게도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지 않겠는가! 만약 '빵을 많이 먹어도 배 안 나오는 여자'라고 했다면 이 노래는 전국민의 저항에 부딪혀 발매조차 되지 못했을 것이다.

㉢"내 얘기가 재미없어도 웃어주는 여자"를 살펴보자. 기본적으로 스토리 텔링에서 우위에 있는 종족은 여성이다. 게다가 현실감각이 뛰어난 청춘녀들이 정신연령이 낮은(?) 청춘남의 얘기가 재미있겠는가? 아님, 군대 다녀와서 침튀기며 '군대, 축구, 군대축구' 얘기하는 올드청춘남의 얘기가 흥미진진하게 들리겠는가? 둘 다 아니다.

반복해서 만나다 보면 청춘남들은 여자들이 쉽게 웃어주지 않는다는 점을 둔한 감각으로도 알게 된다. 그러한 청춘남에게 "내 얘기가 재미없어도 웃어주는 여자"는 둘 중 하나다. 그 청춘남이 좋아서거나, 딱해서(?)일 것이다. 남자들은 자신의 얘기에 재미없어도 관심갖고 웃어주는 여자를, 더 나아가 그 여자가 나를 좋아해 주기를 희망한다.

여자들은 이 '재미없음-웃어줌-좋아함'의 단계가 이성적으로 구분이 된다. 그러나 남자들은 그렇지 못하다. 설사 구분할 줄 아는 합리적 이성남의 마음속 밑바닥에는 이 세 과정이 한 과정이었음 좋겠다"라는 실낱같은 희망이 잠재돼 있다.

㉣"김치볶음밥을 잘 만드는 여자"를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영원한 반찬, 김치는 각 가정의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다. 다른 반찬이 없이도 우리는 김치만으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평생토록 대부분의 식사를 김치와 함께한다. 당연히 다른 재료를 귀찮게 구입하지 않고도 빠른 시간에 조리가능한 '김치볶음밥'은 최고의 음식임에 틀림없다.

때로는 단조로운 김치에 밥만 먹는 것 보다는, 분명히 외식의 효과도 누리고 청춘녀의 요리 솜씨도 칭찬받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레시피이다.

게다가 김치볶음밥을 만드려면 우선 조리 도구가 있는 실내로 들어와야 하니, 이처럼 자연스럽게 낭만적인 요소가 있다면 어느 청춘남이 마다하겠는가? 그래서 "김치볶음밥을 잘 만드는 여자"는 청춘남에게 매우 특별한 의미이다.

㉤ "웃을 때 목젖이 보이는 여자"를 살펴보자. 남자들은 재미난 얘기를 만들어 내는 데는 젬병이다. 어릴 적부터 남자는 얌전하고 착하고 어른들의 말을 잘 듣는 것이 착한 것이라는 미덕을 교육받고 자라왔다. 초,중,고를 거치며 우리는 기술/가정 과목이 분리된 채로 시험을 봤고, 남녀학생의 사귐은 금기시 되었다. 군대에 가서도 한번도 본적이 없는 '적'을 향해 줄기차게 군사훈련을 훌륭히 해내고 왔다.

그 어느 과정에도 이야기를 재미있게 구성해내는 교육은 없었다. 그런데, 그런 우리나라 청춘남의 얘기에 웃기도 하는데다, 그 모습에 '목젖까지 보인다'는 것은 거의 청춘녀가 매우 몰입되어 있다는 반증이다. 대부분 청춘녀들이 입을 가리고 새침하게 웃는 것은 청춘남에 대해 조심하고 있다는 증거이므로, 목젖까지 보이는 모습은 거의 친숙함의 최고봉이다. 청춘남은 밀당이 매우 힘들기 때문에 이런 청춘녀의 모습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점은 불문가지다.

㉥"내가 돈이 없을 때에도 마음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여자"를 살펴보자. 자본주의 시대에 '돈이 없다'는 것은 '능력이 없다'는 점과 동일하다. 그래서 남자에게 있어 결혼은 연애비용을 줄일 수 있는 최고의 종착역이다. 그런데 청춘남에게 데이트 비용이 없다면 얼마나 비참한 기분이 들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마음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여자"가 있다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 이면에는 청춘녀가 길거리 만남에 배려심이 있던가, 아님 그녀가 비용을 부담하는 상황이다. 지금이야 더치페이(각자부담원칙)가 일상적이지만 1990년대에는 그래도 남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의식이 잔존해 있었다.

우선 만남이 '마음이 편해야 한다'점은 만남을 지속하는 청춘남에게는 최고의 가치이자 덕목이다.

㉦"나를 만난 이후로 미팅을 한번도 한번도 안한 여자"를 살펴보자. 어렵게 만남이 지속성을 확보하게 되면, 남자들 특히, 청춘남들은 '우리'라는 테두리를 치고 싶고 그 사실을 대외에 알리고 싶어한다. 뭐 어쩌겠는가! 이 '발표'하고자 하는 욕구는 이미 생물진화론적 유전자에 이미 갖고 있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으니, 그에 근거하자면 태생적인 것 아니겠는가?

설사 '결혼'이라는 최종 발표 의식을 하기 전이라도 남자들은 이러한 관계들을 확실시 해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다. 왜? 그 외에 이루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관계가 불확실하면 다른 일들이 손에 잡히지 않는 속성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만남의 진전이 있다면 남자들은 끊임없이 확인을 하려 한다. 계약서(결혼식)를 쓰기 전까지 마음이 흔들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의 반복된 만남이 이어지면, 이미 청춘남들은 많은 에너지를 소진하고 있기 때문에 감정의 확실성을 보장받고 싶어한다. 그래서 소리치고 싶은 것이다. "나를 만난 이후로 미팅을 한번도 한번도 안 한 여자"라고...

㉧"난 그런 여자가 좋더라"
이제 아시겠어요? 그런 여자가 왜 좋은지를요!

온라인 만남과 헤어짐이 '쿨'하게 실시간으로 이루어는 요즈음, 지금 20대 젊은이들에게는  그저 지나간 '옛날'의 그저 그런 노래말 일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을 지내온 그때의 청춘남, 지금의 우리나라 40대 남자에게는 정말로 '속마음'이 그대로 투영되있는 가사 말이다.

마지막으로, 변화하는 가치관으로 고전하고 있는 우리나라 40대 남자들에게 가정의 행복과 평안을 위해 전략적 반전을 시도해보자.

그 '청바지 입은 여자'와 함께 사시는가? 그럼 지금 부인의 '속마음'을 알고 싶으신가?

그렇다면, 이제, 가삿말 여자에 남자를 대입해 보시라. 방향이 보이시는가! 각자 분발합시다!!!


태그:#청바지, #남자의 자격, #40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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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정감과 강인함을 좋아하며, 인간 '종'이 세운 모든 것을 반성하고, 동물과의 교감, 그리고 자연과의 일체를 실현하고자 하며, 지구어머니의 한 생명체으로서 생물학적 다양성과 지구온난화 및 핵탈피에 관심있는, 깨어있는 시민이되고자 합니다~(나주혁신도시 16개기관의 지역사회에 대한 적극적 사회적기여를 이끌어 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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